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감사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대해 채용 등 인력관리 실태와 관련해 직무감찰을 벌인 것은 위헌‧위법한 것이라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했다.
아울러 헌재는 선관위가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헌재는 27일 오전 선관위가 감사원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헌법재판관 8인 만장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했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 권한으로 생긴 다툼을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로, 헌재 재판관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인용 결정이 내려진다.
헌재는 “현행 헌법 체계하에서 대통령 소속 하에 편제된 감사원이 선관위에 대한 직무감찰을 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선관위의 공정성, 중립성에 대한 국민 신뢰가 훼손될 위험이 있다”며 “이는 대통령 등의 영향력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선관위를 독립적 헌법기관으로 규정한 헌법 개정권자의 의사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의 직무감찰이 헌법 및 선거관리위원회법에 의해 부여받은 선관위의 독립적인 업무 수행에 관한 권한을 침해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헌재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권한은 행정부 내부 통제 장치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다”며 “정부와 독립된 헌법기관인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는 물론 이들 헌법기관과 병행해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설치된 선관위도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또 “감사원법 제24조 제3항이 청구인(선관위)을 직무감찰 제외 대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선관위가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결론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헌재는 이같은 결정이 선관위의 부패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헌재는 “분명하게 할 점은 피청구인(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에서의 배제가 곧바로 부패행위에 대한 성역의 인정으로 호도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라며 “청구인이 피청구인의 직무감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 의한 국정조사와 국정감사 및 수사기관에 의한 외부적 통제까지 배제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선관위는 감사원이 2023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선관위를 상대로 실시한 채용 등 인력관리 실태에 관한 직무감찰이 헌법과 법률에 부여된 선관위의 권한을 침해했다며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사건의 시작은 2023년 5월 박찬진 전 선관위 사무총장, 송봉섭 전 사무차장 등 선관위 고위 간부들의 자녀가 경력직 채용과 관련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이에 선관위는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자체 검사를 벌인 뒤 이들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당시 선관위는 국회의 국정조사,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및 수사기관의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감사원의 직무감찰은 받아들이지 않으며,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기관이기 때문에 감사원이 직무감찰을 할 수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