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글로벌 자동차 업체, 中서 ‘영광의 날’ 끝나”
  • 한원석 기자
  • 승인 2024.09.05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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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장서 외국 브랜드 점유율 대폭 하락… BYD 등 세계시장 점유율 확대
중국에서 수입된 차량이 지난달 칠레 샌안토니오항에 늘어서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중국에서 수입된 차량이 지난달 칠레 샌안토니오항에 늘어서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약진하며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중국에서 누렸던 황금기가 끝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CNN 방송은 4일(현지시간)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중국에서 영광의 날이 끝났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 국내 전기차(EV) 제조업체의 급격한 부상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승용차 시장을 뒤엎고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를 적자로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최근 독일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의 수익 악화와 구조조정을 불러온 주요 원인이 중국 내 판매 부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폭스바겐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아르노 안틀리츠(Arno Antlitz)는 이날 독일 볼프스부르크 본사에서 직원들과 만나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비해 유럽에서 연간 50만대가 덜 팔리고 있다”며 “이는 (생산하는 규모가) 공장 두 곳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CNN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폭스바겐의 중국 내 판매량은 3년 전보다 25% 이상 감소한 134만대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적어도 2000년 이후 유지해 온 ‘중국 최다 판매 브랜드’라는 타이틀을 중국 업체 비야디(BYD)에 뺏겼다.

이러한 판매량 감소는 폭스바겐 뿐만 아니라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도 겪고 있다. 중국승용차협회(CPCA)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외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2년 전의 53%에서 20%p 떨어진 33%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중국에 진출한 해외 자동차 업체들의 수익도 압박을 받고 있다. 도요타 중국 합작사의 2분기 수익은 1년 전에 비해 73% 급감했다. GM의 중국 합작법인도 올해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017년 400만대를 웃돌던 미국 자동차 업체의 중국 판매량은 지난해 절반 수준인 210만대로 줄었다.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애널리스트들에게 “(중국에서) 돈을 버는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무한정 적자를 낼 수 없기 때문에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의 전기차 가격 전쟁 여파로 지난해 10월 일본의 미쓰비시 자동차가 수년간의 판매 감소에 따라 중국 합작사의 자동차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한 데 이어, 혼다와 현대차, 포드도 정리해고와 공장 폐쇄 등 과감한 조치를 취했다고 CNN은 전했다.

전기차 전문 컨설팅 회사인 던 인사이트의 CEO이자 자동차 업계 전문가인 마이클 던도 “(중국에서) 높은 성장률과 막대한 수익을 누리는 것은 끝났다”고 언급했다.

마이클 던은 이러한 변화가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2019년 12월 상하이에서 생산된 모델 3를 출시하면서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테슬라가 상하이에서 모델 3를 생산하면서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의 관점이 변화했다”면서 “하룻밤 사이에 기적이 일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테슬라의 이미지가 후발 주자인 중국 전기차 업체 BYD와 네오, 리 오토 등에 ‘후광 효과(halo effect)’를 일으켰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국이 전기차로 갑작스럽게 전환했다는 설명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4년 전 110만대에 불과했던 중국 전기·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량이 올해 1000만대를 돌파하며 중국 자동차 판매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 업체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전년 대비 60% 이상 급증한 400만대를 넘어섰다. CPCA에 따르면 이러한 수출의 4분의 1 이상이 전기차였다.

지난해 BYD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2022년 대비 62% 증가한 302만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폭스바겐은 26% 늘어난 102만대의 전기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팔았다.

이와 함께 중국 업체들은 글로벌 입지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BYD는 태국과 헝가리 등에 공장을 설립하고, 독일 유통 업체 ‘헤딘 일렉트릭’을 인수할 계획이다.

글로벌 금융회사인 UBS는 2030년까지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가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두 배로 증가한 약 3분의 1에 이를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유럽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을 가장 크게 잃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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