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축산업계 무역대표부에 서한… “한국, 30개월이상 소고기도 수입해야”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수입하는 철강 및 알루미늄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며 글로벌 무역전쟁의 신호탄을 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이 수입하는 모든 철강·알루미늄과 관련 제품에 12일 오전 0시 1분(미국 동부시간 기준)부터 25%의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했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은 화주들에게 보낸 공지에서 “자정 마감 시한이 되기 전에 쿼터 협정에 따른 면세 수입품을 차단했다”면서 “11일(현지시간) 오후 4시 30분까지 미국 항구에서 쿼터 관련 서류를 처리하지 않으면, 전액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미국 철강 생산업체들은 이번 조치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 원래의 관세 초안을 복원한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필립 벨 미국 철강제조협회 회장은 “수년 동안 악용돼 온 관세의 허점을 막음으로써, 철강 산업에 다시 한 번 힘을 실어줄 것”이라며 “개정된 관세는 미국의 철강회사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관세 부과에 대해 주요국들은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유럽연합(EU)의 행정부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4월부터 약 260억유로(한화 약 41조원) 상당의 미국 상품에 대해 반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지정학적,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세계에서 관세로 우리 경제에 부담을 지우는 것이 공동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굳게 믿는다”면서 “더 나은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미국과 회담을 재개할 것을 지시했다”고 언급했다.
중국 외교부는 “자국의 권익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고,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은 “이번 조치가 미일 경제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너선 윌킨슨 캐나다 에너지부 장관은 포괄적 관세 조치를 비판하면서 대응 조치를 고려하겠다고 밝혔고, 조너선 레이놀즈 영국 통상부 장관은 국익을 위한 대응을 위해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며 보복조치 가능성을 내비쳤다.
앤서니 알바니즈 호주 총리는 보복 관세는 거론하지 않으면서도 “관세와 무역 긴장 고조는 경제적 자해의 한 형태이며, 성장 둔화와 높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이번 조치로 지난 2018년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적용받던 연간 263만t의 철강 면세 쿼터가 폐기되면서 한국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통계청(U.S. Census Bureau)이 밝힌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철강 수출국에서 한국은 캐나다와 브라질, 멕시코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알루미늄 대미 수출도 캐나다와 중국, 멕시코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 이후 관세에 과도하게 집중하면서 투자자, 소비자, 기업의 신뢰가 흔들렸다”고 지적하고, “경제학자들은 미국의 경기침체를 야기하고 세계 경제를 더욱 지체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 축산업계가 한국의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소고기 수입 금지 등을 불공정 무역 관행이라고 주장하며 트럼프 행정부에 개선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커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전국소고기협회(NCBA)는 11일(현지시간)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미국이 광우병과 관련해 가장 엄격한 기준과 안전장치를 갖고 있다”면서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30개월 연령 제한 철폐와 양국 간 과학에 기반을 둔 교역 강화를 논의하기 위해 한국과 협의를 추진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미국육류수출협회(USMEF)도 30개월 이상 소고기 금지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꼽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