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SDV·자율주행 주도하며 자동차 산업 재편 가속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자동차 산업의 경쟁 구도 자체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전통적인 파워트레인 중심의 경쟁은 저물고 전기차를 넘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인공지능(AI) 기반의 디지털 플랫폼 중심으로 기술 패권이 이동하고 있다.
7일 한국자동차연구원 이서현 선임연구원은 ‘상하이 모터쇼로 본 중국 자동차 산업의 현주소’ 보고서를 통해 “올해 상하이 모터쇼는 자동차 산업의 기술·구조 양면에서 전환기를 보여준 상징적 사례”라며 “중국이 소프트웨어 기반 경쟁을 주도하는 동시에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이 생태계 전면에 나서는 변화는 글로벌 시장 질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지난 4∼5월 개최된 상하이모터쇼는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 바 있다.
비야디(BYD), 지리, 둥펑 등 중국 완성차 업체를 비롯해 폭스바겐, BMW, 벤츠 등 글로벌 브랜드까지 총 1000개 업체가 참여했고, 104종의 신차가 공개됐다. 누적 관람객은 100만 명을 넘겼다.
이번 전시에서 ICT, 소프트웨어, 차량 부품 기업들이 차지한 전시장 면적은 10만㎡로 전체의 3분의 1에 달했다.
그동안 ‘주변 기술’로 여겨졌던 자율주행 시스템, AI 반도체, 스마트 콕핏 기술이 이제는 자동차 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특히 ICT 강국으로 성장한 중국은 자국 기술기업을 앞세워 자동차 생태계 전반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예컨대 화웨이는 자율주행 시스템 ‘ADS 4.0’, 자체 운영체제 ‘하모니OS’, AI 칩 ‘어센드’를 통합한 생태계를 선보였다.
베이징에 기반을 둔 기술기업 호라이즌 로보틱스는 자율주행용 반도체 ‘저니 6P’를 기반으로 도심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 체리자동차와 함께 양산차에 적용할 계획이다.
세미드라이브는 중국 스마트 콕핏 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로, 독일 완성차 기업과의 계약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선임연구원은 “AI 기반 차량 개발, 개방형 혁신, 무선 업데이트(OTA) 기반 기능 확장 등은 단지 기술 변화가 아니라 산업 권력 구조 자체를 뒤흔드는 전환”이라고 최근 흐름에 대해 분석했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기술 내재화에도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BYD는 자체 자율주행 시스템 ‘디 파일럿’을 개발 중으로 차량용 반도체 독립에 착수했다.
샤오펑은 자체 AI 칩 ‘튜링’을 자사 신차에 탑재했으며, 이 칩은 오는 2026년부터 폭스바겐의 중국 전용 모델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니오는 5나노미터급 AI 칩 ‘션지 NX9031’을 공개하며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이번 행사에서 중국 자동차 업체의 경쟁이 전동화 분야를 넘어 자율주행과 SDV, 휴먼 머신 인터페이스(HMI)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부각됐다고도 분석했다.
BYD와 지커, 리오토, 체리차 등 주요 업체들은 늦어도 2026년까지 레벨3(L3) 자율주행차를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L3는 차가 스스로 추월하거나 장애물을 회피하고 운전자는 자율주행 모드의 해제가 예상되는 경우에만 개입하는 '조건부 자율주행' 단계다.
자동차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하는 화웨이는 중국 최초의 L3 자율주행 시스템 상용화 솔루션으로 소개한 'ADS 4.0'를 발표하고 올해 내 고속도로 L3 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내걸었다.
중국 자율주행 업체 포니AI는 한 단계 앞선 L4 수준의 로보택시 기술을 선보이며, 도요타-광저우자동차 합작사와 함께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SDV의 구현 기반 기술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경쟁도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링크앤코의 플래그십 모델 ‘링크앤코 900’은 30인치 파노라마 디스플레이와 증강현실 헤드업디스플레이(AR-HUD)를 탑재했고, 아우디와 폭스바겐 등 수입 브랜드도 대형 디스플레이를 내세워 시장 공략에 나섰다.
중국 업체들은 이번 전시에서 콘셉트카 비중을 줄이고, 대부분 1년 이내 양산이 가능한 실용적 기술 중심의 모델을 선보였다.
이서현 선임연구원은 “올해 상하이모터쇼는 중국이 첨단 기술 테스트베드로 진화 중이란 점에서 글로벌 기술 경쟁 방향의 가늠자로 볼 수 있다”며 “중국 내 격화 중인 자율주행·SDV 경쟁의 글로벌 확산 등이 산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