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수입 중동산 원유 99% 호르무즈해협 통과… “봉쇄시 유가 130달러”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이란 의회(마즐리스)가 22일(현지시간) 자국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폭격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로이터·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들은 이란 국영 프레스TV를 인용해, 에스마일 쿠사리 마즐리스 국가안보위원장은 “최종 결정권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에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특히 이 조치가 시행되려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명시적인 승인이 필요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페르시아만의 입구인 호르무즈 해협은 가장 좁은 곳의 폭이 약 33㎞로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에서 나오는 원유와 가스의 주요 수송로다. 수심이 얕아 대형 유조선이 지나갈 수 있는 해로가 한정적인데, 대부분 이란 영해여서 사실상 이란이 해협을 통제하고 있다.
전 세계 석유 수송량의 약 20%가 이 수역을 통과하는데, 매일 수십척의 대형 유조선이 약 3km 넓이의 완충재로 분리된 두 개의 3km 넓이 교통로로 유입되고,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의 상당 부분이 포함돼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시기 상대방 유조선과 상선에 대한 공격과 기뢰 설치 등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이 위협받았던 적이 있지만 이란이 이를 전면 봉쇄한 적은 없다.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한국으로 오는 중동산 원유의 99%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고 군사적 충돌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되는 최악의 가정이 현실화 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대이란 공습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는 강력하게 규탄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2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주권 국가의 영토를 미사일과 폭격의 대상으로 만드는 무책임한 결정은 입장이 어떻든 국제법과 유엔 헌장,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무부도 23일 “미국의 이번 조치는 유엔 헌장과 국제법의 목적과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중동의 긴장을 악화시키고 있다”면서 “특히 이스라엘에게 가능한 한 빨리 발포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발표했다. 이란 석유 수출량의 약 90%가 중국에 판매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한편 미국 측은 이란에 대한 추가 군사 작전은 없다는 입장이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미 CBS 방송의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이란에 대한 다른 계획된 군사 작전은 없다고 언급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이날 펜타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임무는 과거에도 지금도 정권 교체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겨냥한 “정밀 작전”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 통신은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3년 이라크에 대한 끔찍한 개입 이후 그의 인기가 추락하는 것을 목격한 미국 관리들은 자신들이 이란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해 일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해 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