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제2의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는 태양광시장에서 국내 셀&모듈 업체가 기회를 잡기 위해서 제품 단가 하락은 필수적인 요건임에는 틀림없다. 이를 위해 최근 국내에서는 태양광 제품의 단가를 낮추는 기술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에기연의 경우 올해부터 전체 시스템에서 단가를 줄이는 목표연계형 기술개발사업에 참여해 2017년까지 사업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에기연은 더 이상의 단가 하락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돼 온 셀&모듈 분야에서도 결정질 태양전지의 단가를 혁신적으로 낮추는 기술개발 과제를 진행해 관련 업계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100㎛급 박형 실리콘 웨이퍼 기술
송희은 선임연구원은 현재 결정질 태양전지 기술개발에서의 핵심 목표는 ‘저가화’와 ‘고효율화’ 두 가지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이 중에서도 고효율화 기술의 경우 기술개발에 성공해도 향후 양산라인에서 장비 구축 및 공정개발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에 시장성이 크지 않으면 사업화되기까지 많은 시일이 걸릴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저가화를 위해서는 소재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 검토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에기연은 단결정 태양전지의 소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웨이퍼 두께를 얇게 줄이는 기술개발을 진행 중이다.
“실리콘의 사용량을 줄이면 자연히 단가가 하락하지 않겠냐”는 발상이 이번 기술개발의 단초가 됐는데, 에기연은 이를 위해 기존 180㎛을 유지해 오던 실리콘 웨이퍼 두께를 100㎛급으로 대폭 줄이는 공정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송 선임연구원은 “전 세계 태양전지 기술개발 로드맵을 통해서도 향후 기판 두께가 계속 얇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2020년이 되면 그 두께가 100㎛급에 이르는 기술이 양산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면서, “그동안 국내는 외국의 선진기술을 따라가기에 급급했지만, 그들과 같은 출발선상에서 시작해 어깨를 나란히 견줄 수 있는 연구개발에 착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번 기술개발은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한편, 강기환 박사에 따르면, 이번 기술개발은 향후 기업으로의 기술이전이 즉시 가능할 정도로 사업성 높은 연구 과제라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가 개발 중인 공정은 기존의 공정 라인을 최대한 그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되고 있기 때문에 신규 투자비용이 적게 든다”면서, “양산 단계에서 기존의 장비를 거의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투자비용이 필요치 않아 기업들 입장에서도 상당히 시장성 있는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웨이퍼, 셀, 모듈에 이르는 턴키 개발 진행
웨이퍼를 100㎛급으로 얇게 한다는 것만으로도 주목받고 있지만, 에기연은 실리콘 기판을 얇게 자를 수 있는 공정 기술과 두께는 얇아도 기존 웨이퍼 수준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기술, 그리고 이 얇은 웨이퍼를 활용한 셀과 모듈 제조기술까지도 함께 턴키로 연구개발을 진행 중에 있다.
“웨이퍼 부문에서는 그 두께를 얇게, 셀 부문에서는 이 웨이퍼를 이용해 고효율 및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그리고 장비 부문에서는 사업화를 고려해 기존 장비라인을 활용해 웨이퍼를 얇게 자를 수 있는 기술 등을 각각 진행 중이며, 이 과제는 2012년에 시작해 2016년에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송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기술개발을 통해 상용화한 웨이퍼는 기존 180㎛급 웨이퍼와 두께 외에는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는 전제 하에서 기존 대비 약 40% 정도의 단가절감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는 “웨이퍼 두께가 얇아질수록 이송과정에 있어 파손 등의 발생 빈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해결하는 연구도 함께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Mini Interview>
“단가 절감, 에너지기술연구원이 이뤄낸다!”
Q. 최근 국내 태양광산업의 현황 및 향후 전망은?
전 세계 태양광시장은 지난해 말부터 호황기를 맞고 있다. 모듈 제조업체의 경우 24시간 풀가동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생산능력이 부족해 OEM까지 진행하고 있을 정도로 국내 대부분의 모듈 제조업체는 최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또한, 향후 태양광시장은 매년 1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의 경우 2000년대 초에 대규모로 보급된 태양광발전소가 이후 수명이 다하는 시기가 오면, 기존 발전시스템은 폐기 처리될 것이며, 그 위치에 다시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는 선순환이 진행되므로, 태양광시장은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본다.
Q. 에너지기술연구원이 국내 태양광 업계와 함께 진행 중인 기술 과제가 있다면?
최근 단가절감이 관련 업계에서 최고 화두가 되고 있는 만큼 국내 태양광 업체와도 이를 위한 기술을 개발 중이다. 현재 태양전지의 전면전극에는 은(Ag)이 사용되는데, 이 은이 생산단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를 구리 등으로 대체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Q. 국내 태양광 산업의 발전을 위해 선행돼야 할 기술개발 과제가 있다면?
결정질 태양전지에서는 다양한 기술을 접목해 효율 및 내구성을 향상하는 기술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고효율 셀을 모듈화하는 과정에서 미스매칭 기술로 인해 발전효율을 다시 낮추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셀 효율이 높아진 만큼 적절한 모듈화 기술을 개발해 높은 효율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데, 국내의 경우 셀 효율 향상 기술에만 집중하고 있을 뿐 모듈과의 매칭에 대한 연구는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향후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연구개발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본다.
이와 더불어, 태양광 폐모듈에 대한 재활용 기술도 지금부터 진행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국내의 경우 태양광 기술을 개발해 보급화하는 데에만 치중해 왔을 뿐 폐기물 회수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대량의 폐모듈이 발생할 시기가 머지않았다. 이미 1970~1980년대에 설치된 시설물의 경우 일부 폐기물이 발생하고 있으며, 2004년에 대규모로 설치했던 태양광발전소에서도 2025년 이후에는 대량의 태양광 폐기물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생할 예정이어서 지금부터라도 이를 재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및 정책적, 기술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 에기연에서는 자체적으로 태양광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기술을 2년째 개발 중이다. 우리가 현재 연구개발하고 있는 폐모듈 재활용 기술의 핵심은 모듈에 사용된 소재들을 회수하는 것이지만, 최종적으로는 태양광발전이 완료된 사이트에서 모듈을 철거하고 분해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듈 소재들을 회수함으로써 이를 다시 모듈로 생산하고자 한다.
Q. 정부 R&D 과제가 사업 완료 후 사업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점이 문제로 대두되는데, 이를 해결할 방안이 있다면?
에기연은 과제 진행시 경제성 분석을 통해 양산이 가능한 기술인지를 지속적으로 파악하며, R&D와 사업화 간의 갭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R&D 측면에서는 매우 좋은 기술이지만, 양산이 불가능한 기술일 경우 이를 계속 진행해야 할지를 반복적으로 점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R&D를 진행하는 연구기관의 입장으로서 당장 사업화되지 못한다고 해서 이를 반드시 중단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사업화가 이뤄지지 못하는 것은 장비 가격이 비싸다는 등의 이유 때문인데, 어차피 기술개발 과정에서 이를 해결하는 기술도 함께 개발하게 되며, 또한 일단 기술이 개발 완료되면 언젠가는 사업화될 수 있으므로 한층 장기적인 시선에서 R&D를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본다.
SOLAR TODAY 김 미 선 기자 (st@infoth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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