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쉬운 경기부양 위해 부동산 과잉투자 용인했던 과거의 정책 관행 벗어나야

[인더스트리뉴스 이주엽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경기 회복이 시급하지만 구조개혁 없는 부양책은 장기적으로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지나친 통화완화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특히 부동산 시장 과열 우려를 거론하며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창립 제75주년 기념식에서 “단기적인 경기 부양에만 의존하면 실물경제 회복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성장잠재력 하락을 막기 위한 구조개혁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은 연율 기준 약 7%가 상승했고 금융권의 가계대출도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이런 상황을 근거로 “기준금리를 과도하게 낮추는 것은 오히려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총재는 또 “손쉬운 경기부양을 위해 부동산 과잉투자를 용인했던 과거의 정책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하며 향후 외환시장 역시 글로벌 불확실성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 중반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의 금리 조정 속도나 무역 환경 변화에 따라 환율 변동이 재차 커질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한국은행은 디지털 전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총재는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 예금토큰 기반의 디지털 화폐 인프라를 ‘프로젝트 한강’을 통해 실험 중”이라며 “연말 후속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상용화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 “핀테크 산업의 혁신에 기여할 수 있지만 법정화폐를 대체하거나 외환시장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이 돼선 안 된다”며 제도적 보완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