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임금협상 타결 및 부지매각 등 철회 요구할 것”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한국GM(제너럴모터스)이 철수설과 트럼프발(發) 고율 관세 악재에 이어 노동조합의 파업 가능성까지 가시화되며 복합적인 위기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사측의 부지 매각 공표와 신차 부재 등 철수설이 표면화된데다 이에 반발한 노조의 전면 투쟁 선언, 임금협상 문제가 맞물리며 한국GM을 둘러싼 격랑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20일 민주노총 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노조)는 전날 역대 가장 높은 찬성률로 쟁의행위 투표가 가결된 가운데, 오는 27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한다고 밝혔다.
전체 조합원 과반이 찬성하고 중노위가 노동쟁의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해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앞서 노조는 지난 18~19일 전체 조합원 685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6042명이 찬성표를 던지며, 찬성률 88.2%라는 역대 최대 수치로 쟁의행위가 가결됐다.
노조 관계자는 “역대 최대 찬성률을 보면 조합원들의 민심이 확인된 것이라고 본다”며 “(중노위 조정 중지 결정으로) 파업권을 얻으면 올해 임금협상은 물론 사측이 최근 기습적으로 발표한 부지 매각 등을 조속히 철회하라고 압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노조 “사업 철수?…韓 정부와 재계약 협상서 우위 점하려는 것”
이처럼 수면 아래 가라앉아있던 한국GM 노사 갈등의 폭발은 예견된 결과였다는 게 완성차 업계의 중론이다.
한국GM 사측은 지난달 전국 9개 직영 서비스센터와 부평공장 내 유휴 자산 등 활용도가 낮은 시설에 대한 매각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징계 확정 판결을 받은 노조 지부장에게 사측이 해고를 통보하며 노사 갈등에 불이 당겨졌다.
이런 상황에서 노사 간 지지부진한 임금 협상은 갈등을 증폭시켰다. 실제로 수 차례 노사 협상 테이블이 차려졌지만 양측 교섭에는 소폭의 진전도 없는 상황이다.
한국GM 노사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9일까지 7차례에 걸쳐 임금 교섭을 가졌다.
노조는 월 기본급 14만1300원 정액 인상과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15%에 해당하는 1인당 4136만원 상당의 성과급, 여기에 2018년 이후 미뤄졌던 임금 회복 차원의 통상임금 500% 격려금 2250만원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현재 생산 및 수익 환경상 수용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일곱 차례나 만났는데, 노조 측 요구 사항을 일독하는 수준에 그쳤고 사측은 그저 재무제표가 이런 상황이다는 얘기만 했다”며 “회사가 3년간 영업이익 2조2000억원을 냈는데, 돈이 없다고 주장하는 게 말이 안된다. 내용이 겉돌며 지금까지 합의된 내용이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조의 이번 쟁의의 목표는 임금 문제만이 아니다. 한국GM 측이 공표한 전국 9개 직영 서비스센터 폐쇄 및 부평공장 일부 부지 매각 방침 등도 철회토록 만든다는 것이 노조측의 강력한 의지다.
노조 관계자는 “한국GM 사장에게 묻고싶다. 한국 자동차 제조사 중 직영 정비사업소를 운영하지 않는 회사가 있는가”라며 “어려움이 많았던 중견 3사 제조사인 르노코리아, KG모빌리티도 직영 정비사업소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사측의 이같은 결정은 기업의 이익만 챙기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법적, 제도적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 측은 특히 한국 정부와 미국 GM 본사 측이 약속한 사업 운영 만료 기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노조는 “사측은 2027년 말 종료될 한국 정부와 GM 본사와의 재계약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한국 정부의 일방적인 퍼주기식 지원을 기대한다면 그 헛된 꿈을 지금 당장 포기하라”고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앞서 한국 정부는 2018년 한국GM이 사업 철수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 GM과의 협상을 통해 한국GM에 8100억원 규모의 공적 자금을 지원했고, 그 대신 2027년 말까지 국내에서 사업을 철수하지 않기로 약속한 바 있다.
노조 관계자는 “미국 GM 본사가 한국GM 사업의 지속가능성 확보가 절박하다면 지금 당장 부평 공장과 창원 공장에 신차 투입 확정과, 스스로 멈춰버린 부평2공장에 대한 새로운 투자계획을 제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한편, 한국GM은 노사 갈등뿐 아니라 외부 여건에서도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 있다.
지난 4월부터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산 자동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수출 중심 구조인 한국GM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현재 한국GM 매출 가운데 수출 비중은 90% 이상이고 이 중 약 85%는 미국 수출 물량이다. 때문에 관세 부담으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면 생산 차질과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