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나 시스템LSI 사업을 분사하는데 관심이 없다(not interested in spinning off)”고 언급해 주목된다.
로이터통신은 윤석열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동행해 필리핀을 방문한 이재용 회장이 7일 자사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파운드리) 사업 성장에 굶주려 있다(We are hungry to grow the business)”며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이 회장이 파운드리 사업 분사 가능성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기존의 메모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파운드리나 시스템 LSI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앞서 이 회장은 2019년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내놓으며 2030년까지 대만의 TSMC를 추월해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만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입하기로 했고, 2021년에는 기존 계획에 38조원을 더해 총 17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에 정통한 여러 소식통들은 삼성전자가 고객으로부터 대규모 주문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가 다른 고객들을 위해 칩을 설계하고 제조하는 사업이 수요 약화로 인해 연간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입고 있으며, 세계 최대의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인 한국 회사의 전반적인 실적을 끌어내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로이터가 검토한 애널리스트 9명의 평균 추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와 시스템 LSI 사업에서 3조1800억원(약 24억 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두 사업으로 올해 2조800억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애널리스트들은 2017년 삼성전자가 메모리 제조와 설계 사업을 분리했지만, 파운드리 고객들은 삼성전자가 설계 부서와 기술 기밀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을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 엔지니어 출신인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원칙적으로 삼성전자가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얻고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파운드리 사업을 분할하는 것이 좋다”면서도 “파운드리 사업부가 메모리 사업부의 재정 지원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독립 사업으로 살아남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 회장은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짓고 있는 새로운 반도체 공장에 대해 “변화하는 상황 때문에 조금 힘들어졌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이에 대해 그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고 삼성전자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부연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테일러 공장 프로젝트의 가동 일정을 당초 2024년 말에서 2026년으로 늦추고, 고객 수요에 따라 단계적으로 운영을 관리하겠다고 밝힌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