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국민의힘이 5일 오후 7시경부터 의총을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선 후보 선출 3일만에 김문수 후보의 단일화에 대한 미온적 태도를 비난하며 갈등과 혼란을 노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당 지도부는 5일 범보수 진영의 '반(反)이재명 빅텐트'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김문수 당 대선 후보를 향해 조속한 단일화 결단을 촉구했다.
김 후보가 당 후보로 선출되고서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와의 단일화에 미온적인듯한 기류가 감지되자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압박에 나선 것으로 해석됐다.
이날 의총은 대선 후보를 선출한 5·3 전당대회 이후 첫 의총인 만큼 김 후보와의 상견례가 이뤄져야 했지만 김 후보는 참석하지 않았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대법원장 탄핵 검토 등을 비판하며 "이런 세력이 집권하면 이 나라가 어찌 될지 상상하기도 끔찍하다"며 "이번 대선에 우리 국민과 이 나라의 운명이 걸려 있다. 그런 만큼 지금은 대의에 따르는 모두가 하나로 뭉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4∼5일 안에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고 단일화 동력을 더 크게 키워야만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며 "그러나 우리 주위에 '시간을 끌면 우리 편으로 단일화될 수밖에 없다'며 안이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다 패배하면 국민의 삶과 이 나라의 미래는 어떻게 되겠나. 보수 공멸, 대한민국 폭망의 책임을 우리 모두가 오롯이 짊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권 위원장은 "당 후보로 선출된 김 후보나 김 후보 측 입장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당원과 국민이 김 후보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낸 이유가 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후보를 향해 "경선 초반부터 '흔들림 없이 단일화를 주장한 후보'라고 자신을 소개했고, 즉시 (한 후보를) 찾아뵙고 신속하고 공정한 단일화를 약속했던, 경선 과정의 다짐을 잊어선 안 된다"며 "지금은 당과 나라의 미래, 국민의 삶만 생각하며 모든 걸 내려놓을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오는 12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며 "우선 빅텐트에 동의하는 후보들부터 먼저 단일화를 이루고 점차 세력을 확장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에 아름다운 패배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승리를 위한 단일화의 길을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김 후보가 한 후보뿐 아니라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새미래민주당 이낙연 상임고문까지 포함해 단일화해야 한다고 밝힌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늦어도 오는 11일 전에 한 후보와의 단일화를 우선 완료한 뒤 다른 세력과의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총 개의를 앞두고 모인 의원들 사이에선 김 후보를 성토하는 날 선 발언도 나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김 후보의) 사기 행각”이라는 비판과 함께 “(김 후보를) 너무 믿었다”는 한탄도 있었다고 한다. '세입자가 주인 내쫓고 집 전체를 차지하려는 것'이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의총 전 국민의힘 4선 김도읍·김상훈·박덕흠·윤영석·이종배·이헌승·한기호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 전에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 시한을 넘길 경우 투표용지 인쇄를 시작하는 25일까지 지루한 협상으로 국민에게 외면받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국민의힘 4선 의원 전원은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가와 국민만을 생각하면서 신속하고 아름다운 단일화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며 “지금 국민의힘의 당면과제는 각자의 생각이 서로 다르다 해도 힘을 모으는 것이 먼저이며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면 이번 대선은 필패”라고 목소리 높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나선 건 김 후보가 단일화 협상에 시간을 끌면서 자칫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전당대회 후 이틀 새 김 후보가 “단일화 방식은 숨 좀 돌리고 말하겠다”(3일), “가급적 넓은 폭으로 모든 분이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4일) 등 여유로운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당 일각에서는 "김문수 후보 교체를 해야 한다"는 강경 발언도 쏟아지고 있다. 김 후보가 단일화를 앞두고 아무리 기선제압용이라고 하지만 당 전체와 각을 세우는 행보를 보이는 것에 대해 '막무가내식으로 당을 거저 먹으려고 한다'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하지만 김문수 후보측 지지자들도 당 전권 위임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국민의힘 후보 단일화는 시작도 하기 전에 권력나눠먹기 난장판으로 비화하고 있다. 점점 대선 승리와 멀어지는 행보에 대해 보수층의 불신과 비판도 점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