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트닉 美 상무, 韓 기업에 “10억달러부터 패스트트랙 지원”
  • 한원석 기자
  • 승인 2025.02.24 16: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태원 회장 등 한국 사절단과 선서식 전 40여분 면담… 대미 투자 강조
최 회장 “대미 투자 인센티브 있어야… 한미 시너지 낼 빅프로젝트 필요”
@ 하워드 러트닉 신임 미국 상무장관(가운데)이 백악관에서 열린 자신의 장관 선서식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 사이에서 연설하고 있다. /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하워드 러트닉 신임 미국 상무장관(가운데)이 백악관에서 열린 자신의 장관 선서식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서 연설하고 있다. /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총괄하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한국 기업인들과 만나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이상 투자해야 미국 정부의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재계 등에 따르면 최근 미국을 방문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국내 주요 기업 인사 26명으로 구성된 ‘대미 통상 아웃리치 사절단’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러트닉 장관 취임 선서식에 앞서 그를 만나 40여분간 면담했다.

러트닉 장관은 이 자리에서 사절단에게 미국 제조업에 가능한 한 많이 투자하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는 한 기업인이 수천만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소개하자 ‘최소한 10억달러의 투자를 원한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10억달러 투자부터 미국 정부의 다양한 지원이 가능하니 그 정도를 하면 좋겠다고 설명하는 취지였다고 동석한 소식통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트닉 장관의 선서식 이후 서명한 ‘미국 우선주의 투자 정책(America first investment policy)’ 각서에서 동맹의 대미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객관적인 기준에 입각한 ‘패스트트랙(fast-track)’ 절차를 신설하겠다”며 10억달러를 넘는 대미 투자에 대한 환경 평가를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러트닉 장관은 사절단에게 10억달러 미만의 투자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가 지원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그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대미 투자가 가시적인 성과를 드러내야 한다는 입장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 회장은 지난 21일 최종현학술원 주최로 미국 워싱턴DC 샐러맨더 호텔에서 열린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추진하는 대미 투자와 관련해 인센티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취재진과 문답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
취재진과 문답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 / 사진=연합뉴스

최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에 생산 시설을 좀 더 원한다고 얘기하지만, 우리는 인센티브가 같이 있어야 한다”면서 “(트럼프가 공약으로) 세금도 내리겠다고 얘기하는데 아직은 구체적으로 나온 게 없어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꼭 돈만이 아닌 여러 가지 다른 종류의 인센티브가 있을 수 있다”며 “한국과 미국이 같이 해서 서로 좋은 것을 하는 게 지금 필요하다”고 답했다.

최 회장은 한국과 미국이 서로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빅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면서 △조선 △에너지 △원자력 △AI·반도체 △모빌리티 △소재·부품·장비 등 6개 분야를 언급했다. 그는 “(미국 측이) 6개 분야를 다 상당히 좋아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전임 바이든 정부 때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반도체법에 따라 지급받기로 한 보조금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미국 정계 인사 중 한 분이 ‘계속 집행이 잘될 것이라 믿고 있고, 우리는 그런 정책을 갖고 있다’고 얘기했다”며 “미국이 자기네 실리를 따져서 집행할 것이고, 무조건 ‘준다, 안 준다' 이렇게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한 달이 됐고, 이제 막 인선을 해서 들어오고 있다”면서 “(미국에서) 최소한 4월쯤 (상호관세 등을) 발표한다고 하니 기다려 봐야할 것”이라고 첨언했다.

미국 제조업 환경이 비싼 인건비 등으로 인해 투자처로서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지 않냐는 질문에는 “지금 단계에서는 전혀 이야기한 게 없다. 산업 분야마다 상황이 다르다”면서 “미국이 좀 불리한 것도 있지만, 인공지능(AI) 분야 등은 다른 데보다 미국에 투자하는 게 지금 훨씬 좋다”고 답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