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은혁 임명과 명태균 특검 잇따라 거부하자 야권에서는 '정치적 의도' 의구심
재계 '경제 대통령' 옹립설 나오면서 이창용 한은총재와 '대권 꿈 꾼다'는 의혹도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방통위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거부권이 행사된 것은 모두 40번이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방통위법 개정안은 내용상 위헌성이 상당하고,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으로서 방통위의 안정적 기능 수행을 어렵게 할 우려가 크다"며 거부권 행사 배경을 밝혔다.
최 대행은 "방통위법 개정안은 '방통위 회의는 3인 이상 출석으로 개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개정안과 같이 개의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국회의 위원 추천 없이는 회의를 개회조차 할 수 없게 돼 방통위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진다"고 했다.
이어 "방송사업자 허가, 위법행위 처분, 재난지역 수신료 면제 등 위원회의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돼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과 기업에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야권에서는 최 권한대행이 헌법상 원칙과 위헌성을 강조하며 방통위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도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최 부총리가 마 후보자 임명을 하지 않는 것을 두고 “헌법 수호의 책무가 있는 권한대행이 앞장서서 헌정질서를 유린하는 것”이라며 “내일(19일)까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라”고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가 마 후보자를 임명하라는 결정을 내린 지가 19일째”라며 “자신은 헌재 결정을 따르지 않으면서 ‘헌법 수호의 책무 때문에 명태균 특검법을 거부한다’는 해괴한 말을 늘어놓는 것이 정상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 원내대표는 "더는 묵과할 수 없다. 참을 만큼 참았고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최 대행이 이번 방통위법을 포함해 지금까지 행사한 거부권은 모두 9건에 달한다. 이를 두고 야당에서는 최 대행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최 대행이 철저하게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에 충실하며 거부권을 잇달아 행사하면서 보수진영의 '새로운 주자'로 떠오르려는 '대권 욕심'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 대행은 지난 14일 ‘명태균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권력분립을 언급한 바 있다. “ ‘특별검사에 대한 임명 간주 규정’은 대통령의 임명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해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한 것이다.
최 대행 본인이 국회의 합의에 의해 결정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미루는 것은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됨에도 그것은 합헌이라 주장하고, 명태균 특검법이 대통령 임명권을 침해한다는 건 또 위헌이라고 말하는 것이 이율배반적이고 또한 자신에 유리한 상황논리에 빠진 것이라는 지적도 적잖다.
이렇게 최 대행에 대한 '정치 중립성'이 의심되면서 일각에서는 최 대행이 '딴 뜻'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계속 나왔다. 최 대행은 또 그런 추측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최 대행은 최근 미국 언론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를 하면서 ‘대선 출마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로선 내 임무를 다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답했다. 현재는 '내 일'에 집중하지만 '향후'에는 대선 출마를 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로도 해석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재계 일각에서는 '경제전문가 출신 대통령' 화두가 은밀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최 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둘러싸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정치적 조언'을 들었다는 소식이 관심을 모았다.
이 총재는 평소 '경제가 정치 논리에 휘둘리면 안 된다'는 강한 소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경제 발전에 정치가 발목을 잡는다면 그 자체로 국가 경쟁력에 큰 타격을 주기 때문에 경제만큼은 정치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립적이고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때 이창용 총재는 보수진영의 '새로운 대권주자'로 떠오른 바 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이 총재가 최 대행을 앞세워 재계의 최대 이슈인 '경제 대통령' 꿈을 이루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최 대행의 거부권 행사에 일관성이 없고 중립성도 결여돼 '정략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정치권에서는 최 대행이 민감한 사안, 특히 야당을 자극할 만한 이슈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여권의 손을 들어줘 보수진영의 대권주자를 노리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최 대행이 비록 '대행의 대행'이지만 지금까지 9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하며 대통령 이상의 권력을 휘두르는 것 자체가 이미 '정치적 행위'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앞으로 최상목 권한대행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