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 “매일 자리 맡아…3시간 넘게 자리에 오지 않기도”
프랜차이즈, ‘좌석 이용 시간 제한’ 등 대응 전략마련 부심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다중이용시설인 카페를 사유화하듯 장시간 점유하는 이른바 ‘얌체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불만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테이블 위에 칸막이까지 설치해 ‘개인 공부방’을 만든 사례가 최근 SNS를 통해 확산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23일 온라인커뮤니티에 따르면 한 스타벅스 매장에 거치대를 사용해 태블릿 PC 등을 설치하고 그 주변에 칸막이를 세워둔 사진이 온라인에 올라오며 누리꾼들 사이에서 카공족 논란이 재점화됐다.
사진을 보면 문제의 카공족은 태블릿 PC뿐 아니라 키보드·헤드셋·마우스 등 전자기기를 풀세팅한 것도 모자라 테이블 위에 칸막이까지 설치해 주변 시야를 차단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사진을 SNS에 공개한 누리꾼은 “해당 손님이 매일 이렇게 자리를 맡아두는데 정작 자리에는 없다”며 “이날은 내가 세 시간 머무는 동안 한 번도 자리에 돌아오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해당 사진은 순식간에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퍼지며 “공용 공간을 마치 개인 사무실처럼 쓰는 민폐 손님”이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스타벅스 코리아 관계자는 “사진 속 매장은 정확히 어느 매장인지 파악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고객분들의 매장 경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파트너(직원)가 별도의 안내를 할 수 있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 “카공족, 중소형 개인 카페에는 생존 위협하는 존재”
카페에서 장시간 공부하며 자리를 점유하는 카공족 민폐 논란은 사실 근래에 새롭게 문제로 부각된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프린터까지 들고와 테이블 위에 설치하는 등 개인 사무실처럼 사용하는 모습도 포착되며 온라인상에서 공분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카공족 문제가 또다시 불거지자 한일관계 뿐 아니라 사회 문제에도 쉼없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까지 카공족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서 교수는 문제의 카공족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린 뒤 “카페에서 이런 식의 민폐 논란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이라며 “최근 한 외국인과 스타벅스에서 미팅을 갖던 중 비슷한 상황을 목격했다”고 경험담을 소개하기도 했다.
서 교수에 따르면 당시 옆 테이블에 있던 카페 고객은 두꺼운 종이로 만들어진 칸막이를 쳐 놓은 채 꿀잠을 자고 있었다고 한다.
서 교수는 “이를 본 외국인이 정말로 의아해했다”며 “어떻게 공공장소인 카페에서 자기 영역을 마음대로 표시하고 저런 개인행동을 할 수 있냐며 고개를 갸우뚱해 민망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처럼 일부 얌체 카공족이 영업방해뿐 아니라 정작 카페를 사용하려는 고객들에게도 민폐를 끼치는 일이 빈번해지자 프랜차이즈 업계도 저마다 대응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다.
스타벅스는 지금까지 비교적 카공족 친화 매장 운영 방침을 유지해 왔다. 콘센트 및 USB 포트를 다수 배치하고 1인 좌석 비중도 높여 카공족 수요를 흡수하는데 주력해 왔다.
하지만 도를 넘은 카공족들의 행태에 매장을 이용하려는 고객에까지 피해가 번지면서 특단의 대책을 내놓는 매장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서울 중구의 한 스타벅스 매장은 최근 “30분 이상 좌석을 비울 경우 자리를 정리할 수 있으며, 장시간 자리를 비운다면 짐은 매장의 분실물 보관함으로 옮겨질 수 있다”는 안내문을 내걸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당 매장은 역세권에 위치한 곳으로 유동 인구가 많고 통창 구조의 쾌적한 분위기 덕분에 카공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매장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조치에 대해 스타벅스 코리아 측은 “본사 차원의 일괄적인 정책은 아니다”라며 선을 긋는 모양새다.
해당 매장에 한해 도난 사고 등 안전 문제가 발생해 부득이하게 예외적으로 이같은 안내문을 게시하게 됐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즉 모든 스타벅스 매장에 동일하게 적용된 조치가 아니라는 얘기다.
아울러 카공족들의 민폐는 중소형 개인 카페들에는 생존을 위협할 정도의 영업 방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소형 카페들의 경우 ‘테이블 회전율(고객 순환)’이 수익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에 개인 카페들은 매장 내 콘센트를 제거하거나 좌석 이용 시간 제한을 고지하는 방식으로 카공족들의 얌체 짓을 제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실제로 일부 카페에서는 장시간 자리를 비운 손님 물건에 ‘자리 비움 경고 스티커’를 붙이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하지만 동네 장사 위주의 개인 카페 업주들 사이에서는 “카공족을 향한 강력 조치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는 푸념도 나온다.

◆ 프랜차이즈 업계, 카공족 수용하는 ‘콘셉트 매장’도 선봬
반면 카공족들도 엄연히 비용을 지불하고 카페를 이용하는 손님인 이상, 아예 이들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매장 콘셉트를 가져가는 카페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할리스커피는 ‘라이브러리형 매장’ 전략을 내세워 카공족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개인용 스탠드와 칸막이가 설치된 좌석, 샌드위치·브런치 메뉴 확대 등은 공부·업무 고객을 주요 고객군으로 인정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평가다.
프랜차이즈 토프레소 등 일부 브랜드는 업무형 공간으로의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노트북 대여, 빔프로젝터 제공, 프라이빗 룸 운영 등을 통해 카공족을 민폐 고객이 아닌 댓가를 내는 정당한 고객으로 유도하며 오히려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카공족도 댓가를 지불하고 공간을 사용하는 만큼 카페 운영의 효율성과 수익 구조, 공공 공간의 사용 질서 등을 놓고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듯 하다”며 “프랜차이즈와 개인 카페 모두 카공족을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떻게 제한할 것인가에 대한 해법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