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침체로 어려운 소상공인에겐 ‘단비’ 같은 조치
대형마트 “권리없고 의무만…소비진작 효과 있을 것”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오는 21일부터 전국민에 최대 55만원이 지급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두고 유통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사용처가 소상공인 사업장으로 제한되면서 가맹점 위주의 편의점·프랜차이즈 업계는 매출 반등 기대에 반색하는 반면,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은 지원 대상에서 또다시 제외돼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심리 회복’이라는 큰 틀에서는 유통업계 전체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분위기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을 통해 오는 21일부터 1인당 15만~55만원의 소비쿠폰을 전국민에게 지급할 계획이다.
소비쿠폰은 관할 지자체에 등록된 연 매출 30억원 이하 소상공인 사업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동네 식당과 슈퍼, 전통시장, 프랜차이즈 가맹점(편의점·카페·치킨집 등)이 포함되며 면 지역의 하나로마트도 대상이다.
반면 대형마트, 백화점, 온라인 쇼핑몰, 배달앱, 프랜차이즈 직영점 등은 소비쿠폰 사용처에서 제외됐다.
이에 소상공인들은 이번 소비쿠폰을 통한 매출 상승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실제로 앞서 지급됐던 긴급재난지원금과 국민지원금 대부분이 음식점과 동네 마트 등에서 소비되며 매출 증대로 이어졌던 과거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긴급재난지원금 가운데 24.8%(1조4042억원)는 음식점, 24.2%(1조3772억원)는 마트·식료품점에서 사용됐다. 2021년 국민지원금도 동네마트·식료품점(28.6%)과 음식점(22.4%) 비중이 높았다. 이곳에서 쓰인 지원금은 각각 2조3897억원, 1조8776억원에 달한다.
요컨대 앞선 정부 지원금 중 두 차례 모두 절반가량이 음식점과 식료품점에서 사용된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긴 침체기를 겪은 소상공인들에게 이번 조치는 가뭄 끝 단비처럼 반가운 소식”이라며 “소비쿠폰이 지역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소상공인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도 소상공인들의 긍정적 반응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 카페 한 회원은 “요즘 장사 접으려는 가게가 한둘이 아닌데 소비쿠폰이라도 풀린다니 당장 숨통이 트일 것 같다”며 “우리 같은 영세 상인에게는 이런 정책이 체감 효과가 확실하다”고 적기도 했다.

◆ 대형마트‧배달전문 소상공인 ‘볼멘 소리’
하지만 대형마트 업계는 앞서 시행된 두 번의 지원금 사용처에서도 빠졌을뿐 아니라 이번에도 소비쿠폰 사용처에서 제외되며 불만을 터뜨리는 모양새다.
여기에 대형마트 등 대기업 유통 업계를 향한 정부의 물가 안정 압박까지 이어지며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7~8월 여름철을 맞아 라면, 커피, 빵, 김치, 아이스크림 등 주요 가공식품에 대한 할인 행사를 대형마트가 주도하는 가운데, 정작 이들에겐 별도의 정부 보상이나 인센티브도 마련되지 않아 ‘기업 팔 비틀기’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날 오후 농림축산식품부는 “7~8월 중으로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라면과 빵 등 소비자물가 체감도가 높고 원재료 가격 부담이 다소 완화된 제품 등을 중심으로 할인 행사를 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여름철 할인 행사는 정부가 주도하고 대형마트가 주축이 돼 진행된다. 참여 업체는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대형마트 3사와 GS리테일·농협 하나로마트 등이다.
업체별로 삼계탕, 냉면 등 간편식부터 라면·커피·김치·빙과류 등 가공식품을 위주로 할인 행사가 열린다. 현재 7월 할인 일정만 계획돼 있으나 협의를 거쳐 8월 이후로도 할인 행사를 연장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물가 부담을 낮추자는 정부 기조에는 공감하지만 대형마트가 소비쿠폰의 직접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데다 물가 안정 압박 부담까지 이어지며 (대형마트들만) 비용 부담을 떠안는 상황”이라며 “권리는 없고 의무만 잔뜩 주어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소비쿠폰 사용처에서 배달앱이 제외되자 배달을 중심으로 영업을 이어가는 소규모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역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프니까 사장이다' 카페의 한 회원은 “(소비자들이 식당에서) 소비쿠폰만 사용하느라 배달 매출이 엄청 떨어질 것”이라며 “배달만 전문으로 하는 사장님들은 소비쿠폰 소진될 때까지 단단히 각오해야 할 것 같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정부는 쿠팡 등 온라인 쇼핑몰과 배달앱에서는 원칙적으로 소비쿠폰 사용을 제한했다. 예외적으로 배달앱 가맹점이 자체 단말기를 사용해 대면 결제(만나서 하는 결제 방식 등)를 할 경우에만 소비쿠폰 사용을 허용했다.
이 카페 회원은 “대면 결제가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배달 전문 식당은 자체 배달 여력이 없어 자체 단말기를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정책 수혜 여부를 놓고 유통가에서도 서로 희비가 엇갈리고는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의 소비심리 회복과 내수 부양이라는 공통의 목표에는 유통 업계 전체가 뜻을 함께하는 분위기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그래도 소비쿠폰이 풀리면 전체적인 내수에 훈풍이 불 것이라는 긍정적 시각도 있다”며 ”소비쿠폰 사용으로 전체 소비 여력이 늘어나게 되고 전체 유통 업계에도 간접적 수혜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