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겨눈 MBK·영풍의 ‘창’… ‘방패’ 든 현 경영진
  • 한원석 기자
  • 승인 2024.09.1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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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적대적 M&A 아냐” vs 고려아연 “왜곡에 법적 대응”
울산 정치권·소액주주 우군 등장에 MBK “고려아연 中에 매각 안해”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배경 등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대결이 격화되고 있다. 영풍과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겨눈 창끝에 최윤범 회장을 비롯한 고려아연 경영진이 맞서는 모양새다. 정치권과 소액주주 등이 가세하면서 상황은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MBK “고려아연, 부실기업 투자·주가조작 연루에 재무건전성 악화”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고려아연이 비정상적 기업 의사결정구조로 무분별한 투자를 단행해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우려되는 상황에 몰렸다”고 주장했다.

MBK파트너스는 최 회장 취임 후 고려아연의 금융권 차입부채가 2019년 41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현재 1조4000억원으로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 부회장은 “현금을 물 쓰듯 한 것”이라며 “예정된 투자 규모 등을 고려하면 올해 말에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순부채 포지션으로 바뀌게 된다”고 말했다.

MBK측은 최 회장 주도로 무분별한 투자가 이뤄졌다면서 그 예로 ▲완전자본잠식 기업에 매출액 200배 금액을 투자한 이그니오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혐의로 대표가 기소된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 ▲여행상품 플랫폼 기업 타이드스퀘어 등을 꼽았다.

특히 김 부회장은 원아시아파트너스 지모 대표가 최 회장과 중학교 동창이라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면서 “고려아연 모든 임직원이 받아가는 한 해 인건비가 3800억원인데 (원아시아파트너스에) 5600억원을 투자하면서 이사회 승인을 단 한 번도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적대적 인수합병(M&A)이라는 일각의 문제 제기에 대해 “1대 주주와 합의하에 고려아연의 1대주주 지위로 들어갔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하는 바이아웃”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MBK파트너스는 12일 영풍과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일가 등과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는 계약을 맺고 공개 매수에 나선다고 밝혔다. 현재 영풍이 보유 중인 고려아연 지분은 25.4%,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등 장씨 오너 일가와 영풍 계열사 코리아써키트, 테라닉스 등의 지분율이 7.7%로 모두 33.13%에 달한다. MBK파트너스가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14.6%의 지분을 확보할 경우, 의결권 없는 자사주 등을 제외하면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 지분율은 52%에 육박해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고려아연]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 “약탈적 기업사냥꾼의 악의적 왜곡… 공개매수 저지할 것”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이 제기한 주장에 대해 고려아연은 “약탈적 기업사냥꾼의 악의적 왜곡”이라며 “모든 수치를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먼저 고려아연은 ‘무분별한 투자로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MBK 측 주장에 대해 “6월 말 연결기준 현금은 2조1277억원, 총차입금은 1조3288억원으로 총차입금을 모두 상환해도 7989억원”이라며 “이 같은 순현금 상태는 12월 말에도 유지될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또 ‘고려아연의 재무건전성 악화 원인이 무분별한 투자 때문’이라는 주장에 대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당사가 투자한 기업은 당기순이익을 냈다”며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투자사 우량기업의 당기순이익을 제외하는 등 교묘하게 비틀었는데, 투자 기업의 총 당기순이익은 조단위”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려아연의 투자 관련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원아시아파트너스에 투자한 펀드들의 가치평가는 감사인인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아 금융당국에 공시까지 한 것”이라며 “그러나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자의적인 밸류에이션으로 손실액을 과장하고 부풀렸다”고 반박했다.

이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계열사와 협력사 임직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온 힘을 다해 MBK의 공개매수를 저지할 것이고 이 싸움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다양한 원료 및 에너지원을 가장 안전하고, 가장 친환경적이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세상이 필요한 형태의 소재와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고려아연의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내세운) 미션”이라며 “MBK가 고려아연을 경영하면 이 미션을 성실하고 유능하게 수행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대결과 관련해 울산 지역 정치권과 소액주주들은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규정하고현 경영진의 손을 들어줬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단순한 기업 간 갈등이 아니라 대한민국 기간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고려아연에 대한 사모펀드의 약탈적 인수합병 시도를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울산시민은 20여년 전 지역기업 SK가 외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자산운용과 경영권 분쟁에 휩싸여 있을 때 ‘시민 SK 주식 1주 갖기 운동’을 펼친 바 있다”며 “이번에도 울산 지역사회에서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을 펼치겠다”고 공언했다.

여기에 소액주주들도 현 경영진을 거들고 나섰다. 소수주주 의결권 플랫폼 ‘액트’ 운영진은 최근 고려아연 주주들에게 “고려아연과 같은 주주환원율 최고의 회사는 소액주주가 작은 힘으로라도 지켜내 ‘동학개미’가 때로는 회사와 함께 힘을 합쳐 위기를 이겨내는 사례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MBK파트너스와 손잡은 장형진 영풍 고문 일가와 비교해 자금력 면에서 밀린다는 평가가 나왔으나, 잇달은 우호세력의 등장으로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경영권 분쟁은 결국 18.4%라는 지분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현대차·한화·LG 등 대기업들이 어떻게 움직일지가 관건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이날 고려아연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6.16%(4만1000원) 상승한 70만7000원에 장을 마감하며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는 공개매수 목표가(66만원)보다 4만7000원 높은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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