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흐름 지켜보는 중…공급 요구 있어 공급망도 검토"
주택을 투자와 소유 개념에서 거주의 개념으로 전환하는 사회적 합의도 중요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부동산 폭등에 관해 정책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목된다. 이 대통령의 부동산 대책은 주식 등의 대체 투자 수단을 활성화해 집값을 진정시켜보겠다는 발상으로 요약된다.
이 대통령은 1일 주식으로 대표되는 '대체 투자 수단'을' 활성화해 한국 경제의 부동산 자금 쏠림 현상을 해소하겠다는 정책 기조를 강조했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를 강화한 이후 이 대통령이 처음으로 공개한 관련 발언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시작하면서 "투자 수단이 주택 또는 부동산으로 한정되다 보니까 자꾸 주택이 투자 수단 또는 투기 수단이 되면서 주거 불안정을 초래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금융시장이 정상화하면서 대체 투자 수단으로 조금씩 자리 잡아 가는 것 같다"며 "이 흐름을 잘 유지해야 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부동산 정책을 적극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전략적 침묵'을 지켜왔다는 평을 듣는다. 세금 규제 중심이던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해석됐다.
이 대통령은 다만 과도하게 집값을 규제하기보다 주식시장 활성화 뜻을 밝히면서 "집값 문제도 지금까지의 민주 정부와는 다를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시장 저평가)를 해소하고 배당을 늘려 주식시장을 활성화하면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주식을 비롯한 여러 투자처로 분산될 수 있고, 이를 통해 집값 안정화와 국내 기업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게 이 대통령의 구상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 경제 특유의 '부동산 쏠림' 현상은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왔다. 환금성이 낮은 부동산에 자산이 묶이면서 내수 경제가 위축되고 가계 대출이 늘어나 금융 시스템의 불안정성을 키운다는 문제 의식이다.

이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기업과 시장에 친화적인 행보를 반복한 것도 이 같은 구상을 실행에 옮긴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평가된다.
이 대통령은 당선 직후인 지난달 11일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배당 촉진과 세제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며 "주가지수 5,000 시대를 활짝 열어가자"고 제안했고, 인공지능(AI) 전문가를 정부 요직에 발탁하고 현장을 방문하는 등 'AI 드라이브'에 박차를 가했다.
다만 이 같은 구조 개혁 방안이 성과를 낼 때까지 집값 문제가 국정 동력을 저하하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의 투자 다변화 정책은 당장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때까지 아파트 실수요자들의 동요와 혼란을 정부가 얼마나 다독이며 상황을 관리해나가느냐가 중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편,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자 금융당국은 지난달 28일부터 수도권 등에서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등 고강도 대출 규제 정책을 내놓았다.
대통령실과 금융당국은 이재명 정부의 '1호 부동산 정책'인 이번 대출 규제에 대한 시장의 반응 등 정책의 효과를 신중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상태로는 대출 규제(에 따른) 어떤 흐름이 나타나는가를 지켜보는 것으로 안다"며 "시장 상황과 여러 상황을 지켜보면서, 공급에 대한 요구가 있기 때문에 공급망에 대한 검토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당장 부동산 세제 개편을 검토하기는 어렵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서는 "제가 대답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라면서도 "대선 과정에서 대통령께서 여러 번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세제 개편 부동산 정책 실효성이 그다지 없었다는 인식과 함께 시장의 투자 유도 선순환 정책으로 집값이 서서히 잡힐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에 당분간 고강도 부동산 세제 개편은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경제계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주식 투자 유도'로 집값을 잡겠다는 전략에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장기적인 부동산 대책으로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부동산 불패 신화는 단순한 시장 신념이 아니라, 금융, 세제, 사회적 지위와 불평등 구조가 복잡하게 얽힌 결과물이다. 이런 복합적인 구조 속에서 자산이 부동산에 몰리는 것은 어쩌면 합리적 선택인지도 모른다"라면서 "하지만 주식시장 활성화만으로 자산 쏠림을 해소하려면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그런 합의는 형성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결국 핵심은 투자 수단의 다변화 유도도 중요하지만 주택에 과도하게 집중된 국가 시스템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재조정하느냐의 문제인데, 이재명 정부가 그 단초를 어떻게 해서든 풀어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성공하려면 투자 환경의 다변화와 함께 주택을 투자와 소유의 개념에서 거주의 개념으로 전환하는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노력도 중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