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당심'과 한동훈 '민심'의 대결...지난 경선 홍준표 민심 10% 이기고도 윤석열에 패해
김문수 당원 지지 확보가 관건..."한동훈 패해도 아쉬울 것 없고 미래 보장 받을 것" 의견도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국민의힘 대선 경선 최종 결선에 진출한 김문수·한동훈 후보의 '데스매치'가 4월 30일 양자토론 단 한번으로 승부가 결정된다.
3차 최종 경선에 진출한 두 후보는 이날 오후 10시부터 1시간30분 동안 TV조선 주관으로 양자토론을 진행한다. 이후 국민의힘은 5월 1∼2일 당원 선거인단 투표(50%), 국민 여론조사(50%)를 진행한다. 그리고 최다 득표자는 3일 오후 2시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되는 전당대회에서 최종 대선 후보로 선출된다.
4월 30일 두 후보의 양자토론이 5월 3일 최종 후보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전 마지막 단판승부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토론회에 뜨거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의 토론회가 정책과 국가운영을 두고 치열한 논쟁을 하기보다 후보 개인에 대한 인신 공격 등이 난무했던 만큼 3차 토론회도 품격있는 정책 공방은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더구나 김문수, 한동훈 후보 모두 정책과 현안에 대해 깊이 있는 식견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만큼 더욱 '장외 이슈'를 중점적으로 부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점에서 토론회의 핵심 이슈는 두 가지로 모아진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및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의 단일화를 두고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먼저 윤 전 대통령 탄핵 책임론을 두고 그간 국민의힘 내부에서 뜨거운 논란이 이어졌다. 윤석열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김 후보는 국민의힘 후보 중 가장 선명한 반탄파이다. 반면 비상계엄 당시 당대표로 계엄해제를 주도한 한 후보는 가장 뚜렷한 찬탄파다.
이들은 지난 4월 24일 맞수토론에서도 탄핵을 두고 거세게 붙었다.
김 후보는 “대통령 선거를 다시 해야 하는 모든 책임과 시작이 한 후보에게 있다”고 힐난하며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배신자’로 표현했다. 반면 한 후보는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후폭풍을 감수하고 막았다”며 “잘못을 바로잡으려 할 때 김 후보를 비롯해 다른 분들이 제 옆에서 잘못을 막으려 노력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에 반대했던 김 후보와 찬성했던 한 후보가 최종전을 치르게 되면서 경선 막바지 '반탄파'와 '찬탄파' 간 세 결집이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에서 찬탄과 반탄으로 나뉘어 큰 논란이 벌어졌는데 이번 최종 3차 경선에서 당심의 확실한 기류를 읽을 수 있다. 이는 대선 본선에서 국민의힘의 전략과 방향을 정하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의 단일화 여부도 선명한 쟁점으로 부각될 것이다. 김문수 후보는 경선 초반부터 일관되게 한덕수 대행과의 단일화에 적극적이었다. 국민의힘의 한 전략 관계자는 "김 후보가 상황에 따라 자리를 양보할 의사마저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김 후보가 최종전에서 이겨 당 후보가 된다면 교황 선출방식인 콘클라베 형식으로 양측 관계자들이 모여 최후의 담판을 통해 대선후보를 정하자는 주장도 있다. 이는 한 대행이 무소속 출마 후 입당해 단일화 경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낙마하게 될 가능성을 사전에 제거해 확실히 한 대행의 경쟁력을 높여주자는 취지다. 이런 일종의 추대 방식까지도 김 후보측에서는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밝혔다.
그래서 김 후보가 최종 토론회에서 한 후보에게 단일화에 대해 더 확실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김 후보는 최종전에 진출한 직후 “한 대행이 입당해서 경선하는 2+1안도 있고 경선을 마치고 마지막에 단일화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단일화 찬성을 넘어 구체적인 단일화 방안까지도 언급한 것이다.
반면 한 후보는 한 대행과의 단일화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경선 진행 과정에서의 단일화에는 공감하지 않는다” 거리를 두고 있다. 한 후보는 한 대행과의 단일화와 관련해 24일 맞수토론에서는 ‘중립’ 의견을 냈고, 25일 토론에서는 ‘O’ 팻말을 들었다.
당 안팎에서는 한 후보가 한 대행과의 단일화에 응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현실적 상황이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후보가 내세우는 가장 차별적 지점은 자신이 비상계엄을 '몸으로 막았다'는 것인데 한 대행은 비상계엄을 의결한 국무회의 주요 멤버이자 내란동조죄 혐의까지 받는 '피의자' 신분이라는 점에서 단일화 결정을 내리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 대행과의 단일화에 응한다는 것은 결국 비상계엄에 '동조'한다는 결론밖에 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는 한동훈의 트레이드마크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부분이다. 그래서 한 후보로서는 비상계엄 문제만큼은 '요행'보다 정면돌파를 택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정치권에서는 김문수와 한동훈 중 누가 더 우세한지 확실한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선거를 많이 뛰어본 당 관계자들도 섣불리 우열을 점치지 못하고 있다. 2차 경선 결과가 공개되지 않아 더욱 암흑속 전투가 될 전망이다.
4월 27∼28일 진행된 당원 투표엔 76만5천773명 중 39만4명(50.93%)이 참여했다. 국민 여론조사는 5개 기관에서 6천명(역선택 방지 적용)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후보들의 순위와 득표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따라서 결선에 진출한 김, 한 후보 중에 누가 앞섰는지도 알 수 없다. 극소수 당직자들만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2차 경선 결과를 보면 3차 최종전도 어느 정도 예상해볼 수 있지만 그마저도 불가능하다.
일단 김문수 후보가 그동안의 지지율 1위 유지를 근거로 당심의 확실한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최종전에서도 선전할 것이라고 예상해볼 수 있다. 특히 홍준표 후보가 민심의 지지를 많이 받고 있음에도 탈락한 것은 주목해볼 지점이다.
홍 후보가 자신의 기대만큼 당심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고 그 표가 대부분 김문수 후보쪽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김 후보에 대한 당심의 탄탄한 지지를 의미한다. 그래서 한동훈 후보가 최종전에서 민심에서 앞설 수도 있지만 당심에서 크게 밀린다면 김문수 후보가 우세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지난 2021년 대선후보 경선 때 윤석열 후보는 선거인단에서 21만표를 얻었던 반면 여론조사는 37.9%를 얻어 환산으로 13만표를 얻었다. 하지만 홍준표 후보는 당시 선거인단에서 12만표를 득표해 윤 후보에 비해 거의 2배 뒤졌는데 여론조사에서 48.2%를 얻어 환산 17만표를 획득했다. 홍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10%포인트 앞섰지만 당 조직표 싸움에서 크게 진 것이 결정적 패인이었다.
현재 당 안팎에서는 한동훈 후보에 대한 '배신자' 프레임과 탄핵 찬성에 대한 책임을 물어 "당내 반탄 세력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후보로서는 당심의 열세를 민심 여론조사에서 얼마나 만회할지가 관건이다.
이는 곧 한 후보가 오늘(4월 30일) 최종 토론회에서 마지막 혼신의 힘을 쏟아야만 한다는 절박함과 연결된다. 그 동안의 '깐족거림'에서 벗어나 정책과 비전에도 강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미지 변신을 꾀해 차분하게 토론회를 이끌어 중도보수층의 표심을 확실히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를 할 수 있다. 오늘 밤 10시 30분 펼쳐지는 토론회 단판승부에서 한동훈의 토론 실력이 어느 정도 발휘될지 지켜보는 것이 관전포인트다.
국민의힘의 한 전직 당직자는 "한 후보로서는 보수정당 대선후보 경선 최종전까지 진출해 확실한 위상을 다졌고 최종후보도 될 수 있겠지만 3차전에서 패배하더라도 아쉬울 게 별로 없다. 탄핵 반대 기류가 지배하는 당심을 뚫고 열심히 싸워 미래를 확실히 보장받았다는 것 자체가 정치적 자산이다"라고 말했다.
김문수와 한동훈의 최종 데스매치의 승자에 따라 한덕수 대행의 정치적 명운도 확연히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저러나 대선 '본선'을 앞둔 국민의힘 후보 주자들의 지지율이 기대치에 못미칠 경우 당내 경선 '예선' 드라마도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