배터리 발화 차단하는 ‘수계아연전지’ 핵심기술 개발, ESS 화재 없앤다
  • 정한교 기자
  • 승인 2022.06.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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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 위험’ 높은 리튬기반 ESS를 수계아연전지로 대체 기대

[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최근 대부분의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ESS)는 이차전지 중 기술 성숙도가 가장 높은 리튬이온전지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화재의 위험성으로 인해 대용량의 전력을 저장하는 ESS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제적인 원자재 공급 불안정성 역시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차세대 수계아연전지용 고밀도 음극제조기술 개발에 성공한 KIST 에너지저장연구센터 이민아 박사(교신저자)와 권민형 연구원(제1저자) [사진=한국과학기술연구원]
(사진 왼쪽부터) 차세대 수계아연전지용 고밀도 음극제조기술 개발에 성공한 KIST 에너지저장연구센터 이민아 박사(교신저자)와 권민형 연구원(제1저자) [사진=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이에 주목받고 있는 소재가 ‘수계아연전지’다. 수계아연전지는 물을 전해질로 사용해 배터리 발화가 근본적으로 차단되며, 원재료인 아연의 가격도 리튬의 1/16에 불과하다. 하지만 핵심 기술개발의 부족으로, 상용화에 애를 먹고 있던 상황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윤석진) 에너지저장연구센터 이민아 박사 연구팀은 수계아연전지 상용화의 열쇠인 ‘고밀도 아연금속 음극’ 제조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제조기술은 특히 저비용·친환경 용액을 이용해 쉽고 간단한 전해도금 공정만으로도 높은 에너지밀도와 긴 수명의 아연금속 음극을 만들 수 있어 수계아연전지 대량생산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KIST 권민형 연구원이 공융용매를 활용하여 제작한 고밀도의 아연음극과 이를 적용해 획기적으로 성능이 개선된 수계아연전지(파우치형)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저비용·친환경 전해도금 공정, 아연금속 음극 성장 및 최적화 성공

이론적으로 수계아연전지는 다가 이온을 활용해 이온 하나당 두 개의 전자를 이용하기 때문에 알칼리 금속 이온 대비 부피당 에너지밀도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전지를 제작할 때 음극으로 사용되는 아연금속의 용량이 양극의 2배만 넘지 않으면 현재 상용화된 리튬이온전지에 버금가는 에너지밀도의 구현이 가능하다.

심지어 아연금속의 용량이 양극의 5배에 달해도 부피당 에너지밀도 측면에서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소듐이온전지와 비슷할 만큼 경쟁력이 뛰어나다.

[사진=한국과학기술연구원]
기존 수계 전해액에서 불규칙하게 생성돼 부식 반응을 유발하는 아연 입자와 달리 DES 용액에서 성장시킨 아연은 빽뺵하고 균일해 충·방전 후에도 안정적으로 구조를 유지한다. [사진=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하지만 아연금속 음극은 전지 구동 시 나노입자가 불규칙하게 성장하고 부식이 일어나 이차전지의 에너지 밀도와 수명을 지속적으로 저하시킨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음극 내 낮은 아연금속 입자 밀도와 넓은 표면적이 전해액과의 부식반응을 가속화해 활성 아연금속과 전해액을 고갈시키는 것이다.

기존의 연구들은 이러한 수명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필요보다 20배 이상 많은 양의 두꺼운 아연금속을 사용하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수계아연전지의 최대 강점인 에너지밀도와 가격경쟁력의 저하를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

아연금속 전해도금 후의 표면 및 단면 미세구조 [사진=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이에 따라 KIST 이민아 박사팀은 수계아연전지의 에너지밀도와 수명 저하를 유발하는 부반응을 줄이기 위해 아연금속 음극의 미세구조를 제어했다. 이를 통해 상온에서 간단하게 합성할 수 있는 DES(Deep eutectic solvent, 깊은공융용매) 용액을 제조했다.

제조한 DES 용액은 콜린클로라이드(Choline chloride, ChCl)와 요소(Urea)를 1:2의 몰비로 혼합해 녹는점이 12℃인 액체 상태의 복합체가 되는 대표적인 DES 물질로 알려져 있다.

KIST 이민아 박사팀 연구진은 염화콜린(ChCl)과 요소(UREA)를 혼합해 친환경 공융용매(DES)를 제작했다. [사진=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진은 DES 내에서 아연과 구리 집전체 사이에 친아연성 구리-아연 합금층이 자발적으로 형성되며, 고밀도의 아연 입자를 성장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를 활용해 저비용·친환경인 DES용액에서 아연금속을 조밀하고 균일하게 성장시키는 전해도금 공정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제조한 아연금속 음극을 수계아연전지 시스템에 적용한 결과, 부식반응이 효과적으로 억제돼 7,000회 이상의 반복적인 충방전 이후에도 70% 이상의 용량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얇은 아연을 활용한 기존의 유사 연구들 중에 가장 뛰어난 결과이며, 상용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충방전 수명(1,000~2,000회)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KIST 이민아 박사는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인 ESS의 화재 안전성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수계아연전지의 상용화 핵심기술을 개발하게 됐다”며, “이번 고밀도 아연음극 제조기술은 특히,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DES 용액과 이미 산업 전반에서 널리 쓰이는 전해도금 공정이 결합돼 수계아연전지 대량 생산의 길을 열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이종호) 지원으로 한국연구재단 나노·미래소재원천기술개발사업, 개인연구사업(중견연구) 및 KIST 주요사업을 통해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에너지 및 환경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 ‘Energy & Environmental Science’ (IF:38.532, JCR 분야 상위 0.182%) 최신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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