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읽기] 법원 '윤 대통령 구속취소' 전격 결정, 검찰의 선택은?
  • 성기노 기자
  • 승인 2025.03.0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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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정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심우정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검찰이 8일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한다는 법원 결정에 즉시항고 할지 석방 지휘서를 보낼지 이틀째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이날 새벽 4시 30분께 출입 기자단에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과 관련해 계속 여러 가지를 검토 중이라고 공지했다.

법원은 전날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를 결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3월 7일 오후 1시50분쯤 ‘검찰이 윤 대통령 사건을 구속기간이 만료된 후 기소했다’며 구속 취소 결정했다.

재판부는 구속기간은 ‘날짜’가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 주장이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논란에 대해서는 직접 판단하지 않았지만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구속 취소 결정을 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검찰 내부적으로는 법원이 윤 대통령의 구속기간을 ‘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결정한 것에 대해 당혹스러워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형사소송법에는 피의자심문을 하는 경우 법원이 서류 등을 접수한 날부터 검찰청에 반환한 날까지의 기간은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검찰은 이 같은 법을 기반으로 실무적으로 모든 구속 피의자에 대해 ‘날짜’로 계산해 구속기간을 적용해왔다. 법원이 윤 대통령 사건에서 완전히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것인데 이 같은 기준이 굳어질 경우 다른 형사사건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선 항고해 상급심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검찰이 당일 곧바로 윤 대통령의 석방 지휘 또는 즉시항고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으나 검찰은 법원 결정이 알려진 뒤 약 14시간 넘게 후속 조치를 고심 중이다.

형사소송법은 검찰이 구속 취소 결정에 7일 이내 즉시항고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시항고에 집행정지 효력이 있는 만큼 검찰이 즉시항고할 경우 윤 대통령에 대한 석방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과거 법원의 구속 집행정지 결정에 대해 검사가 즉시항고할 수 있도록 한 형사소송법 조항을 지난 2012년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한 바 있다. 당시 헌재는 “피고인의 구속 또는 유지 여부의 필요성에 대한 재판의 효력이 검사의 불복이 있다고 해서 좌우되거나 제한받는다면 영장주의에 위반되는 것”이라며 “구속집행정지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권을 인정하는 것은 피해의 최소성을 갖춘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법원 결정에 검사가 불복할 수 있도록 해도 보통항고를 하고 집행정지를 청구하거나, 즉시항고를 인정하되 즉시항고에 재판 집행을 정지하는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은 구속 취소 결정 역시 마찬가지로 검찰이 즉시항고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에서는 이 같은 헌재 판단 취지 등을 고려할 때 일단 석방 지휘를 하는 게 맞는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당시 헌재 결정은 구속집행 정지 결정에 대한 것이었고, 현행법에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규정이 남아 있는 만큼 이 규정을 통해 즉시항고하는 게 맞는다는 시각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선 검찰이 석방지휘를 하고 보통항고를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경우 윤 대통령이 일단 석방된 상태에서 항고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구속 취소를 결정한 재판부와 달리 윤 대통령을 구속 기간 내에 적법하게 기소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즉시항고를 통해 상급심 판단을 받아볼지, 아니면 즉시항고 시 위헌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는 점 등에 따라 법원 결정을 존중해 윤 대통령을 석방할지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법원 결정에 대해 이틀째 장고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윤 대통령 즉각 석방에 따른 '정치적 후폭풍'을 고려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음주에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 만큼 그 일정과 석방이 맞물리게 되면 정치적 혼란과 갈등이 극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탄핵 심판이 최종 결정될 때까지 지금과 같이 윤 대통령 구속 상황을 유지해야 정치적 혼란도 조금은 줄일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야당 일각에서는 "검찰이 법원 결정에 따라 윤 대통령을 즉각 석방할 경우 그 변동상황이 탄핵심판에까지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에게도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지난 1월 법원이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기간 연장을 불허했을 때 검찰이 윤 대통령을 즉시 구속기소 하지 않은 점을 언급하며 "돌이켜보면 심우정 총장은 이때 이미 윤석열 석방을 기도했던 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에 대한 검찰의 고심이 길어지자 검찰을 향해 "즉시 항고하라"며 "만일 윤 대통령을 석방한다면 검찰총장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압박했다.

하지만 검찰은 여전히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즉시 항고'를 해서 윤 대통령 구속취소를 정지시킬 수 있지만 '위헌' 논란에 빠질 가능성이 있고, 그렇다고 '즉시 석방'을 해버리면 그에 대한 국민적 저항과 책임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검찰 내부에서도 '무리수'를 피하려는 인식과 '적극 대응'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 주변과 기자들 사이에서는 '평검사들은 즉각항고를 주장하는데 수뇌부의 의견과 판단이 갈리고 있어 결정이 지체되고 있다'는 얘기가 오가고 있다. 특히 심우정 검찰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 내 대표적인 측근으로 분류돼 검찰 수장 자리에까지 오른 만큼 윤 대통령 '석방'에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해석도 나온다. 

심우정 총장은 자유선진당 대표와 17·18대 국회의원 등을 지낸 심대평 전 충남도지사의 아들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으로 근무하던 2017년 윤석열 대통령이 지검장으로 부임하며 잠시 손발을 맞춘 인연도 있다. 심우정 총장이 일선 검사들의 강경대응 의견과 수뇌부의 '유화책' 사이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다음주 예상되는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은 자칫 그 당사자가 석방된 어수선한 상태에서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돼 정국은 더욱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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