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출 잡자더니…한국은행, 직원에 3800만원씩 저리 대출
  • 이주엽 기자
  • 승인 2025.07.0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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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무주택 직원에 금리 3.4% 주택자금대출…외부 신용정보 반영 안돼
“가계부채 억제하겠다”는 정부 방침과 정면 배치…타 금융기관은 제도 폐지
올해 3월 경상수지가 91억4000만달러를 기록하며 23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사진 = 한국은행<br>
 가걔부채를 억제하겠다는 정부 방침과는 달리 한국은행이 내부 직원에게 수천만원을 저금리에 대출해온 사실이 들어나 물의를 빚고 있다 / 사진 = 한국은행

[인더스트리뉴스 이주엽 기자] 한국은행이 내부 직원에게 수천만 원 규모의 저금리 주택자금 대출을 지원해 온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 과열과 가계대출 급증을 우려하며 금리 동결과 통화 긴축 기조를 유지해온 한은이 정작 내부적으로는 부동산 관련 혜택을 유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은은 올해 1분기 기준 직원 112명에게 총 45억8000만 원 규모의 주택자금 대출을 집행했다. 1인당 평균 약 3800만 원이며 대출 금리는 연 3.4% 수준이다.

이 제도는 무주택 실거주 조건을 충족한 근속 1년 이상의 직원을 대상으로 하며 최대 5000만 원 한도에서 주택 구입 시 최장 20년간 원리금 분할상환 조건이 적용된다. 전월세 자금의 경우에는 계약 만료 시 일시상환 방식이다.

문제는 이런 사내 대출이 시중 대출 시스템에는 잡히지 않아 신용정보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컨대 일반인이 시중은행에서 대출 가능한 한도가 1억 원이라면 한은 직원은 사내 복지대출을 포함해 최대 1억5천만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이는 가계대출 총량 통제 원칙에 반하는 편법적 우회로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한은 내부 대출 금리는 시중 은행보다 낮은 수준이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예금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연 4.2%로 한은의 자체 대출보다 0.8%포인트 높다.

반면, 금융감독원은 해당 제도를 이미 2020년 폐지한 상태이며 시중은행 직원들조차 자사 대출이 불가능해 일반 고객과 동일한 조건의 대출을 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직원 주거 안정을 위한 복지제도이며 무주택 실거주 조건을 통해 갭투자 목적 대출은 차단하고 있다”며 “시중은행의 공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은이 부동산과 가계대출 과열을 막기 위한 금리정책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스스로는 예외적 혜택을 누리고 있는 셈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오는 10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금리 동결의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은의 복지제도는 또다른 정책 신뢰성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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