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읽기] 사람도 전략도 비전도 없는 김문수의 ‘3무 대선’
  • 성기노 기자
  • 승인 2025.05.13 10: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덕수 옹립’ 파동 책임져야 할 권성동도 고쳐 쓸 정도로 ‘사람이 없다’는 지적
김문수, ‘윤석열, 태극기 부대’ 스탠스 두고 오락가락...전통 지지층도 ‘흔들’
국민의힘 일부 의원 ‘태업’에 대선 관통하는 전략도 부재...비전은 ‘언감생심’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2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초반 스타트가 좋지 않다. 정치판 중진 정도 되면 유세 현장 한 번만 나가보면 그 선거의 승패를 대략 알 수 있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현재 단일화 후유증으로 의원들의 단일대오는 사실상 무너졌고 무력감과 패배감이 엄습하고 있다는 전언도 흘러나온다.

특히 김문수 캠프는 단일화 예선전에서 전력을 소진하면서 대선을 20여일 정도 남기고 여전히 어수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여의도 대하빌딩 6층 김문수 캠프는 마치 시장통을 방불케 했다. 대부분 60~80대 노령층들이 자리를 차지한 채 삼삼오오 모여 한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역대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이처럼 준비가 안 된 채 선거를 맞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문수 후보가 의총장이나 유세장에서 큰 절로 안간힘을 써보지만 그는 현재 사람, 전략, 비전이 부재한 3무의 대선 혼돈에 빠져 있다.

지난 12일 김문수 후보의 대구 서문시장 유세는 예상외로 분위기가 뜨지 않아 관계자들도 놀랐다는 후문이다. 대구 첫 유세 현장 치고는 썰렁하고 준비도 부족했다는 지적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의 당원 동원 의지가 없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단일화 과정에서 한덕수 전 총리를 밀어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과 함께 책임론 공방에 휩싸였던 권성동 공동선대위원장이 발언에 나서자 곳곳에서 ‘물러 가라’며 야유가 터져 나왔다. 이에 몇몇 당원들은 SNS 등을 통해 선대위에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당 일각에서는 “권성동이 유세장을 돌아다니면 다닐수록 표 떨어지는 소리가 더 커질 것”이라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김문수 캠프의 첫 번째 고충은 바로 사람의 부재다. 당원들이 ‘권영세-권성동’ 체제를 비토했다면 권 선대위원장도 물러나야 하지만 김문수 후보가 “대선 국면에서 부적절하다”며 정리를 하지 않는 바람에 지지층과 배치되는 행보를 보였다.

권성동 위원장을 자르지 못하는 것은 선대위에 정말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권 위원장이 4선으로 대선 판을 많이 뛰어본 경험이 있지만 차명진 김행 이혜훈 등 캠프의 주력 전략가들이 현장 정치를 떠난 지 오래된 사람들이라 더욱 인물난을 실감케 한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2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권성동 공동선대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2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권성동 공동선대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을 임명한 것에 대해서도 “사람이 그렇게 없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감지된다. 김 위원장이 개혁성향이 있기는 하지만 당 지도부에서 유일하게 ‘김문수 아웃’ 반대를 했기 때문에 그 보상으로 자리를 준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청년을 급할 때만 이용하고 용도폐기하려는 이미지 정치의 나쁜 예”라는 것이다.

여기에다 단일화 과정에서 친윤계는 김문수 후보와 척을 지면서 더욱 선거에 등을 돌리며 ‘태업’을 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일정 계파에 속하지 않은 중립성향 의원들도 지역별로 직책을 받기는 했지만 자기 선거처럼 뛰는 의원도 별로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중립성향 의원은 이에 대해 “선거운동을 하는데 솔직히 힘이 안 난다. 비상계엄과 탄핵 등을 거치며 당이 만신창이가 됐다. 이번 대선에서 후보가 국민의힘의 모든 과오를 깨끗하게 사과하고 홀가분하게, 마음을 비운 채 선거운동을 해도 국민들의 용서를 받을까 말까 하는데 지금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보니 유세장에 가면 어떻게 스탠스를 잡아야 할지 혼란스럽다”라고 말했다.

현재 김문수 후보를 둘러싼 여러 가지 어려움 중에서 가장 심각해 보이는 것이 바로 선거 전략이다. 앞서의 의원이 밝힌 것처럼 탄핵이나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전광훈 목사 등 태극기 부대와의 관계 등에 김문수 후보가 명확하게 입장을 밝지 않아 혼란이 더 가중돼 단일대오 형성이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김문수 후보는 12일 비상계엄에 대해 처음으로 국민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이에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등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김 후보는 “논의해보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선거가 20여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너무 한가하게 대응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특히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나 ‘출당’ 조치는 상당히 민감한 문제다. 김문수 캠프에서 만난 한 지지자는 이에 대해 “지금 여기에 온 사람들 중에 절반 이상은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다. 만약 김 후보가 윤 전 대통령을 내치거나 관계를 끊는다면 지지를 철회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김 후보의 비상계엄 사과에 대해 벌써부터 기권하겠다는 사람도 있다. 이번 선거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윤석열과 같이 가야 한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 5월 12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6층의 김문수 후보 선거 사무실 모습(사진 인물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이 없음). /사진=성기노 기자
지난 5월 12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6층의 김문수 후보 선거 사무실 모습(사진 인물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이 없음). /사진=성기노 기자

이렇게 비상계엄과 탄핵 등에 대해 지지층의 의견이 상충되고 충돌하다 보니 여론조사 결과가 좋지 않은 자료도 있다. 진보진영 김어준이 운영하는 여론조사 꽃이 지난 9~10일 전화면접을 한 결과를 보면 이재명 후보가 54%, 김문수 후보 21%, 이준석 후보 7%로 집계됐다(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이며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 후보의 지지율이 30%대 근처에서도 훨씬 밑도는 것은 국민의힘 전통지지층들이 김 후보 곁을 떠나 관망(또는 기권)하는 자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후보의 전략 부재는 “윤석열과 절연 없이 국민의힘의 새출발은 어림없다”는 지적이 빗발침에도 여전히 ‘윤석열과 태극기 부대’를 양 손에 쥐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김 후보의 전략 부재는 이번 대선을 상당 기간 준비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선전과 직결된다. 지금 비록 이 후보의 지지율이 10%대 아래로 떨어져 있지만 선거가 다가올수록 지지율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이준석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3자 대결’ 필승 전략을 자신의 지난 총선 ‘동탄 모델’에서 따오고 있다. 지난해 총선 때 이 후보는 거대 양당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를 모두 물리치고 ‘동탄의 기적’을 일궈낸 바 있다.

이준석 후보의 동탄 모델 전략은 간단하다. 일단 자신과 지지층이 겹치는 국민의힘 후보(김문수)의 지지율을 20%대 아래로 떨어뜨리는 것이다. 이탈한 표와 중도층 표심을 자신이 흡수해 40%대로 끌어올리게 되면 민주당 후보의 40%와 박빙의 대결을 펼칠 수 있고 또한 승리도 하게 된다는 전략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선대위원장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선대위원장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래서 이준석 후보는 당분간 ‘김문수 때리기’를 통해 그 ‘흐른 표’를 자신이 흡수해 가는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보면 ‘김문수-이준석 단일화’는 사실상 성립할 수 없다.

이준석 후보로서는 자신이 김문수 후보를 ‘흡수’할 가능성이 있다면 단일화 도박에 나서볼 수 있지만 지금으로선 ‘반탄파’ 김 후보와 합칠 명분도 실리도 없는 상황이라 완주하는 게 미래를 위해 더 낫다는 계산을 할 것이다.

김문수 후보는 선거운동 첫날 로고도, 후보 이름도 없는 점퍼를 입고 공개석상에 섰다.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후닥닥 선거판으로 뛰어든 것이다. 이렇게 준비가 안 된 상황에다 당 주류도 아니다 보니 주변에 자기 일처럼 헌신하고 뛰어주는 열정적인 사람(현역 의원)들도 잘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다 ‘윤석열과 태극기 부대’에 대한 입장을 두고 여전히 오락가락 하다 보니 대선을 관통하는 필승 전략도 없다. 사람도 없고, 전략도 없는 선거에서 비전을 찾는다는 건 물 빠진 우물에 양동이부터 던지는 격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