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출수수료, TV 시청자 수 감소·소비 침체 여파에 ‘뜨거운 감자’ 부상
홈쇼핑 측 “‘강제성’ 없는 협의체 결과로는 문제 해결에 한계있어”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TV홈쇼핑 업체와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간 채널 송출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며 끝내 '블랙아웃(방송송출 중단)'이 현실화된 가운데, 당국이 송출수수료 논의 테이블인 대가검증협의체를 수시로 열기로 해 주목된다.
하지만 홈쇼핑 업계에서는 ‘강제성’ 없는 협의체로는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며 협상 당사자인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사업성 제고’를 선행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실정이다.
6일 TV홈쇼핑 업계 등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채널 송출에 관한 갈등 해결 기구인 대가검증협의체 회의를 열어 각 사업자가 가이드라인을 준수했는지 점검하기로 했다.
회의에서는 '홈쇼핑 방송 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을 각 사업자가 준수했는지, 대가 산정 협상에서 고려할 요소가 적정했는지 등을 검토키로 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송출 중단과 관련해서 홈쇼핑 방송 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이 지켜지지 않은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고, 추후 시정명령 등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앞으로 있을 다른 홈쇼핑 업계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간 사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신중하게 파악하고 있다"면서 "송출 중단 상황이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주 1회 개최하던 대가검증협의체 회의를 이번 송출 중단 사태를 계기로 수시로 열기로 결정했다.
송출수수료는 TV홈쇼핑 업체가 SO를 포함해 유료방송사업자(위성·IPTV)로부터 채널을 배정받는 대가로 지불하는 일종의 자릿세다.
하지만 TV홈쇼핑 측은 이같은 협의체의 활동이 매년 불거지는 송출 수수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TV홈쇼핑 한 관계자는 “대가검증협의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결국 강제성이 없는 결과”라며 “어차피 협의는 양측(홈쇼핑-SO)이 또 다시 해야 한다.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상황을 봐야 하겠지만 협의체 결과가 협의 도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케이블TV 사업자들은 미디어 소비 환경이 변화하며 가입자 수는 계속 줄어들고 적자는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이들은 1995년 사업을 시작한 이후 30년동안 적자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상품을 만들거나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등의 시도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케이블TV 사업자들의 매출 가운데 송출수수료가 50%를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역 권역 방송이라는 특수성도 있겠지만 다른 수익사업으로 확장할 생각은 않고 오직 TV홈쇼핑 송출수수료에만 매출 구조를 기대온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 홈쇼핑-SO 간 송출수수료 논란…결국 ‘블랙아웃’ 불렀다
앞서 CJ온스타일은 5일 자정부로 케이블TV 사업자 3곳의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딜라이브와 아름방송, CCS충북방송은 이날부터 블랙아웃 상황을 맞고 있다. 양측은 연초부터 이어온 송출수수료 협상에서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이같은 상황이 초래됐다.
CJ온스타일을 포함한 TV홈쇼핑 메이저 4사 가운데 송출수수료 문제로 블랙아웃까지 치달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J온스타일은 TV홈쇼핑 업황 악화 등을 이유로 송출수수료를 내려달라고 요구했으나 해당 SO들은 수수료 인하는 불가하다며 대립해왔다.
현재 CJ온스타일은 SO를 비롯해 유료방송사업자 18곳과 협상을 하고 있다. 때문에 협상 결과에 따라 향후 블랙아웃 상황이 얼마든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제는 이같은 갈등이 CJ온스타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나머지 홈쇼핑인 메이저 3사 역시 SO와의 협상이 여의찮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롯데홈쇼핑은 딜라이브와, 현대홈쇼핑은 IPTV 사인 LG유플러스와 각각 송출수수료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대가검증협의체 구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GS샵 역시 아직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밀고 당기기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 100원 벌면 71원이 송출수수료…법적 분쟁 양상도
현재 이들 메이저 4사를 포함해 NS홈쇼핑, 공영홈쇼핑, 홈앤쇼핑 등 TV홈쇼핑 7개 법인 기준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5조5577억원으로 전년(5조8721억원) 대비 5.4% 줄었다.
이 가운데 방송 매출액은 2조8998억원에서 2조7290억원으로 5.9% 감소했다.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방송 비중도 2019년 56.5%, 2021년 51.4%, 지난해 49.1% 등으로 매년 하락 추세다.
매출이 줄며 수익성도 악화됐다. 지난해 TV홈쇼핑 7개사 영업이익은 3270억원으로 전년(5026억원) 대비 34.9% 감소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호황을 맞은 2020년(7443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셈이다.
하지만 TV홈쇼핑 업체들이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지불하는 송출수수료는 지속적으로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TV홈쇼핑 7개사 합산 송출수수료는 1조9375억원으로 방송 매출액의 71.0%에 이른다. 방송으로 상품을 판매해 100원을 벌면 이 가운데 71원이 수수료인 셈이다.
다만 유료방송사업자들도 이른바 ‘코드커팅’ 현상을 겪으며 TV 시청 인구 감소라는 위기를 겪고 있어 양측 간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는 상대적으로 영세한 케이블TV 사업자에 더 큰 영향을 미치며 TV홈쇼핑 측의 송출수수료 인하 요구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케이블TV 업계는 CJ온스타일이 독단적으로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케이블TV협회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SO의 영업권을 심각하게 위협할 뿐 아니라 유료 방송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국민의 기본 시청권마저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회 측은 CJ온스타일이 기존 계약 방식과 가이드라인을 무시한 채 60% 이상의 수수료 인하를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갈등은 법적 분쟁으로도 이어지는 양상이다. CJ온스타일로부터 송출 중단을 통보받은 CCS충북방송은 방송 송출 중단을 정지해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오는 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심문기일이 열릴 예정이다.
딜라이브 등도 가처분 신청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는 가처분 결과를 지켜보면서 송출 중단이 계속 이어진다면 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