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그룹‧동국제약, 매각가 높다고 판단해 입찰 불참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화장품·생활용품 기업 애경산업을 둘러싼 인수전이 본격화되면서 4곳의 인수 후보가 최종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전에 참여한 기업들의 면면과 의중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기존 석유화학 중심의 사업구조를 소비재로 전환하려는 태광산업의 행보가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애경산업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는 최근 예비입찰을 통해 약 7곳으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접수받은 뒤 가격과 인수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4곳을 최종 본입찰 대상자로 선정했다.
매각 대상은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가 보유한 지분 약 63%이며, 매각 희망 가격은 6000억원 수준이다.
숏리스트에 오른 인수 후보는 ▲태광산업 계열의 티투프라이빗에쿼티(티투PE) 컨소시엄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EP) ▲폴캐피탈코리아 ▲일본 라이온코퍼레이션 컨소시엄으로 전해졌다.
전략적 투자자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호반그룹과 동국제약은 매각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판단 하에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인수전이 태광산업과 앵커EP 간 2파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가운데 태광산업은 이번 인수전 참여를 통해 그룹 차원의 사업 체질 전환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는 상황이다.
티투PE는 고순도 테레프탈산(PTA)과 아크릴로나트릴(AN) 등을 생산하는 태광산업이 지난해 말 설립한 사모펀드 운용사로, 이번 인수전에서는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손잡고 재무적 투자자(FI)로, 태광그룹 계열사는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이같은 복합 구조는 단순한 재무투자를 넘어 실질적 사업 확장을 겨냥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태광산업은 현재 주력 산업인 석유화학과 섬유 부문이 장기적인 저성장 기조에 들어섰다고 판단하고, 이를 대체할 신성장 동력으로 화장품과 소비재 분야를 선택했다.
앞서 태광산업은 지난 1일 화장품, 부동산 개발, 에너지 사업을 중심으로 한 신사업 로드맵을 발표하며 2025년 1조원, 2026년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가운데 화장품 사업의 핵심 축으로 ‘애경산업 인수’가 지목된 셈이다.
하지만 태광산업의 현금 유동성은 도전 과제로 남아있다. 실제로 태광은 현재 1조9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 중 석유화학·섬유 부문 재투자 및 의무 예비자금(약 5600억원)을 제외하면 실제 신사업에 투입 가능한 자금은 1조원에 못 미친다.
이에 따라 태광산업은 자사주 전량(지분율 24.41%)을 담보로 교환사채(EB)를 발행, 약 3186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은 상태다.
한편 애경산업 매각 측은 본입찰 전까지 약 두 달간 숏리스트 기업들에게 정밀 실사를 허용한 뒤, 3분기 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및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 본입찰에서는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각 인수 후보의 사업 연계성, 전략, 자금 조달 구조 등이 총체적으로 평가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