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현 경영진과 영풍·MBK파트너스 간의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언젠가는 고려아연이라는 회사가 중국에 넘어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이번 분쟁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측의 경영권 갈등을 소개하면서 “한국 울산에 있는 고려아연의 온산 제련소와 이 회사의 독자 기술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면서 “이는 전 세계 정제 아연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으로부터 독립된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희망을 보여주는 보석(crown jewel)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모펀드인 MBK가 한국 및 일본과의 압도적인 유대와 투자를 강조하며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하더라도 중국에 팔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같은 약속에도 불구하고 고려아연 및 동맹 세력의 수사학(rhetoric)을 줄이지 못했다고 WSJ은 평가했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MBK를 기업사냥꾼으로 규정하고, 이들이 경영권을 장악할 경우 회사의 핵심기술이 해외로 유출돼 한국의 산업 경쟁력은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 회사의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수석 엔지니어들은 MBK가 승리할 경우 사임하겠다고 위협했다고 이 매체는 진단했다.
고려아연을 둘러싼 대결이 격화된 이유는 중국으로의 잠재적인 기술 이전 가능성과 광물 시장에서 중국의 우위가 확대되는데 따른 서방의 우려 때문이라고 WSJ은 분석했다. 서방 관리들은 중국이 공급망을 혼란에 빠뜨리거나 시장에 공급을 과도하게 공급함으로써 불공평한 경쟁의 장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기업 등에 광물·에너지 정책에 대해 조언하는 이안 새치웰은 WSJ에 “미국은 중요 및 전략 광물에 대한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의 위험을 인식했기 때문에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방의 노력에도 니켈에서 코발트, 리튬에 이르기까지 광물에서 중국의 우위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리서치·컨설팅 회사인 우드 매켄지(Wood Mackenzie)에 따르면 아연은 미국이 중요하게 여기는 광물 중 하나로, 중국의 시장 점유율이 49%에 달한다. 고려아연과 그 관계사는 지난해 전 세계 제련된 아연 생산량의 8.5%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해 김광일 MBK 부회장은 MBK가 과거 인수한 한국회사를 중국 투자자에 매각한 적이 없고 MBK 투자자 중 중국 투자자는 5% 미만이라면서 “핵심기술을 중국 회사에 이전하는 것은 고려아연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사모펀드는 인수한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것인데, 이에 반하는 일을 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고 WSJ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