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끝날 해운 호시기… 장기계약으로 채비 나서야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1.07.2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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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학술세미나에서 업계 전문가 머리 맞대

[인더스트리뉴스 최정훈 기자] 전례 없는 운임 급등에 호재를 누리는 해운업계가 지속적인 안정을 구가하기 위해 장기운송계약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해운조선물류산업 안정화를 위한 학술세미나가 7월 21일 웨비나로 진행됐다. 한국해법학회, 고려대 바다최고위과정 원우회, 선박건조금융법연구회, 고려대해상법연구센터가 공동으로 개최한 이번 행사는 코로나 사태 직후인 지난해 5월 처음 개최된 이후 이번이 4번째이다.

선사가 갑의 자리에 군림한 지금이 화주들과 상생모델을 논할 수 있다는 시각이 짙다. [사진=HMM]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수출이 잘되는 것만큼 호재도 없을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된 해운대란에 HMM 등 국적 선사 컨테이너선들의 만선 행보가 이제 놀랍지도 않다. 하지만 호황이 끝나면 불황이 찾아온다는 것이 숙명인지라 선사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과거 궤적을 되짚어봐도 호시기는 짧았고, 최근까지도 10년 가까이 불황의 늪에 빠져 있었다. 한진해운도 버티지 못할 만큼 깊고 길었다.

이에 지금부터 안정적인 화물 확보를 목표로 불황 채비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갑의 자리에 군림한 지금이 화주들과 상생모델을 논할 수 있는 적기라고 본 것이다.

선사는 일정한 화물을 꾸준히 실어 나를 수 있는 장기운송계약이 많을수록 부침이 적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간 장기운송계약보다 단기계약(스폿) 비중이 많았다.  

게다가, 장기간이라지만 안정성이 미흡했다는 평가이다. 고려대 김인현 교수는 “일본은 장기운송계약이 80%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50% 가량으로 알려졌지만, 양질의 계약이라 보기 힘들다”며, “통상 비공개로 계약이 진행되며, 매주 얼마씩의 화물을 제공하지 않고 3개월 기간 중 마지막 날 약속한 화물을 전달해도 가능하다는 맹점이 있어 예측가능성을 저해한다”고 설명했다. 

3개월 이상이라는 기간이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밸류링크유 남영수 대표는 “선사는 신조선을 20년 이상 운영해야 하는데 3개월이 장기간이라고 함은 온당하지 않다”며, “벌크선의 COA 계약을 기반으로 한 계획건조와 같이 국내 화주와의 장기운송계약을 기반으로 한 선박 조달과 경쟁력 있는 건조 자금 조달 방식이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다수 수출기업이 중소규모라는 점에서 지속적인 화물 조달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 가운데 소형화주들을 장기운송계약으로 유도하기 위한 방안이 제기돼 주목을 끌었다. 김인현 교수는 “손해보험협회가 공동보험을 대행할 때, 10여개의 회원사와 협회가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개별 화주협회가 소형화주들의 화물을 한데 모아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경우에도 화주협회(Shipper's association)가 계약주체가 된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운송주권 확보의 전제 조건

우량한 장기운송계약이 받쳐주면 국적 선사들은 선박과 컨테이너박스 등에 투자해 더 많은 선복을 확보하고 컨테이너 박스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이는 곧 상황에 관계없이 국내 수출기업들의 화물을 안정적으로 실어 나를 수 있는 운송주권을 강화한다는 것과 맞닿아 있다. 

현재 입이 쩍 벌어지는 운임을 속절없이 지불해야 되고, 그럼에도 선복 자체를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수출기업들이 많지만 정부, 민간 어디서도 뾰족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이 운송주권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해운업의 지속성을 위한 진지한 고민을 담은 실질적인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인현 교수는 “얼라이언스 체제하에서는 단순히 선박 보유 척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 운송에 이용되는 선복이 관건이므로 이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장기운송계약은 경쟁법 적용에서 제외된다는 점에서도 이점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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