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 기존 섬유 제조 공정으로 ‘웨어러블 전자기기용 와이어’ 개발
  • 정승훈 기자
  • 승인 2025.03.17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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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재료연구원 및 건국대 공동 연구 통해 탄소나노튜브 와이어 성능 검증 완료

[인더스트리뉴스 정승훈 기자] 웨어러블 전자기기는 스마트워치, 스마트 안경, 무선 이어폰 등 다양한 형태로 우리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이러한 기기의 핵심은 가벼운 무게와 긴 지속시간이며 이를 실현하려면 전기가 통하는 기능성 와이어의 발전이 필수적이다.

사진 앞줄 왼쪽부터 KERI 한중탁 박사와 KIMS 김태훈 박사를 비롯한 연구팀이 각각 CNT 용액 및 와이어, 목걸이형 슈퍼커패시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한국전기연구원]

이에 한국전기연구원(KERI) 연구팀은 ‘단일벽 탄소나노튜브(CNT)’를 활용한 고에너지 경량 와이어를 개발해 다양한 산업 연결에 청신호를 켰다.

한국전기연구원은 나노융합연구센터 한중탁 박사팀이 기존 합성섬유 제조 방식을 활용해 웨어러블 전자기기 핵심 소재인 ‘기능성 와이어’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17일 밝혔다.

KERI 연구팀은 기존 합성섬유 공정 방식을 그대로 따르되 CNT를 추가했다.

CNT는 강철보다 100배 강하고 전기 전도성이 구리에 버금가는 신소재다. 6각형 고리로 연결된 탄소들이 긴 원통형 구조를 이뤄 유연성도 뛰어나며 소량 첨가만으로 에너지 밀도를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 이는 전자기기를 구성하는 구리 양을 크게 줄인다.

하지만 CNT는 강한 응집 성질을 가져 유기용매 등에 분산 때문에 실용화가 쉽지 않았다.

이에 한중탁 박사팀은 △산소 기능기 도입 △산화 그래핀 첨가 △용액 방사 기술 적용을 포함한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CNT 표면에 유기용매와 친화적인 ‘산소 기능기’를 도입하기 위해 소량의 강산과 첨가제를 넣고 반죽해 섭씨 2℃에서 일정 시간 보관했다. 이는 CNT 표면 결함을 최소화하고 기능성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했다.

이후 100나노미터 크기로 제한된 ‘산화 그래핀’을 첨가해 CNT의 분산성을 높이고 방사 과정에서 노즐 막힘 현상을 줄였다.

마지막으로 기존 합성섬유 제조 방식처럼 다수의 작은 구멍을 통해 ‘CNT 용액’을 방사하고 상호 수소 결합을 통해, 거미줄처럼 하나의 가닥으로 접합하는 방식으로 기능성 와이어를 제작했다.

이번에 개발된 CNT 와이어는 한국재료연구원(KIMS)과 건국대학교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성능을 검증했다. 한국재료연구원 김태훈 박사팀은 CNT 와이어를 직물 형태 슈퍼커패시터로 제작해 성능을 평가했고 세계최고 수준의 우수한 에너지 저장 성능을 확인했다.

또한 건국대 이위형 교수 연구팀은 산소 기능기를 보유한 CNT 와이어가 유해가스 감지 센서로서 우수한 성능을 발휘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는 화재 진압이나 국방 분야 등 스마트 의류에 크게 적용될 수 있는 기능이다.

연구 결과는 우수성을 인정받아 미국 화학회가 발행하는 나노과학 분야 최상위급 SCI 학술지 ‘ACS Nano’에 논문이 게재됐다. 해당 학술지는 JCR Impact Factor 15.8을 기록하며, 나노과학 분야 상위 7.9%에 속하는 권위 있는 저널이다.

KERI 한중탁 박사는 “기능화된 CNT를 유기용매에 분산하고 용액 방사해 와이어를 만든 세계 최초 성과로, 가볍고 오래 가는 웨어러블 전자기기 산업 발전을 이끌 것”이라며, “꾸준한 연구를 통해 전기차나 드론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구리 와이어를 대체해 경량성과 에너지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KERI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이번 연구는 KERI 기본사업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창의형융합연구사업, 한국연구재단의 개인연구사업 등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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