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지사도 "내수 진작해야…송년 모임 권장"
"헌재 판단 남아있어 소비위축 지속될 것" 전망도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국민 여러분의 연말이 조금 더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취소했던 송년회, 재개하시길 당부드립니다. 자영업, 소상공인 골목 경제가 너무 어렵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직후 한 발언이다.
16일 유통‧식품업계에 따르면 정치권발(發) ‘계엄 리스크’가 일단락되며 소상공인들 사이에선 얼어붙었던 소비심리가 다시 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번지고 있다.
특히 연말 특수를 겨냥해 지역경제를 살리려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앞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느닷없는 ‘비상계엄’으로 송년회와 연말 행사 등이 잇따라 취소되는 등 연말특수가 사라지면서 소상공인들은 대목 시즌을 통째로 날릴 것이란 위기감이 팽배했다.
실제로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10일부터 사흘 동안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개인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 163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8.4%는 "비상계엄 선포 후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송년회를 재개해 달라’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읍소도 계엄사태로 인한 내수 경제 위축이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고사 직전까지 치닫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살리기 위해 정부뿐 아니라 지자체도 나서 소비심리에 온기를 넣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계획했던 연말 모임과 행사를 진행해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을 응원해달라"고 당부하며 "정부도 민생과 현장 속에서 국민과 기업인과 함께 하겠다"고 했다.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도 같은날 시·도 부단체장 화상회의를 열고 “내수 진작을 위해 전국 지역 축제와 공무원 송년 모임 등을 예정대로 진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시‧도지사들도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분위기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16일 오전 간부회의를 열고 탄핵 시국으로 얼어붙은 민생경제 살리기를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자영업자 10명 중 9명의 연말 매출이 반토막 났다고 한다"며 "탄핵 시국으로 민생경제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오래 지속되지 않도록 민생경제를 살릴 방안을 최대한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우선 광명시는 공직사회를 중심으로 연말 모임 취소 등으로 매출이 크게 줄어든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 나서기로 했다. 각 부서의 연말 모임과 회식을 활성화하는 한편, 각종 위원회와 간부회의를 식당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또 시 유관 단체와 기관들이 송년회를 적극 실시하도록 격려하는 한편, 매식 또는 물품구입 선결제를 시행해 골목상권에 우선 돈이 돌게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시흥시도 시청 주변 식당 활성화를 위해 공직자들이 주 1회 이상 구내식당 대신 지역 식당을 이용하도록 했다. 또 월 2회(둘째 및 넷째 금요일) 구내식당 운영도 중단한다.
최대호 안양시장도 이날 오전 간부회의를 열어 주 1회 구내식당 대신 시청 주변 식당 이용을 권장하고, 취소했던 연말 회식을 적극적으로 재개하라고 각 부서에 독려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따른 ‘긴급 민생안정대책 회의’를 열어 소상공인과 도민의 일상회복·경제적 충격 완화를 위한 예비비 투입 등 민생 회복을 위한 신속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김 지사는 공무원과 유관기관에 “연말연시를 맞아 어려운 골목상권과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살리기를 위해 연말 모임을 통해 상생의 분위기를 만들 것”도 당부했다.
이에 앞서 순천시는 지난 10일부터 유현호 부시장을 대책반장으로 한 ‘민생 안정 대책반’ 운영에 들어갔다. 대책반을 통해 서민생활과 지역경제 안정을 위한 분야별 안정대책을 수립하고 추진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김영환 충북지사 역시 내수 진작을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김 지사는 이날 도청 소회의실에서 열린 민생안정 확대간부회의에서 "탄핵 정국의 한파가 연말연시를 덮치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체감 경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며 "예산의 조기 집행 등과 함께 내수·소비 진작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달라"고 힘줘 말했다.
김 지사는 특히 "내수 진작을 위한 노력은 비난받을 이유가 없는 만큼 연말 송년 모임 등에 적극 참여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휴가도 권장해야 한다"며 "공무원 여러분도 조금의 흔들림 없이 대한민국 개혁의 중심에 서는 일에 함께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와 국회, 지자체 등이 내수 진작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소비심리가 일순간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3일 내놓은 '2024년 12월 최근경제동향(그린북)'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물가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가계·기업 경제 심리 위축 등 하방 위험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게다가 헌법재판소의 판단도 남아 있어 소비심리 위축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암울한 분석도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과 이에 따른 대통령 선거 가능성도 아직 남아 있어, 이 모든 정치적 혼란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불확실성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이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