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지킴이'에서 '비상계엄 드러누워서라도 반대했을 것' 발언 '변심'으로 해석돼
김문수 '오락가락'이 지지율에도 영향..."탄핵은 과거, 대선은 미래 서사" 당원 선택 주목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이 빠지고 있다. 김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에서 꾸준히 보수진영 지지율 1위를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국민의힘 대선 경선 초반 정국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첫번째 지지율이 빠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4~16일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9%의 지지를 받아 1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국민의힘 후보들이 뒤를 이었는데 홍준표 후보 8%, 김문수 후보 8%, 한동훈 후보 6%였다. 안철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나란히 3%로 집계됐다.
특히 김문수 후보의 경우 일주일 전에 진행된 같은 기관 직전 조사(12%)에 비해 4%포인트 하락한 점이 눈에 띄었다. 오차범위(±3.1%포인트) 내 변동이지만 국민의힘 후보 중 변동폭이 가장 큰 편이었다. 홍준표·한동훈·안철수 후보는 각각 1%포인트씩 늘어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동안 1위를 달리던 김 후보의 지지율 하락은 향후 경선 판도와 대선 구도의 시그널을 선행적으로 읽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김 후보의 지지율 하락 요인을 몇 가지로 나눠 살펴보자.
먼저, 그동안 잠잠하던 홍준표 한동훈 후보가 본격적으로 경선 판에 뛰어들면서 그들에게로 지지율이 분산되는 측면이 있다. 특히 경선 불참을 선언한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의 표가 홍준표, 한동훈 후보 쪽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김문수 후보 지지율은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이런 분석보다 좀 더 구체적인 배경도 있다. 바로 김문수 후보의 '변심'이다. 김 후보가 탄핵 정국에서 갈 곳 없는 보수층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것은 지난해 12월 11일 국회의 긴급 현안질의에서였다. 이날 국무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비상계엄령 선포를 막지 못했다며 국무위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당시 대부분의 국무위원들이 일어나 허리를 굽혀 사과했지만 고용노동부 장관이었던 김문수 후보는 끝까지 자리에서 기립하지 않았다. 김 후보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음은 물론이다. 보수층에서도 "김문수가 그래도 의리가 있다"는 반응이 나왔고 극우 유튜버들도 환호했다.
이때를 계기로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은 1위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 지지율은 탄핵에 반대하던 보수층과 유튜버들이 적극 밀어올려 만들어진 결과였다. 그런데 최근 김 후보는 당시 일어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국회의원이 장관을 일어나라 마라 명령하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라고 생각해서 따르지 않았다'고 발언했다.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으려고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서영교의 갑질'에 따르기 싫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김 후보는 "내가 미리 국무회의에 출석했으면 (계엄에) 절대 반대했을 것이다. 드러누워서라도 반대했으면 이런 불행이 없다"라는 발언까지 했다. 윤 대통령 비상계엄에 분명한 반대 의사를 내지른 것이다.
김 후보의 이런 발언은 극우 보수층과 유튜버들의 '친윤석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됐다. '우리편인줄 알았는데 아니다'라며 배신감을 느낀 극우 보수층들이 떨어져 나가고 그것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실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 성격은 향후의 대선 판을 읽을 수 있는 선행지수가 아니라 과거의 이슈를 담아내는 정치적 반응의 리트머스지에 불과했던 측면이 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에서 김 후보의 윤 대통령에 대한 '의리'와 정의감이 부각되면서 그것에 보수 전통 지지층들이 반응했고 지지율 1위로 화답해준 것이다. 일종의 과거 서사인 것이다.

하지만 대선 경선은 대통령선거라는 '현재'의 최대 정치 이벤트다. 탄핵은 이미 '윤석열 지우기'에 나선 국민의힘 후보들의 예에서 보듯이 과거의 서사이고 대선판은 새로운 대권주자를 옹립하고 당이 생존해야만 하는 현재와 미래의 서사다. 그동안 김문수 후보를 지지해오던 전통 지지층들이 견고하게 그를 지지했던 것은 과거의 서사에 화답하는 것이었지만 대선판이 다가오면서 현실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할 것이고 '윤석열'과 '대선'을 분리해서 접근하려는 시도도 점증할 수밖에 없다.
최근 '윤석열 어게인'과 신당 창당 해프닝이 일어났을 때 국민의힘에서 강하게 반대하고 나선 것도 과거의 탄핵 서사를 지우고 미래의 대선 서사로 나아가기 위한 고육지책이자 가장 현실적인 선택일 수밖에 없다. 이런 과정에서 김문수 후보의 스탠스는 애매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권에서 장관을 지낸 김 후보의 정체성을 볼 때 '윤석열'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선을 생각하면 윤석열에만 매몰되어서도 안 된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과거와 현재의 서사를 오락가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한때 가장 강력한 '윤석열 옹호자'였던 홍준표 후보가 최근 변신을 하며 '윤석열 정권 책임론'을 거론하는 것과 유사한 행태다.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이 빠질 조짐을 보이는 것은 향후 다가올 대선 경선의 선행지수로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당원들이 과거 서사인 '윤석열'을 그대로 지지하며 '반탄파'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지, 아니면 현재와 미래 서사인 대선 승리를 위해 '찬탄파'를 지지할지 아직은 예단할 수 없다. 하지만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 하락 시그널은 국민의힘 당심이 윤석열을 뒤로 하고 미래로 나아가려는 단초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