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인사 과정에서도 대상자 '관상'으로 진급 여부 결정 의혹도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결심한 배경을 두고 여러가지 설들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무속인들의 조언을 받고 '계엄 실행' 날짜를 정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TV 토론회에서 '손바닥 왕자' 논란을 불러 일으켰고 그 후 건진법사 천공, 그리고 역술인을 자처하는 명태균씨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국정 운영에 무속 개입 의혹이 불거지게 한 장본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도 무속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23일 조선일보는 안산에서 역술인 활동을 하는 노상원(62·육사 41기·예비역 육군 소장) 전 정보사령관이 '윤 대통령이 올해 운이 좋으니 이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조언을 했다는 사실이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가 경찰 진술을 토대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노 전 정보사령관이 “계엄 두세 달 전쯤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운(運)이 트이니까 이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고 조언하자 김 장관이 이를 듣고 기뻐했다”는 것이다.
당초 김 전 장관은 “미국 대선 등 굵직한 현안이 많다”며 올해 비상계엄 선포에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역술인 노씨가 ‘윤 대통령의 운’을 이유로 지난 3일을 ‘거사일’로 택일하는 데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씨는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윤 대통령 사주팔자·관상을 근거로 조언했다”고 태연하게 말했다고 한다. 심지어 경찰 수사관들에게조차 “관상이 좋다” “당신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경찰들은 자신들의 관상·사주를 파악하려는 노씨를 무시했다고 한다.
노 전 사령관은 현역 시절부터 사주명리·관상 등 역술에 관심을 보였고, 2018년 여군 성추행으로 불명예 전역한 이후로는 역술·무속 등에 종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노씨는 현역 시절 계룡산 등을 다니며 10년 동안 사주팔자를 공부했고, 작명에도 능해 지인들 사이에서 ‘남자 보살’로 불렸다고 한다. 경북 문경 출신인 노씨는 대전고를 나왔고 1981년 육사에 수석 입학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노 전 사령관이 운 인사 과정에서도 대상자를 관상으로 '선별'했다고 보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령관 재직 시절에도 부하들의 진급 여부를 관상을 참고해 결정했다는 증언도 있다. 보통 군 인사는 별도 위원회 판단을 존중하는데, 노씨는 대상자들을 직접 만나 ‘관상 면접’을 하고 “얘는 관상이 좋으니까 되고, 얘는 나빠서 안 된다”는 식으로 말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노 전 사령관이 비상계엄 실행에 대한 '길일'까지 잡아주었다거나 군 재직 시절에도 관상으로 인사를 결정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이번 비상계엄 사태는 무속인들이 세세한 계엄 설계까지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검찰이 불법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일명 ‘건진법사’ 전모씨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전씨는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활동하고 윤 대통령 부부와 친분이 있었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전씨는 2018년 경북 영천시장 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경선에 출마한 후보자 등 지역 정치인으로부터 1억원 상당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17일 체포됐다가 영장실질심사에서 영장이 기각된 바 있다. 검찰은 전씨가 공천 헌금 명목으로 자금을 받았는지 조사하고 있다. 전씨는 해당 후보자에게 돈을 돌려줬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건진법사라는 이름의 무속인으로 활동하며 윤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고문으로 활동했다고 알려졌다. 김건희 여사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의 고문 명함도 받은 정황이 보도된 바 있다. 2022년 1월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의 팔과 어깨를 두들기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전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 친분을 과시하며 이권에 관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윤석열 정권 들어 무속 논란이 계속 제기되는 과정에서 검찰이 건진법사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앞으로 다른 무속인들에게도 검찰의 수사가 들어갈지 관심을 모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윤석열 정권의 국정운영에 무속인들이 결정적 순간마다 등장하긴 했지만 비상계엄 선포하는 국가 위기 상황에까지 역술인이 개입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그동안 국가의 중대사 결정에 무속인들이 얼마나 개입했는지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드러나는 정황과 의혹만 봐도 알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왜 그렇게 무속인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돼 국가 운영에까지 의존하게 되었는지 그 의혹을 규명하는 것이 이번 비상계엄 사태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