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가짜뉴스 팩트체크, 경보시스템, 음모론 사전 차단 등 다양한 역할 할 수도
앞으로는 단순 정보 제공자에서 벗어나 거짓을 교정해주는 적극적 역할 수행해야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서 그에 따른 여러 가지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치 분야에서는 가짜뉴스나 딥페이크의 유포가 ‘유권자’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확증편향 현상이 심화되면서 극단적인 진영 대립도 우려된다.
특히 딥페이크나 가짜뉴스 생성은 더 이상 전문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과거에는 복잡한 ‘기술적 지식’이 필요했기 때문에 딥페이크나 허위정보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주로 프로그래머, 데이터 과학자 같은 전문가들이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AI가 전문가들의 ‘기술력’을 빠르게 대체하면서 일반인들도 몇 번의 클릭만으로 정교한 가짜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포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AI 시대와 함께 정치는 이전보다 훨씬 더 가짜정보에 의해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AI의 가짜뉴스로 인해 사람들의 판단력이 흐려지는 과정에서 보수와 진보의 이념 성향에 따라 정치적 진실과 거짓 구별 능력에 차이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흥미를 끈다.
몇 년 전 자료이긴 하지만,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연구팀은 우경화된 오보의 과잉으로 인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보다 정치적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이전인 2019년 1월부터 6월까지 온라인으로 참여한 1,204명의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연구팀은 2주마다 소셜미디어에서 높은 참여를 받은 10개의 진실과 10개의 가짜 정치 뉴스를 찾아 이를 바탕으로 한 20개의 진술에 대해 진실 또는 거짓으로 평가하고 그에 대해 얼마나 자신 있는지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보수 및 진보주의자 모두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뒷받침하는 주장을 믿는 경향이 있지만 진실을 거부하면서 거짓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보수주의자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보수와 진보 모두 사실과 관계없이 자기편에 유리한 것을 더 믿는 경향이 있지만, 공유된 정보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민감하게 반응하고 따져보는 정도는 보수 진영에서 뚜렷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은 미디어 환경에 따른 결과이며, 보수주의자들이 믿기 원하는 정보가 넘쳐나는 현실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박재형 2022).

이 연구는 현대 정치 환경에서 정보가 어떻게 소비되고, 왜곡되며, 그 결과 어떤 인식의 차이가 발생하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사례다. 보수 진영 사람들이 진보에 비해 가짜뉴스를 대하는 태도가 훨씬 더 느슨하고 엄정하지 못하다는 것은 거짓 정보에 노출될 때 그것에 ‘오염’될 가능성도 더 크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흥미로운 결론에 도달해 볼 수 있다. 이념 성향에 따라 가짜뉴스 판단 능력에도 차이가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는 보수 진영이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AI의 먹잇감이 더 되기 쉽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향후 대통령 선거 등의 정치 빅 이벤트에 진보 진영이 보수층을 향해 더 많은 ‘가짜뉴스’ 공격을 감행할 유혹을 던져주고 있다. 또한 정치적 성향이 진실과 거짓의 구별 능력에 미치는 영향은 정보의 공급 구조와 소비 방식에도 더 크게 좌우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에 비해 특정 성향의 미디어에서 정보를 소비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고 본다. 특히 미국의 경우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폭스 뉴스나 브레이트바트(Breitbart)와 같은 우익 성향의 언론에 의존하는 비율이 더 높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처럼 보수성향 사람들이 특정 ‘우익’ 미디어에 과도하게 노출될 경우 정보의 선별 및 흡수 과정에서 사실이 왜곡되었다고 해도 별다른 의심이나 ‘필터링’ 없이 그대로 믿거나 또한 믿으려고 ‘노력’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은 보다 다양한 정보 출처에 접근하며 상대적으로 팩트체크나 공신력 있는 언론 보도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편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이나 거짓 정보만을 ‘편식’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의 정보를 두루 접한 뒤 자신만의 ‘기준점’을 만들어 정치에 대한 인지적 균형을 이루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정보의 정확성에 대한 인식 능력을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연구 결과는 보수가 진보보다 더 지능적으로 떨어지거나 지식과 판단력이 열등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적 수준이 높을수록 자신의 ‘판단력’과 선택에 대해 더 깊은 확신과 맹신을 내보이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AI가 정치에 본격적으로 적용이 되면 AI를 통해 사람들의 판단 기준이 마련될 뿐 아니라 그것에 더 의존적이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AI가 생산 유포 확산하는 각종 거짓 정보들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깊게 사람들의 ‘뇌’속으로 침투할 것이다.
이렇게 정보의 편향성이 강화되고 음모론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가 무방비로 소비되면서 확증편향 현상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거짓 정보와 가짜 뉴스가 무차별 확산될 때 AI가 그 편향성과 왜곡을 막아주는 ‘방패’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전문가들은 AI 기반의 자연어 처리(NLP) 기술을 통해 뉴스 기사나 소셜미디어의 게시물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팩트체크를 수행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편향된 정보에 대한 경고 시스템도 구축해서 가짜뉴스 확산을 예방하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AI는 사용자의 정보 소비 성향을 분석해 다양한 관점의 기사를 제공해 줄 수 있다. 그 결과 사람들의 확증 편향 증상도 줄여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AI는 가짜 뉴스나 음모론의 패턴을 학습하고 이를 선별해 차단함으로써 허위 정보의 확산도 막아낼 수 있다.
이렇게 AI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실과 허구를 가려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AI가 단순히 진실과 거짓을 판별하는 기술적 도구에 그친다면 한계를 노정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 인식의 왜곡 문제는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구조와 문화적 맥락에서 비롯된다.
바로 여기에서 AI의 ‘진실 감별사’로서의 기능에 한계가 노출된다. AI가 단순히 거짓 정보를 선별해 필터링해주는 역할만 한다면 정보의 흐름을 그냥 열거나 닫는 디지털 신호의 0과 1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
AI가 만드는 가짜 뉴스는 인간이 만든 것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치명적일 수 있다. 빅 데이터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AI는 정보 제공의 균형자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사람들이 보다 비판적으로 정보를 소비하도록 돕는 인지적 교정 장치로 기능해야 한다.

정보 제공 균형자 역할과 기존 AI의 인지적 교정 장치를 예를 들어 설명해본다. 특정인이 미국 대선에 대해 검색을 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AI나 검색 엔진이 트럼프와 바이든의 정책 기사를 균형 있게 제공해 줄 것이다.
“트럼프는 이런 정책을 내놓았다”, “바이든은 이런 정책을 내놓았다”는 등의 결과물은 균형있는 정보 제공을 뜻한다. 이게 기존의 균형자 역할이다. 정보를 제공하고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단순히 0과 1로만 구성된다.
그런데 ‘인지적 교정 장치’ 역할은 0과 1 두 개의 선택지 외에 1.5와 같은 좀 더 다양한 결과물을 도출해준다. AI가 같은 정보를 제공하면서 추가적으로 비판적 해석을 덧붙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트럼프의 발언을 소개할 때 “이 발언은 과거에도 논란이 된 적이 있으며, 팩트체크 결과 일부 과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됨”과 같은 ‘코멘트’를 덧붙이는 것이다. 바이든의 정책 기사에 대해서도 “이 정책은 실제 시행 가능성이 낮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있음”과 같은 비판적 해석을 곁들이는 식이다.
트럼프 관련 딥페이크 영상이 유포되었을 경우에도 “이 영상은 AI가 생성한 것으로 확인됨”과 같은 경고 메시지를 첨부해서 사람들이 가짜 뉴스에 현혹되지 않도록 방어장치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즉 앞으로 AI는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디지털 0과 1의 기능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가짜 뉴스나 조작된 정보를 스스로 구분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딥페이크, 가짜뉴스 같은 왜곡된 정보가 AI로 쉽게 생성되기 때문에 AI가 오히려 그걸 바로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AI가 정치의 영역으로 오게 되면 단순히 정보의 진위를 ‘감별’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가짜와 거짓을 올바르게 ‘교정’해주는 역할까지 해야만 정치에도 효과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