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 한미사이언스 이사수 11인 확대 정관변경 ‘반대’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경영권 분쟁 중인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가 이번엔 계열사 임대차 계약을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여기에 한미약품이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임종훈 대표를 고소하면서 오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양측의 샅바 싸움이 격화되는 분위기다.
26일 업계 등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 계열사 온라인팜이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위치한 예화랑 건물에 대해 올해 초 체결한 임대차 계약과 관련해 형제 측(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임종훈 대표)과 3자 연합 측(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부회장·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해당 계약은 임대차 보증금 48억원·월세 4억원·임대차 기간 20년에 더해 보증금인 48억원을 선입금한단 내용이 명시됐다.
형제 측은 “준공도 되지 않은 건물 임차를 위해 계약 체결 후 닷새 만에 48억원을 선입금한 것은 이례적이고, 온라인 판매 플랫폼 사업을 영위하는 도매 회사인 온라인팜이 이같은 규모의 건물을 임차할 필요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계약 조건대로라면 온라인팜은 향후 20년간 1000억원 규모 현금을 지출해야 한다”며 이 같은 사항이 온라인팜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 측은 해당 계약은 그룹 창립 50주년인 지난해 수립된 중장기 계획에 담긴 내용으로 문제 될 게 없다고 반박했다.
한미약품 측은 “당시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 컨슈머헬스 관련 플래그십스토어 운영을 계획했다”면서 “해당 건물은 리브랜딩 전략 실행 등에 적합한 공간이자 우수한 입지 조건을 갖춘 곳으로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이어 “당시 법무팀과 법무법인을 통해 충분히 리스크를 점검한 뒤 계약을 체결했다”며 “오히려 한미그룹에 유용한 방향으로 수립된 계약”이라고 했다.
형제 측과 3인 연합은 오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사 정원 확대와 신규 이사 선임 등 사안을 두고 표 대결을 벌인다. 다음달 19일에는 박재현 대표 해임 여부를 두고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가 열린다.
이날 한미약품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소하고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형제 측이 경영권을 쥔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18일 임주현 부회장과 박 대표·박명희 사내이사, 우기석 온라인팜 대표를 비롯해 모녀 측 우군인 김남규 라데팡스파트너스(이하 라데팡스) 대표까지 총 5명을 배임·횡령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한 바 있다.
한편 국내 의결권 자문 기관인 서스틴베스트는 3자 연합 측이 상정한 이사수를 11인으로 1인 늘리는 정관 변경안에 반대를 권고했다.
서스틴베스트는 보고서에서 “당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전체 주주가 아닌 특정 주주를 위한 이사회 규모 변경은 반대 사유에 해당된다”며 “이번 정관변경 안건은 전체 주주 관점에서 주주가치 증대를 위한 것이기보다 특정 주주를 위한 것으로 판단되므로 반대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앞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 글래스루이스 등 현재까지 보고서를 공개한 모든 의결권 자문기관이 3자 연합이 추진 중인 한미사이언스의 정관변경안에 ‘반대’를 권고했다고 한미사이언스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