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효율 vs. 미래형 박막 태양전지 승자는?
  • SolarToday
  • 승인 2012.06.1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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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태 희 기자

 

지난해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와 함께 태양광 시장 역시 가격 폭락을 경험하면서, 그리고 결정질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이라는 높은 벽에 맞닥뜨리면서 시장은 또 다른 경쟁력을 가진 먹거리로 박막 태양전지에 집중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중국의 물량공세와 함께 결정질 태양광 시장이 그야말로 레드오션으로 등극하면서 한국만의 경쟁력으로써 박막 태양전지 기술 개발에 초점을 기울이자는 의견 또한 타당성을 얻었다.

실제로 올해 초 국내를 대표하는 대기업들은 시장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결정질 태양광사업 확대를 보류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함과 동시에, CIGS 박막 태양전지로의 사업은 꾸준히 이어갈 것을 전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생고방사와 합작 사업을 시작한 현대 아반시스를 비롯해 삼성SDI와 LG이노텍과 같은 국내 대기업의 CIGS 박막 태양전지 사업 확대 계획은 이미 지난해부터 거론되어왔다. 그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현대 아반시스는 100MW급 박막 태양전지 공장 건설 사실을 알렸으며, 당시 계획대로라면 올해 말부터 양산에 들어가겠다는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삼성SDI와 LG이노텍 역시 CIGS 태양전지를 향한 사업 계획과 연구개발 결과를 연이어 발표하며 당장이라도 박막 태양전지의 시대가 도래할 것만 같은 분위기를 형성시켰다.

물론 당시 발표가 계획대로 잘 진행될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들 기업들의 CIGS 사업을 없던 일로 하겠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최근 한 전시회에서 만난 삼성SDI 관계자는 “지금은 태양광 시장이 전체적으로 침체되어있는 상황에서 언제가 될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삼성SDI의 CIGS 박막 태양전지 사업은 언젠가 분명히 진행될 것이고, 지금은 가까운 미래를 위해 철저한 R&D로써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박막 태양전지의 충분한 성장 가능성을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역시 최근 한 언론 발표를 통해 올해 8월부터 CIGS 태양전지 양산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어 또 한번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결정질+박막 서로의 장점 살려 공생하는 시장 갖출 것

앞선 논리에서 미처 포함시키지 못한 전제가 몇 가지 있다. 첫째는 제조 공정이다. CIGS 태양전지의 경우 결정질 모듈과 비교해 제조 공정 단계가 단순하다. 예를 들어 롤-투-롤(Roll-to-roll) 방식은 인쇄공정과 비슷해 연속공정을 통한 대면적 제작이 가능하고, 이는 더 빨리 더 많은 양의 모듈을 생산할 수 있어 그만큼 시간과 비용을 더욱 낮출 수 있다. 폴리실리콘을 가공해 잉곳을, 잉곳을 절단해 웨이퍼를, 이를 또 가공해 셀, 모듈의 단계를 거쳐 필름을 부착해 마무리해야 하는 결정질 모듈과 비교하면 획기적이라 할 수 있다.

둘째로 기판 선택의 폭이 다양하다. 지난해 충청남도 예산에 25MW 규모의 생산라인을 구축한 바 있는 대양금속은 40여년간 쌓아온 자사의 스테인리스 스틸 기술력을 활용해 태양광 기판으로 활용했다. 여기에 롤-투-롤 방식의 생산설비로 제작해 약 2배 가까이 제조비용 절감을 구현했다.

기판을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즉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대양금속의 태양전지는 스테인리스 스틸을 기판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자유자재로 휘거나 구부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가볍다. 따라서 BIPV, 루프-탑(Roof-top) 설치에 용이하다. CIGS 태양전지 외에도 현재 연구 중인 박막 태양전지는 천이나 종이 플라스틱 등의 소재를 기판으로 사용한 예도 있어, 옷이나 가방, 휴대기기, 이밖에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적용이 가능하다. 때에 따라 모듈 자체를 두루마리 형식으로 말아 갖고 다니며 활용할 수도 있다. 바로 이 점이 전문가들이 말하는 박막과 결정질 모듈을 비교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취재 중 만난 한 기업 관계자는 “박막 태양전지가 향후 결정질 시장을 이길 것으로 보이느냐고 질문한다면 확실히 답할 수 없다”면서 “두 제품은 각자의 특성이 현저히 다르고 사용할 수 있는 분야 또한 구분되기 때문에 박막이냐 결정질이냐를 판단할 수 없으며, 가장 이상적인 미래는 이 두 가지 분야가 서로의 장점을 살려 공생해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 역시 “기존의 결정질 모듈을 박막 시장이 대체한다는 개념 보다는 CIGS와 같은 박막 태양전지가 필사적으로 장점을 부각시키고 경쟁력을 높여 생존할 수 있는 공간을 넓혀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며 앞으로 박막 태양광 시장의 선전을 기대했다.

 

CIGS 제조장비 최대 14.4% 효율 등장

이제 CIGS 태양전지에게 남은 숙제는 하나다. 고효율을 달성하는 것. 그리고 이 부분에 가장 중책을 담당한 분야갸 제조 장비일 것이다.

독일의 장비 전문기업 만즈(manz)는 국내에 14.4% 효율의 CIGS 태양전지 제조가 가능한 장비를 소개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결정질 태양광 모듈이 필드에서 평균 15%를 웃도는 효율을 발휘한다고 봤을 때, 만즈의 14.4%라는 수치는 박막 태양전지 시장 성장을 앞당기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만즈의 동남아시아 및 인디아와 한국 시장을 담당하고 있는 이인재 부사장은 “현재 시장에 출시된 박막 장비 중 가장 고효율 구현이 가능한 장비”라고 자사의 기술력을 소개하면서, “한국의 태양광 시장에서 CIGS 태양전지 분야의 성장이 기대되며, 그 성장을 함께 도울 수 있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CIGS 태양전지의 와트당 0.5달러 가격경쟁력을 실현하겠다는 누보선의 데이브 피어스 회장 역시 한국과의 비즈니스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 3월 솔라투데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결정질 대비 낮은 효율을 나타내고 있는 박막 태양전지는 조만간 15~16% 대의 높은 효율을 내놓을 것이며, 결국 높은 시장 점유율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누보선과 함께 윈-윈 전략을 구축하고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십에 한국 기업을 초대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누보선은 1.000만달러를 투자해 미국 캘리포니아 밀피타스(Milpitas) 지역에 40MW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이 생산라인으로부터 모듈 기준 11% 대의 효율 확보를 달성했다. 데이브 피어스 회장은 연 내 12% 대의 효율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14% 달성 또한 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래 태양광 시장, 한국만의 경쟁력을 키워야 할 때

취재를 하면서 느낀 것은 이번 기획기사의 시작이 어쩌면 너무도 편협한 편가르기 사상에서 나온 발상이 아니었을까 하는 점이었다. 결정질과 CIGS 태양전지를 두고 ‘누가 누가 이길까’ 하는 시선은 지금 시장 상황과 어울리지 않았다. 넓은 대지에 내리쬐는 태양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에서는 결정질 태양광 모듈을 설치하는 것이 적당할 것이고, 고층 빌딩이 즐비하고 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득한 도시에서는 BIPV나 다양한 소품에 적용할 수 있는 박막 태양전지의 활용도가 높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업계 관계자 모두가 입을 모아 피력한 사실은 ‘결정질 시장을 중국이 장악한 지금 우리 한국만의 경쟁력을 가진 무언가가 필요하고, 그것이 CIGS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 한 가지, ‘CIGS 태양전지의 상용화를 넘어 대중화가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날이 도적같이 이른다’는 성서의 말처럼 태양광 시장의 활성화, 너도나도 태양광에너지를 활용해 사용하는 시대가 언제쯤 찾아올까를 묻는다면 답은 미지수다. 그저 지금은 태양광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는 것 뿐. 너도나도 입을 모아 ‘분명히 올 것’이라고 말하는 그 날을 위해 기술을 연마하고 새로운 기술들로 자생력을 키워나가야 할 때다. 그저 먼 곳의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만 들으면 좋았을 과거 전화기가 현 시대의 휴대전화, 스마트폰으로 그 종류와 기능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무한해진 것처럼, 앞으로 태양광 시장에는 결정질, 박막 그 이상의 형태, 기능을 갖춘 제품들이 등장해 미래 도시를 밝혀줄 지도 모를 일이다.

“박막 태양전지가 향후 결정질 시장을 이길 것으로 보이느냐고 질문한다면 확실히 답할 수 없다. 두 제품은 각자의 특성이 현저히 다르고 사용할 수 있는 분야 또한 구분되기 때문에 박막이냐 결정질이냐를 판단할 수 없으며, 가장 이상적인 미래는 이 두 가지 분야가 서로의 장점을 살려 공생해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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