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반발 커지면서 금융당국에 대한 압박도 점차 커지고 있어
회사의 ‘꼼수공시’ 막기 위한 당국 역할의 중요함을 보여주는 사례

[인더스트리뉴스 이주엽 기자] 코스피 상장사 이수페타시스가 호재와 악재성 공시 시점을 의도적으로 조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불신과 불만이 팽배해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뒤늦게 발표한 이수페타시스가 주가 급락이후 소액주주에게 경제적 손해를 전가한 ‘꼼수 공시’를 의도적으로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거세게 일고 있다.
호재 먼저, 악재 나중…공시 순서 논란일어
논란의 불씨는 이수페타시스가 지난 8일 오후 잇달아 올린 공시에서 비롯됐다. 이날 오후 4시 55분 이수페타시스는 신규 공장 신설 투자 계획을 발표해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했다. 시장은 이를 호재로 받아들였고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순식간에 급등했다.
하지만 주가가 상승한 지 1시간 정도 지난 이날 오후 6시 회사측은 유상증자와 관련된 악재성 공시를 발표했다. 불과 한 시간여 사이에 서로 엇갈리는 내용의 굵직한 공시 두건을 연달아 발표한 셈이다.
이수페타시스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5500억원을 조달한 뒤 그 가운데 3000억원을 투입해 코스닥 상장사 ‘제이오’의 경영권을 인수할 것이라는 전략을 드러냈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으며, 이후 주가는 큰 폭의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으로 치닫게 됐다.
이수페타시스의 이같은 기이한 공시 방식에 대해 투자자들의 비난이 쏟아졌음은 물론이다. 공시에 시차를 둬 호재는 시장이 열린 시간에 발표하고, 악재는 거래가 마감된 뒤 공개한 것도 의도적인 정보조작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결국 이수페타시스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2%나 폭락했으며, 이에 실망한 소액주주 약 700명이 소액주주 플랫폼에 모여 공동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증권가도 혹평…인수 시너지 의문 제기
증권가에서도 제이오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인공지능 가속기용 인쇄회로기판을 주력으로 하는 이수페타시스와 이차전지 소재 개발에 주력하는 제이오 간의 사업적 시너지가 단기간에 나오기는 어렵다는 것이 증권가의 판단이기도 하다.
메리츠증권은 이수페타시스의 목표 주가를 기존 5만4000원에서 3만2000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하는 한편 투자의견도 ‘매수’에서 ‘유지’로 변경했다. 시장의 반응은 너무나 냉정했고 차가웠다.
금융당국의 대응과 제도 개선 필요성
투자자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금융당국에 대한 압박도 커지고 있다. 공시의 시점을 의도적으로 조작할 경우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할 수 있어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론 마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 당장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제도 개선을 위한 내부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는 공시제도의 투명성을 높이고, 회사의 ‘꼼수 공시’를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