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10곳 중 7곳, “내년 투자계획 없거나 미정”
  • 한원석 기자
  • 승인 2024.12.0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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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협, 500대 기업 투자계획 조사… ‘확대(12.8%)’보다 ‘축소(28.2%)’가 많아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대내외 경제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국내 대기업 10곳 중 7곳은 내년 투자 계획이 없거나 아직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122곳 중 83곳(68.0%)은 ‘내년도 투자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거나(56.6%), 투자계획이 없다(11.4%)’고 응답했다.

지난해 조사(49.7%)와 비교해 ‘계획 미정’은 6.9%p 늘었고, ‘계획 없음’도 지난해 대비 6.1%p 증가했다.

투자계획이 미정인 기업들은 그 이유로 ▲조직개편·인사이동(37.7%) ▲대내외 리스크 영향 파악 우선(27.5%) ▲내년 국내외 경제전망 불투명(20.3%) 등을 꼽았다.

투자계획을 수립한 기업(32.0%) 39곳을 대상으로 내년 투자계획 규모를 묻는 질문에는 59.0%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했으며, 올해보다 ‘감소’할 것이란 응답(28.2%)이 ‘증가’ 응답(12.8%)을 웃돌았다. 지난해 조사에는 투자 확대(28.8%)가 축소(10.2%) 보다 많았다.

투자 규모를 줄일 계획이거나 아예 계획이 없는 기업들은 그 이유로 ▲2025년 국내외 경제전망 부정적(33.3%) ▲국내 투자환경 악화(상법 등 지배구조 규제 강화 등·20.0%) ▲내수시장 위축 전망(16.0%) 등을 지목했다.

한편 전체 응답기업의 77.8%는 내년도 설비투자가 ‘기존 설비를 유지·개보수하는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답했다. ‘적극적으로 설비를 늘리겠다’는 응답은 18.9%에 그쳤다.

한경협은 “투자 양적인 면에서 내년도 투자를 늘리지 않겠다는 기업이 대부분(87.2%)이고, 질적 측면에서도 소극적인 유지·보수를 택한 기업이 다수(77.8%)”라며 내년도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들은 내년도 기업 투자에 큰 영향을 미칠 주요 리스크로 ▲글로벌 경기 둔화(42.9%)를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고환율 및 물가상승 압력(23.0%), ▲보호무역주의 확산 및 공급망 교란 심화(13.7%)가 뒤를 이었다.

국내 투자를 저해하는 가장 큰 애로 사항으로 ‘설비·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세금·보조금 등 지원 부족(37.4%)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 밖에는 ▲ESG(상법 등 지배구조·환경·사회) 관련 규제(21.3%) ▲설비투자 신·증축 관련 규제(입지규제 및 인허가 지연 등·15.0%)이 주된 애로 요인이라고 밝혔다.

국내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해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는 ▲자금조달 등 금융지원 확대(21.0%) ▲법인세 감세·투자 공제 등 세제지원 강화(16.9%) ▲지배구조 및 투자 관련 규제 완화(15.3%) 등의 순이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과거,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기업 투자가 위기 극복의 열쇠가 돼왔는데, 최근 기업들은 투자 확대의 동력을 좀처럼 얻지 못하고 있다”면서 “투자계획을 조속히 수립할 수 있도록 경영 불확실성을 크게 가중시키는 상법 개정 논의를 지양하고, 금융‧세제지원 등 과감한 인센티브로 적극적인 투자를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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