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기준 국내 현금 사용도는 10%로 40개국 가운데 29위

[인더스트리뉴스 이주엽 기자] 현금 없는 사회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신용카드와 간편결제 등 비현금 지급수단 이용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지폐와 동전 등 실물화폐 사용은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2024년 지급수단·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성인들의 현금 이용 비중은 15.9%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41.3%) 대비 25%포인트(p) 이상 줄어든 수치다.
반면 신용카드(46.2%)와 체크카드(16.4%), 모바일카드(12.9%) 등 전자지급수단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계좌이체(3.7%)와 선불충전금(2.7%)은 아직 비중이 작지만 꾸준히 이용이 늘고 있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는 체크카드를 선호했고, 30~50대는 신용카드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60대 이상은 여전히 현금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의 카드 발급 제한과 디지털 기기 활용 어려움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지갑 속 현금도 줄었다. 국민 한 사람이 지니고 다니는 현금은 평균 6만6000원으로 최근 3년 사이 약 7000원 증가했지만 이는 물가 상승 수준과 유사하다.
한국은행이 인용한 글로벌 결제 서비스 업체 ‘월드페이’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현금 사용도는 10%로 40개국 중 29위에 해당했다. 주요국 평균(23%)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일본(41%), 스페인(38%), 독일(36%) 등은 여전히 현금 이용 비중이 높은 반면 노르웨이(4%), 스웨덴(5%), 캐나다(6%) 등은 현금 사용도가 낮은 ‘디지털 선진국’으로 분류된다.
현금 사용 감소는 일상 속에서도 감지된다. 무인 키오스크 매장, 현금 없는 버스, ATM 감소가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지난 2021년부터 ‘현금 없는 버스’를 시범 운영 중이며 인천, 대전, 대구, 제주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도 현금 승차 폐지를 도입하거나 검토 중이다.
ATM 기기 수도 급감했다. 2020년 8만7000여 대였던 ATM은 2023년 기준 8만 대 이하로 줄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실물화폐 발행을 중단할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종렬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디지털화폐는 정전이나 통신 장애 시 작동하지 않을 수 있어, 실물화폐는 여전히 필요하다”며 “현금은 신뢰 기반의 지급수단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