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값싸고 품질 좋은 모듈을 사용할 소비자의 권리
  • SolarToday
  • 승인 2016.04.1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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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모듈 선택권은 안녕하십니까?”

표와 같이, 현재의 전력판매제도 하에서는 자기 자본금 3억8,000만원을 투입해 REC 계약기간인 12년 동안 원금 및 이자상환과 운영 관리비용을 제하고 나면 수익은커녕 투자금도 전액 회수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12년 이후 남은 기간 동안 SMP로 인한 수익금을 기대한다는 일부 발전사업자들도 있긴 하지만, 장기투자 여력이 없는 사람들에 있어서는 태양광발전사업은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소비자 불만 키우는 국내 REC 입찰 제도
이처럼 현재 태양광을 통한 사업성이 열악하기 때문에 초기 비용 절감이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태양광발전사업자들이 투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값싸고 품질 좋은 태양광 모듈을 선택하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시장에서 유통 중인 중국 톱티어급 태양광 모듈의 경우 국산 태양광 모듈보다 MW당 5,000만원에서 1억원이나 가격이 낮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양광발전사업을 하려는 투자자들이 수입산 태양광 모듈을 선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REC 입찰 신청서를 작성할 때 의무적으로 모듈 제조국을 적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모듈 제조국을 기재하라는 것은 국산 태양광 모듈을 쓰지 않는 경우 불이익을 주겠다는 노골적인 압박과 다름 아니다. 따라서 10대 1일이 넘는 REC 입찰 경쟁에서 한국 이외의 모듈 제조국은 입찰에 참여할 엄두조차 못 내고 있으며, 한국의 소비자들 또한 모듈의 진입장벽을 허물어 달라고 공식적인 항의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관련 기관은 국산 태양광 모듈 메이커를 육성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제 소비자들의 생각은 이와는 다를 것으로 판단한다. REC 및 SMP 가격의 동반 하락으로 인해 수익성 역시 하락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마저 굳이 국산 태양광 모듈 제조업체의 입장까지 봐줘야 하냐며 원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의 태양광 모듈 제조사들이 중국기업들과 비슷한 가격대의 태양광 모듈을 판매할 수 있을 정도로 가격 경쟁력을 가진다면야 이 같은 불만이나 문제가 제기되지 않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왜 반드시 국산 모듈이어야 하나?
왜 국산 태양광 모듈 가격은 비쌀까? 태양광 모듈 제조사의 가격 경쟁력은 모듈 제조 공장 규모와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의 수직 계열화 여부에 달려 있다. 중국의 메이저 태양광 모듈 제조사들은 잉곳에서부터 웨이퍼, 셀, 모듈까지 수직계열화한 생산라인을 통해 연간 3GW 이상의 물량을 생산한다. 대부분의 한국 모듈 제조사들이 셀을 구입한 후 연간 100~300MW 규모의 모듈 조립라인만 가동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따라서 국내 모듈 제조사의 제조원가가 중국 제조사보다 대략 20% 가량 높은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 한국에서 1MW 규모 태양광발전사업 진행시 사업성 계산(2015년말
기준)
 
 
여기서 또 하나 짚고 넘어가 보자. 그렇다면 국산 태양광 모듈이 중국산 제품보다 품질 면에서 과연 더 좋을까? 태양광 모듈 품질은 원재료의 선택에서 결정된다. 중국 제조사보다 원가 경쟁력이 열악한 한국기업이 비싸고 품질 좋은 셀을 선택해 구매할 수 있을까? 상식적으로는 값싼 셀을 구매할 수밖에는 없다는 생각이다. 싸고 좋은 셀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 세계 태양광 모듈시장을 보면 1위부터 10위까지 대부분 중국 톱티어 제품들이 순위권 내에 포진하고 있다. 국내의 깐깐한 소비자들은 무조건 중국제품이라고 하면 신뢰하지 못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세계시장 내 소비자들의 선택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즉, 원료와 부품 소재를 수직계열화해 대규모로 생산되는 중국산 모듈의 인기를 국산 제품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비관세 장벽, 중국 진출시 진입장벽 된다!
최근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매년 18G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20GW에 가까운 태양광발전소가 건설됐으며, 구글과 애플사도 중국 태양광발전소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우리나라가 비관세 장벽을 유지하게 될 경우 국내 태양광 모듈이나 인버터 기업들이 거대 태양광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시장에 제품을 판매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한 국내 태양광 업체의 경우 중국시장 진출을 준비하면서 걱정이 많다. 한국의 비관세 장벽에 빗대어 중국 당국이 제품 인증신청서에 제조국을 기재하라고 요구하면서 수입을 막으려고 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관세 장벽이 곧바로 ‘차이니스 월’, 즉 중국의 장막으로 변할 판이다.

한국의 모듈 제조사에 유리한 지금의 정책은 소비자에 있어서는 불합리한 측면도 많다. 더구나 이런 류의 비관세 장벽은 국내 제품의 중국 진출시에도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한국의 태양광발전사업자들은 이 같은 부당한 정책에 항의할 권리가 있으며, 이제부터라도 불합리한 REC 입찰제도를 개정함으로써 소비자들이 값싸고 품질 좋은 태양광 모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태룡
해마루에너지 대표

SOLAR TODAY 편집국(st@infoth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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