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읽기] 유시민이 비명계 대권주자들을 '비평'한 까닭
  • 성기노 기자
  • 승인 2025.02.0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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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기지사, 김부겸 전 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호명하며 '비판'
고민정 의원 "유 전 이사장은 어떤 역할 했나" 맞받아치며 계파 갈등 야기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사진=매불쇼 유튜브 캡처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사진=매불쇼 유튜브 캡처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최근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야권 대권주자 '품평'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유 전 이사장은 지난 5일 유튜브 채널에 나와 비명계를 향해 "훈장질하듯이 '야, 이재명. 네가 못나서 지난 대선에서 진 거야' 이런 소리 하고 '너 혼자 하면 잘될 거 같아?' 이런 소리 하면 그게 뭐가 되겠나. 망하는 길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전 이사장은 비명계 대권주자로 꼽히면서 이 대표와 각을 세우는 김동연 경기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을 호명하며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김 지사에 대해 "이 대표한테 붙어서 도지사가 된 사람"이라며 "지금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운운하는 건 배은망덕한 것"이라고, 김 전 총리를 향해선 "자신의 역량을 넘어서는 자리를 이미 했다. 제3지대에 누굴 모으는 건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책과 유튜브를 많이 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지사에 대해선 "지금 국면에선 '착한 2등'이 되는 전략을 써야 한다. 지도자 행세하지 말라"고,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는 "(정치인 말고) 다른 직업을 모색해보라. 안 맞는다"고 혹평했다.

유 전 이사장의 '독설'에 당사자인 김 전 지사는 7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당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취지인 것 같은데,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도 전날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에서 유 전 이사장을 향해 "책을 많이 읽으라는 충고를 받아들인다. 이런 책이 많이 나오는데 제대로 읽어보겠다"면서 독재자가 될 소지가 다분한 극단주의 포퓰리스트들이 합법적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한다는 내용의 책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를 들어 보였다.

유 전 이사장의 '비평'을 가장한 '비난'에 대해 비명계는 다음날 발끈하고 나섰다. 비명계인 고민정 의원은 7일 MBC 라디오에 출연, '망하는 길로 가는 것'이라는 유 전 이사장의 발언에 대해 "망하는 길로 가는 민주당의 모습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됐다"고 반박했다.

고 의원은 "국회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진 것은 이 대표이고, 때로는 비판할 수도 있는 것이 민주주의"라며 "그러나 비판하기만 하면 '수박'이라는 멸시와 조롱을 하는 현상이 끊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그때 유 전 이사장은 어떤 역할을 했나"라며 "최고 권력자에 아무 말 못 하고 '윤비어천가'를 부르는 국민의힘을 보며 사람들이 굉장히 우려했는데, 그것을 민주당에 대입하면 현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는 많은 것을 포용하려는 노력도 하는데, 주변 사람들이 '명비어천가' 반대 목소리를 손가락질하면 어떻게 하나. 그 '입틀막' 현상이 우리 당 안에서도 벌어진 건 이미 오래전 일"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인권위원회 출범식에서 고민정 인권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인권위원회 출범식에서 고민정 인권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렇게 친명계를 대변하는 유 전 이사장의 '공격'에 대해 비명계도 적극 반박하면서 양 계파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유 전 이사장은 이날 유튜브 채널에서 '친문성향' 대권주자들만을 선별해 비판을 가한 것을 다분히 의도된, 작심발언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유 전 이사장은 "이거 논란이 될 수 있겠는데" 하면서도 거침없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듣기 따라서는 유 전 이사장이 평소 비판해온 특정 인물에 대한 감정적 평가인 '인상비평'에 가까운 독설이었다.

유 전 이사장의 예상보다 강한 비판에 진행자가 '참 못 됐다'며 분위기를 누그러뜨릴 정도로 이날 유 전 이사장은 작심하고 발언을 이어갔다.

이렇게 유 전 이사장이 거명한 대권주자들은 본인과도 오래 전부터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유 전 이사장의 '이례적 비판'을 두고 온갖 해석이 오가고 있다. 

민주당의 한 전략 관계자는 유 전 이사장의 '비평'에 대해 "이재명 대표의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진단을 내놨다. 

최근 이재명 대표는 실용주의를 명분으로 한 '노선 급변경'과 자신의 재판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서를 제출한 데 대한 '내로남불' 논란 등이 겹치면서 정치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다 김부겸 김경수 등 야권 대권주자들이 당의 '화합'을 명분으로 이 대표에게 구체적인 통합 방안을 요구하면서 이 대표도 더욱 위축되는 분위기였다. 친명계에서는 대권주자들의 통합 요구를 '이재명 흔들기'로 바라보면서 일체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장외의 유시민 전 이사장은 슬슬 몸을 풀고 있는 비명계 대권주자들의 '싹'을 이번에 작심하고 확실히 잘라버림으로써 '대안부재론'을 더욱 부각시킨 측면이 있다. 이재명 아니면 민주당은 대안이 없다는 논리를 설파하기 위해 타 대권주자들이 '왜 안되는지'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이에 앞서의 민주당 전략 관계자는 "유 전 이사장의 발언은 그만큼 이재명 대표의 최근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걸 반영하는 것이다. 유 전 이사장이 논란이 크게 일어날 민감한 주제임에도 거침없이 대권주자들의 경쟁력을 깎아내린 것은 느슨해진 지지층을 다시 한데 묶는 효과와 함께 민주당에는 이재명이 아웃되면 그것이야말로 전체가 망하는 것이라는 대안부재론을 확실히 전파하기 위해서였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로서는 장외 스피커인 유 전 이사장의 '입'을 통해 민주당 지지층들로부터 다시 한번 이재명의 정치적 소중함을 확인받았다는 점에서 호재로 통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유시민이 작심하고 나서서 몸으로 막아야 하는 상황까지 왔는데도 당내 다른 친명계 의원들은 뭘 하고 있는지 역할이 의문스럽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에 고민정 의원이 유 전 이사장의 '선전포고'에 즉각 맞대응을 함으로써 조기 대선이 치러지기 전 야권의 불꽃튀는 대권주자 권력쟁투의 서막이 올랐다는 데 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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