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유심 해킹' SKT…무상 교체 첫 날 대리점 현장 '대란'
  • 김기찬 기자
  • 승인 2025.04.28 14: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고 부족에 교체 못하고 '헛걸음'…예약 신청도 3시간 대기
"직장인들 유심 교체할 시간도 없는데…통보식 대처 무책임"
"30년간 SKT 애용했는데…피해는 회사가, 대처는 고객이?"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SK텔레콤 대리점 직원이 유심(USIM) 재고 부족으로 온라인 예약만 가능하다고 대기 중인 고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사진=김기찬 기자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SK텔레콤 대리점에서 직원이 유심(USIM) 재고 부족으로 온라인 예약만 가능하다고 대기 중인 고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사진=김기찬 기자

[인더스트리뉴스 김기찬 기자] SK텔레콤(SKT) 유심(USIM) 정보 해킹 사태 이후 유심 무상 교체가 시작된 당일, SKT 대리점 앞은 그야말로 '대란' 현장을 방불케 했다. 

28일 오전 9시30분 기자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대리점을 방문했을 땐 대리점 앞에 인파가 모여들었다. 유심 무상 교체 시간 이전부터 유심 교체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일찌감치 대리점을 방문한 것이다. 

SK텔레콤이 유심 무상 교체를 28일 오전 10시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오전 10시 15분가량 전임에도 유심 재고가 소진됐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김기찬 기자
SK텔레콤이 유심 무상 교체를 28일 오전 10시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오전 10시가 채 되지 않은 9시 44분에 이미 유심 재고가 소진됐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김기찬 기자

그런데 정작 해당 대리점은 유심 무상 교체가 시작되는 오전 10시에는 재고가 없어 온라인 및 현장 예약만 가능한 상황이 됐다. 예약을 걸어놓고 일주일가량 지난 후에나 유심을 교체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해당 대리점 직원은 출입문에 유심 무상교체 온라인 예약 화면으로 연결되는 QR코드를 게시하며, 성난 고객들을 대응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유심 교체를 위해 해당 대리점에 방문한 40대 중년 남성은 대리점 직원에게 당일 유심 교체는 어려운 것인지 거듭 확인하더니 "헛걸음만 했다"며 "28일이면 무상 교체가 가능할 거라고 하더니, 막상 와서는 유심 재고가 없어서 예약만 할 수 있다니 그 동안 해킹으로 인한 피해를 입으면 보상은 누가 해주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SK텔레콤 대리점에 유심 재고 부족 안내가 붙어 있다./사진=김기찬 기자

다른 대리점의 상황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대리점도 마찬가지로 유심 교체는 불가능하고 현장 예약 접수만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현장 예약을 위해 30~40분가량 대기를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보험사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30대 남성 이 씨는 기다리는 동안 연신 SKT 측에 전화를 시도하더니 곧 "연결도 안 되네요"라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씨는 "25일에 유심 교체하라는 문자 하나만 통보식으로 보내 놓았길래 오늘이면 당장 바꿀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고 업무 중에도 시간 내어 대리점에 방문했는데, 유심 교체가 어렵다는 얘기만 듣고 뒤돌아서야 되는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일반 직장인들은 바꿀 시간도 없는 데다 유심 교체 때문에 시간 뺏기는 것 자체가 손해인데 주말엔 교체할 방법도 없고 너무 대책이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유심 해킹으로 문자 정보 인증 등 도용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인데, 저는 제 휴대폰이 복제폰 등 해킹 피해를 입으면 보유 고객 정보까지 팔려나갈 수 있는 상황"이라며 "막상 해킹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면 결국 피해를 본 사람이 피해 사실도 다 입증하라고 할 텐데, 너무 무책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SK텔레콤 대리점에 유심 교체를 위한 대기 줄이 늘어져 있다./사진=김기찬 기자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SK텔레콤 대리점에 유심 교체를 위한 대기 줄이 늘어져 있다./사진=김기찬 기자

기자가 직접 대기 후 유심 교체를 요청하자 대리점 직원 측은 "현재는 재고가 없어 예약 대기만 가능하다"며 "일주일 정도 뒤에 순차적으로 유심을 수령하러 대리점에 방문하면 된다"고 안내했다. 

대리점 직원은 또 "저희(대리점 직원들)들도 교체한 유심을 받으러 오라고 고객 한명 한명 전화를 돌리느라 제 때 퇴근하지도 못하고 있다"며 "양해 부탁드린다"고 억울하다는 듯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50개가량 유심 재고가 있다는 서울 용산구 효창동에 위치한 대리점을 수소문해 방문했으나, 이 곳에서조차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유심 교체 대기를 하고 있던 60대 남성 김 씨는 "019 번호를 쓰던 시절부터 30년 가까이 SKT를 이용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로 큰 배신감을 느꼈다"며 "온라인으로 예약하라 해서 접속했더니 온라인 접속 대기만 57시간이 찍혔다"고 언성을 높였다. 

김 씨는 "그래서 결국 점심시간에 맞춰 대리점에 방문했더니 3시간은 기다려야 되는 상황"이라며 "아무런 보상도 해주지 않으면서 유출됐으니 고객보고 알아서 바꾸라는 식의 태도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해킹)사건이 터졌는데 바로 대처하지 않고 일주일가량 뜸을 들인 것은 물론, 나이 많은 사람들은 유심이 뭔지도 정확히 모르는데 통보식 대처는 속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SKT 측은 28일 오전 10시부터 SKT 직영 대리점에서 가입 고객 전원을 대상으로 유심 무상 교체에 들어갔다. 이번 유심 해킹 사태로 인해 복제폰 등의 피해를 입으면 100% 책임지겠다고도 밝혔다.

SK텔레콤은 현재 약 100만개의 유심을 보유하고 있고 다음 달 말까지 약 500만개의 유심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라고 전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