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X 등 양사 갈등 해소 기대...공동사업 따라 갈등 커질 우려도
방사청, KDDX 갈등 진화 못해 지적받기도...원팀 구성에 부담 가중

[인더스트리뉴스 홍윤기 기자] 방위사업청 주도로 국내 해양 방산 양대 기업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해외 함정 수출사업에서 ‘원팀(One Team)’을 꾸리게 됐다. 국내에서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 방식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던 양사가 이번 원팀 발족으로 협력 관계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하지만 원팀이 해외 수주를 위해 공동개발 등 협력에 나설 경우, 양사간 분쟁 발생 가능성이 오히려 커질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이미 국내외 사업을 통해 유사 사례가 적지 않게 불거져 왔기 때문이다. 이에 원팀을 이끄는 선장격인 방위사업청의 부담도 가중되는 분위기다.
방위사업청은 25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함정 수출사업 원팀 구성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은 “양해각서 체결이 한국 방산업계가 동반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고 세계 무대에서 더 빛나기 위한 발걸음 이자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K-함정 수출, 더 나아가 글로벌 해양안보 구축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도 아낌없이 원팀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원팀 구성은 HD현대중공업이 수상함 수출사업을, 한화오션이 수중함 수출사업을 주관하고 상대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방사청은 이를 통해 함정 수출사업 분야 협력을 넘어 공동개발 프로젝트 등의 협력으로 혁신과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업계에서도 현재 KDDX에서 사업자 선정방식을 두고 갈등을 빚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협력 기반이 마련됐다며 반기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신장이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위원은 "방산 수출을 위해 국내업체들이 손잡고 상생한다는 것은 긍정적이고, '윈윈'효과를 이뤄낼 것으로 보인다"면서 "(업체 간)함정 건조 경쟁이 심화하게 되면 결국 해군 전력에도 차질을 빚는데 KDDX가 대표적 사례였지만 이러한 문제점도 해결될 단초를 얻게 됐다"고 평가했다.
양사의 해외 사업 협력은 그야말로 반가운 소식이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방사청의 리더십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점도 그중에 하나다.
방사청은 지난해 사업규모 7조8000억원에 이르는 KDDX 사업이 1년간 지연되는 과정에서 한바탕 리더십 논란에 시달린바 있다. 방사청이 사업 주무부처임에도 불구하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첨예한 법적 대립을 방관했다면서 업계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달 4일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실이 개최한 국회 토론회에서는 KDDX 사업지연과 관련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중) 누구에게도 미움을 받기 싫어하다 모두에게 미움을 받게 됐다"며 방사청을 질책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새나오기도 했다.
참여 업체간 갈등으로 인해 사업이 난관에 봉착한 경우는 국내외 사례에서 적지 않아 방사청의 어깨가 더 무거워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다시 도래한 셈이다.
한 예로 영국의 퀸엘리자베스급 항모 개발사업은 다국적 컨소시엄이 참여했으나, 업체 간 이해관계 충돌로 설계 변경과 비용 증가, 연구개발 기간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해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표적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공동개발에 따른 분쟁사례가 눈에 띈다. 한국형 구축함 2단계 사업(KDX-Ⅱ) 당시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당시 현대중공업)가, 상세설계 및 함정 건조계약은 한화오션(대우조선해양)이 맡은 바 있다.
하지만 그 이후 초도함 충무공이순신함을 인도하는 과정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수중방사소음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귀책사유를 놓고 양사간 갈등이 불거지고 말았다. 다만 이같은 분쟁을 겪으면서 업계에는 새로운 관례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됐다. 즉 기본설계를 맡은 회사가 상세설계·초도함 건조를 함께 맡는다는 나름의 업계 관례가 정립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