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세 손가락 안에 손꼽히는 조선 강대국인 한국의 조선 및 해양플랜트 시장에서는 현재 점유율 확대를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자리싸움이 치열하다. 2008년 이후 전 세계 조선 시장이 침체기를 이어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글로벌 해운 시황이 서서히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 해양플랜트 발주 물량도 더욱 늘고 있어, 다양한 자동화 프로세스 및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는 전 세계 관련 기업들의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도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로크웰오토메이션을 비롯해 지멘스인더스트리, 에머슨프로세스매니지먼트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의 조선 및 해양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환경 및 에너지 등 관련 이슈에 발맞춰 변화하고 있는 업계 트렌드를 조명해 보고, 이에 대응한 자동화 관련 기업들의 움직임을 살펴봤다.
김 미 선 기자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조선소가 올해 3분기까지 수주한 조선 및 해양플랜트 물량은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의 36%인 1,086만CGT를 기록하고 있다(표 2). 50% 이상의 선박 수주량을 기록했던 예년에는 못 미치는 수치지만, 중국과 일본, 싱가포르, 인도 등 전 세계 경쟁 국가들이 포진해 있는 조선 시장에서 40%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어, 한국이 여전히 조선 강대국임을 확인케 하고 있다.
특히, 국내 조선 산업은 탱커, 대형 컨테이너선, 액화천연가스선(LNG), 해양플랜트(드릴십, FPSO 등) 등 고부가가치 선박과 플랜트 수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특징으로, 클락슨 신조선가지수에 따르면, 올해 1~9월까지 전 세계에서 발주된 드릴십 10척 중 8척을 비롯해 그 외 FPSO/FPU 3기 및 LNG FSRU 1기 전량을 국내 조선소에서 수주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활황 중인 해양플랜트 시장
준비 중인 조선 시장
그렇다면 실제로 현장에 관련 장비 및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는 업계 관계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이번 취재에 응해준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금은 해양플랜트 산업이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가운데, 조선 산업은 이를 관망하며 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양상을 띠고 있다는 의견이다.
에머슨프로세스매니지먼트 변재웅 이사는 “인류가 에너지를 사용하는 한 향후 오일&가스 산업은 앞으로도 계속 활황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조선 산업의 경우 해양플랜트 산업과 역사이클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그 때를 위한 준비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다쏘시스템 정진호 이사도 “최근 해양플랜트 시장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되고 있는 반면, 조선 시장은 상대적으로 주춤한 실정”이라며, “향후 몇 년 후에야 조선 시장이 다시금 활성화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조선 및 해양플랜트 시장의 전망”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처럼 현재 조선 산업은 다시금 도약하기 위해 준비 단계에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향후 몇 년 뒤 조선 산업이 다시 활성화된다고 해도 국내 조선 산업 역시 활황을 띨 것인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다쏘시스템 정진호 이사는 “해양플랜트 산업은 High Engineering이 요구되기에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국내 조선소’를 중심으로 시장 성장이 활발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조선 산업의 경우 한국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만족할 만한 품질의 선박을 생산할 수 있는 중국 등의 국외 조선소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예년만큼 국내 조선 시장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에머슨프로세스매니지먼트 변재웅 이사도 “조선 산업의 경우 중국이 이미 한국을 많이 따라잡았기 때문에 향후 이 산업이 활성화된다고 해도 그 여파가 한국에까지 미칠지는 미지수”라며 의견을 같이 했다. 다만, 이들 관계자들이 밝히는 바와 같이, 해양플랜트 프로젝트가 완료된 후 오일을 본격적으로 시추하게 되면 그 이후 오일 및 가스를 싣고 나를 선박이 더 필요해지게 되므로 어느 정도의 수주 물량을 국내 조선사들도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처럼 조선 시황을 장담할 수 없기에 국내 관련 업계들은 조선 산업보다는 기술 진입 장벽이 높은 대신 경쟁자들이 적은 해양플랜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보쉬렉스로스코리아의 전갑수 차장은 “현재 조선 시장의 경우 중국 및 일본을 비롯한 강력한 경쟁자가 즐비한 상황이며, 시황도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면서, “이를 극복하고 보다 많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해양플랜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로크웰오토메이션코리아 손원식 이사도 오일&가스 시장의 중요성에 대해 크게 주목하면서, 향후 이 시장의 잠재 성장률을 전 세계 및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모두 8~10%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며, 해양플랜트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국내 조선소, 해양 산업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강세
앞서 설명했듯 다소 회복되긴 하겠지만 여전히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조선 시장의 불안정성과, 그 반면 매우 밝게 예상되는 해양플랜트 시장 전망으로 인해, 국내 조선소들은 앞으로도 FPSO 및 드립십, LNG 캐리어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기술 개발 및 수주 물량을 늘려갈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실제로 에너지 시장 조사기관인 Douglas Westwood의 경우 해양플랜트 산업 규모를 2010년 1,452억달러에서 2020년 3,300억달러, 2030년 5,040억달러 규모로 연평균 6.7%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해, 전 세계 관련 기업들은 대부분의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강국인 한국 시장으로 모여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와고코리아 김해용 부장은 “일반 선박의 경우 중국이 대부분의 물량을 수주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조선소들은 중국 조선소들이 손대지 못하는 고부가가치 특수 선박을 중심으로 수주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면서, “따라서 국내 조선 시장의 경우 일반 상선보다는 FPSO 및 LNG 캐리어 등 해양 산업과 깊은 연관이 있는 특수 선박 위주로 시장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다쏘시스템 정진호 이사도 향후 북해항로가 열릴 것으로 기대되므로 이와 관련한 국내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이 한층 커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그는 “북해항로를 개척하게 되면, 지금까지의 선박과는 전혀 다른 구조의 선박이 필요해진다”면서, “이 경우 배가 적도를 지나 다시 극지방으로 이동해야 하는 등 극심한 온도 변화를 겪게 되므로 이에 견딜 수 있어야 하며, 선형도 좁고 긴 형태로 달라지므로 향후 이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 국내 조선사들이 강점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해저’ 및 ‘극지방’ 등 변화 발맞춰
‘통합’과 ‘협력’으로 대비하는 업계
최근 조선 및 해양플랜트 시장은 안전 운항 및 에너지 절약, 환경 대응 등 해운업계를 둘러싼 글로벌 사업 환경의 변화와 맞물려, 선주 및 고객사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나날이 복잡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슈나이더일렉트릭코리아 김도현 부장은 “최근 조선 산업 분야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안전, 보안, 효율을 제고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 속에서 2010년부터 각종 에너지 및 환경 규제가 맞물리며 선박 내 전력 소비를 줄이는 솔루션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에너지 절감 및 안전, 보안, 효율성 등과 같은 다양한 이슈들이 해결 과제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인터뷰에 응한 업체들의 경우 오일&가스 시추 영역이 점차적으로 심해저 및 극지방으로 이동하고 있는 데에 따른 기술 과제 및 그 외 기타 과제들을 ‘통합’과 ‘협력’ 이 두 가지 키워드로 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육지 및 연근해에서
심해 및 극지방으로 이동
조선 및 해양플랜트 산업을 둘러싼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오일&가스의 프로젝트가 심해저 및 극지방으로 이동하면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장비 및 솔루션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멘스인더스트리 채 철 이사는 “해양플랜트의 경우 기존에는 대륙붕 등 해안과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원유 채굴 활동이 있었기에 해상 부유식 플랫폼이 강세를 보여 왔지만, 자원 고갈로 인해 심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추 지역도 심해저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물의 침투를 방지하기 위한 방수 기능 및 내구성 등이 한층 강화된 장비가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심해저에 장비를 설치할 경우 유지보수가 어렵기 때문에 효율이 좋은 데다, 설치 후 별도의 유지보수가 필요하지 않는 장비에 대한 기술 개발이 필요해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슈나이더일렉트로닉코리아 김도현 부장도 “생산 경제성과 지역적·정치적 문제, 환경적 요인 등의 복합적인 이유 때문에 오일&가스의 생산 지역이 점점 극지방 및 심해로 확대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지금보다 한층 더 극한 상황에서 오일&가스를 생산해야 한다는 현실적 및 기술적 문제에 맞닥뜨리고 있다”면서 의견을 같이 했다.
조선 및 해양플랜트 이슈는 ‘통합’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최근 조선 및 해양플랜트 시장에서는 ‘친환경’, ‘에너지 절감’, ‘통합’ 등 다양한 이슈가 부각되고 있지만, 관련 업계들의 시각에서 가장 중요한 해결 과제이자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통합’이다.
육상 및 대륙붕 등 연근해를 중심으로 진행됐던 해양 프로젝트들이 점차적으로 심해 및 극지방 등으로 자리를 옮겨가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고도의 장비 기술이 요구되면서 더욱 복잡화 및 다양화되고 있으며, 따라서 이를 관리 및 운영하는 툴들이 한데 통합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머슨프로세스매니지먼트 변재웅 이사는 “최근 고객들은 다양해지고 복잡해진 프로세스를 한 군데서 제어할 수 있는 통합 관리 솔루션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고객사들은 이제 선박 및 해양플랜트를 통합 관리하기 위해 초기 디자인부터 시스템을 함께 관리하는 개념도 도입해, 이를 종합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통합 관리 업체들을 많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와고코리아 김해용 부장도 “자동화 분야에서는 시스템 및 솔루션의 통합이 시장 내 가장 큰 요구 사항”이라면서, “이전에는 국부적으로 자동화 솔루션이 적용됐다면, 이제는 상위 레벨 한 군데서 모든 시스템을 제어하고 모니터링하는 통합 솔루션의 도입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예로, 김 부장은 선박에서 선박 자체를 제어하는 시스템과 위치를 제어하는 시스템, 그리고 항로를 제어하는 시스템 등이 이전에는 각각 분리돼 있었지만, 지금은 이런 시스템들이 하나로 통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관련 업계들은 고객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통합 솔루션을 선보이며 시장 점유율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그 예로, 슈나이더일렉트릭의 경우 각각의 독립적인 주체였던 Schneider, AREVA, Telvent 등의 모든 기술을 ‘슈나이더일렉트릭’이라는 이름으로 통합하고, 통합 자동화 솔루션을 통해 해양 설비의 배전 컨트롤, 전력 관리와 같은 기본 기능은 물론, 전력 프로세스 최적화 및 분석, 운영 및 기술에 대한 통합되고 체계화된 훈련이 가능한 도구들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로크웰오토메이션의 경우 통합 ICPS(Information, Control, Power and Safety) 시스템을 제공해 통합 제어 및 세이프티 기능을 원하는 고객의 요구 조건에 대응하고 있으며, 공정 자동화 기업인 에머슨프로세스매니지먼트도 트랜스미터를 비롯해 플로미터, 탱크게이지 등과 같은 조선 및 해양플랜트에 적용되는 각종 필드 인스트루먼트는 물론, 프로세스 컨트롤 및 파워매니지먼트, 베셀 오토메이션, FPSO IMS 등의 세이프티&오토메이션 시스템, 파워 플랜트 및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그리고 자산 관리 시스템 등과 같은 라이프사이클 관리 시스템까지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와고코리아의 경우 시스템 간 통합이 가능하도록 상위 레벨의 솔루션들과도 연결해 데이터를 교환할 수 있는 기능의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조선소 및 관련 업계 간
협력 관계 강화
한편, 조선 및 해양플랜트 산업에 있어서의 업계 및 기술 트렌드에 발맞춰, 자동화 업계와 조선사 간 협력이 한층 강화되고 있는 것도 이 시장의 특징 중 하나다. 최근 트렌드 중 하나인 에코십 및 LNG 추진 선박 등 신규 기술이 적용되면서 이들 간 협력 관계가 한층 돈독해지고 있는 것으로, 실제로 로크웰의 경우 STX조선해양과 소프트웨어 기반의 배출 모니터링시스템을 공동 개발하는 MOU를 체결하거나 LNG 추진 선박에 대한 통합 ICPS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는 등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에 대해 로크웰오토메이션코리아 손원식 이사는 “최근 국제해사기구 및 Marine Pollu tion을 중심으로 선박을 통한 배기가스 배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면서, “이를 대응하기 위해 로크웰은 STX조선해양과 ‘Pavilion 제품을 활용한 소프트웨어 방식의 선박용 CEM 솔루션 공동 개발 MOU’를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보쉬렉스로스코리아 전갑수 차장도 무엇보다 국내 조선 관련 업계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쉬렉스로스는 현재 석유 시추 장비 및 심해 장비 등 해양플랜트 장비와 관련해 업계와 긴밀한 업무 협의를 진행 중”이라면서, “이 같은 고객과의 긴밀한 업무 협조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파악해 당사의 높은 기술력을 고객에 공급함으로써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이를 실현하고 있다”고 밝혔다.
슈나이더일렉트릭코리아 김도현 부장 역시 최근 자동화 솔루션 공급업체와의 협업을 한층 강조하는 고객사들이 늘고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해양플랜트 분야의 경우 고객들이 이제는 오일&가스 생산에 대한 전문지식은 물론, 생산 최적화와 안전 및 보안, 신뢰성 확보 등에 대한 전략을 자동화 솔루션 공급자와 함께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김 부장은 “고객들은 더 많은 자원을 탐색하고, 탐색된 곳에서 더 많은 자원을 채취하며, 축적된 기술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안정적으로 설비를 운영하면서 장비 공급업체에게서도 이러한 전략에 대한 기본적인 플랫폼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이제 시장은 단순한 자동화 솔루션 공급자가 아닌 오일&가스 분야를 잘 알고 있는 자동화 솔루션 공급자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조선사 및 관련 고객들의 이 같은 요구는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최근 일반 상선이 아닌,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시장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것도 한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국내 조선소들은 한층 달라진 시장 변화에 발맞춰, 더욱 전문화된 역량 및 차별화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 위해 자동화 및 관련 기술을 자동화 업계와 공동으로 개발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FA Journal 김 미 선 기자 (fa@infoth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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