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결의 없이 가현문화재단에 120억 기부” vs “임종윤도 100억 이상 기부”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임종훈 대표 형제 측이 두 사람의 모친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3자 연합’ 측에 대해 잇따라 고발에 나서면서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15일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이날 서울 강남경찰서에 3자 연합과 이들로부터 의결권 권유업무를 위임받아 대행하는 업체 대표 등을 위계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3자 연합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업체와 공모해 회사 로고를 도용했고, 거짓된 정보로 주주들에게 잘못된 판단을 종용하는 사례들이 속속 확인돼 부득이 형사고발을 진행키로 했다”며 “제보 내용에서 ‘국민연금도 3자 연합으로 돌아섰다’, ‘유상증자 한다’ 같은 거짓 정보와 결정되거나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주주들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최근 3자 연합의 의결권 대리업체가 주주들을 방문해 제공한 인쇄물과 명함에 한미 로고가 버젓이 인쇄됐고, 경영진에 대한 명예훼손성 비방은 물론 거짓정보를 주주들이 믿도록 하기 위해 국민연금 등 정부기관까지 인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3자 연합 측은 명함에 최대주주 또는 3자 연합 측 의결권 위임 권유 대리인이라고 명시돼 있고 대리업체 상호도 적혀 있어 한미사이언스로 오인할 이유가 없다며 법무법인에서 업무 방해 행위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며 반박했다.
앞서 형제 측 인사인 한성준 코리그룹 대표는 지난 13일 송 회장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강남경찰서에 고발한 바 있다.
한 대표는 한미약품이 이사회 결의나 승인 없이 송 회장과 박 대표의 결정과 지시로 송 회장이 설립자이자 실질적으로 운영을 관장하는 가현문화재단에 ▲2022년 42억원 ▲2023년 60억원 ▲2024년 상반기 17억원 등 3년간 119억원의 기부금을 제공해 한미약품과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같은 기부행위는 특정인의 사익 추구를 위해 주주총회의 의결에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한미사이언스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는 가현문화재단이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형제 측 대신 송 회장·임 부회장 모녀 측에 의결권을 행사한 것에 기부 행위가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은 형제 측의 고발이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에서 재단의 의결권 행사를 막으려는 의도라며 반발했다. 한미약품은 임종윤 이사도 이사회 결의 없이 가현문화재단에 기부한 적 있다며 고발이 ‘자폭 행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달 28일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에서 3자 연합은 이사 정원을 11명으로 늘리고 신규 이사 2명(신동국 회장, 임주현 부회장)을 선임하는 등 이사회를 재편하려 하자 형제 측은 우호 지분 확보를 통해 부결을 꾀하고 있다.
한편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14일 보유주식 105만주를 거래시간 마감 후 장외거래로 매각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로써 임 대표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9.27%에서 7.85%로 변동됐다. 하지만 주주명부 폐쇄일이 지난달 22일이어서 오는 28일 임시주총에서 행사할 지분율(9.27%)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로써 14일 기준 지분 구도는 3자 연합 48.13%(신동국 회장 14.97%·송영숙 회장 5.70%·임주현 부회장 8.11%·한양정밀 3.95% 등), 형제 측 29.07%(임종윤 12.46%·임종훈 9.27% 등), 가현문화재단 4.95%, 임성기재단 3.07%, 국민연금 6.04% 등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