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압구정서 ‘공정 수주’ 약속 스스로 파기 하나… 반복된 불법 홍보에 조합이 뿔났다
  • 한원석 기자
  • 승인 2025.05.0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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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상생협약, 뒤로는 잇따른 불법 홍보… 재건축‧재개발 현장서 신뢰 추락
조합 사전 승인 없이 ‘불법 홍보물’ 배포… 구청과 약속한 ‘상생협약’ 스스로 깼나
@ 압구정2구역 신속통합기획안 조감도. /사진=서울시
압구정2구역 신속통합기획안 조감도. /사진=서울시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서울 강남권 재건축 황금어장으로 꼽히는 압구정2구역 재건축에서 시공사 선정을 노리는 삼성물산이 조합의 사전 승인 없이 불법 홍보물을 조합원들에게 배포한 사실이 최근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조합측은 이같은 사실을 인지한 직후 ‘승인되지 않은 자료는 배포하지 말라’는 지침을 삼성물산 측에 전달한 것으로 2일 전해졌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이를 무시한 채 여전히 승인받지 않은 홍보물을 조합원들에게 배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조합에서 분명히 지침을 내렸는데 왜 안하무인으로 계속 홍보를 하고 있느냐”는 분노와 함께 “애초에 승인도 받지 않은 자료를 먼저 배포한 것도 문제지만, 지적을 받고도 개선하지 않는 것은 조합을 무시하는 행위”라는 볼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압구정2구역은 서울 강남권에서도 손꼽히는 초대형 사업지로, 시공권을 두고 건설사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총공사비만 약 2조4000억 원으로 추정되는 만큼, 조합 내부에서도 사업 초기부터 공정한 경쟁문화를 정착시킨다면서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온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에서 삼성물산이 불법 홍보물을 계속 배포하자 ‘클린 수주’ 원칙과는 동떨어진다는 비판과 함께 본격적인 수주전이 펼쳐지기도 전에 삼성물산측이 스스로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공정경쟁을 호소하는 조합의 지침 마저 무시하는 태도에 일부 조합원은 “클린 수주를 외치면서도 실제 행동은 전혀 다른 것 같다”며 삼성물산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 삼성물산, 한남4구역에서도 ‘불법 홍보’ 물의… 처벌 없어 ‘불법 홍보’ 반복되나

@ 삼성물산이 한남4구역에서 조합의 승인을 받지 않고 무단 배포한 홍보물. /사진=제보자
삼성물산이 한남4구역에서 조합의 승인을 받지 않고 무단 배포한 홍보물. /사진=제보자

삼성물산 측의 이러한 행위는 사실 처음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용산구 한남4구역 재건축 수주전에서도 삼성물산은 조합의 승인을 받지 않은 홍보물을 배포하다 적발된 바 있다.

당시 삼성물산은 홍보관에 조합 승인 없이 자체 제작한 ‘래미안 글로우힐스 한남’ 홍보 책자를 비치하고 이를 조합원들에게 무단 배포해 문제가 야기된바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설계 등 객관적 조건에서 현대건설에 밀리자, 삼성물산이 조급함에 편법을 동원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한남4구역 조합은 올해 1월 총회를 통해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규정 위반에도 시공사로 선정된 삼성물산에 별다른 제제나 불이익이 없었던 만큼, ‘불법을 저질러도 수주만 하면 그만’이라는 잘못된 선례를 남겼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아울러 이처럼 그릇된 선례가 이번 압구정2구역에서도 반복되는 빌미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주목된다.

◆ "삼성물산의 상생 협약은 말뿐인가" 의문 제기돼

@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와 대형 건설사 8곳의 상생 협약 체결식 모습. /사진=강남구청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와 국내 대형 건설사 8곳의 상생 협약 체결식 모습. /사진=강남구청

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삼성물산의 행태는 불과 몇 달 전 서명한 ‘공정 수주 상생 협약’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9월 강남구청은 재건축 수주전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국내 대형 건설사 8곳과 함께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 공정경쟁 및 상생 협약’을 체결했다. 과거 재건축 수주전마다 반복되던 금품 살포, 비방전, 허위 홍보 등 각종 부당 행위를 근절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으로, 자치구 차원에서 처음 시도된 만큼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협약에는 삼성물산을 비롯해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GS건설 등 이른바 ‘빅8’ 건설사가 모두 참여해 △조합원 대상 개별 홍보 금지 △사전 승인 없는 홍보물 사용 금지 △위반 시 입찰 참가 무효 △금품·향응 제공 금지 등의 윤리 수주 원칙이 명문화됐다.

강남구청측은 “시공권 경쟁 과열이 주민 피해로 이어지는 일을 막겠다”며 압구정 등 핵심 지역에서 과도한 경쟁을 자제하겠다는 건설사들의 동참을 이끌어낸바 있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이러한 ‘서약’의 존재를 무색하게 만들듯 구청과 약속한 ‘공정경쟁’ 원칙을 무너뜨려 적잖은 지적을 받아왔다.

조합 차원을 넘어 행정 당국의 역할론도 거론되는 분위기다. ‘상생협약’이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협약을 위배하는 행위에 대해 지자체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협약의 권위가 실추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 준법 경영 외치던 삼성… 현장에선 공허한 메아리 그치나

삼성물산의 반복된 일탈은 삼성그룹이 강조해 온 준법경영 기조와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은 사상 처음으로 그룹 차원의 준법감시위원회까지 운영하며 준법 경영을 내세워 왔지만, 정작 일선 현장에서는 계열사의 원칙 경시 풍토가 여전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압구정2구역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스스로 서명한 상생 협약까지 어긴다면 ‘클린 수주’라는 구호가 무색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삼성그룹이 강조해온 핵심 기조인 ‘준법 경영’에 대한 실천과 함께 말만 앞세우는 구호가 아니라 명확한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의 반복되는 위반 행위는 더 이상 실수라고 치부하기도 어려운 지경”이라며 “준법 경영과 공정 경쟁을 강조한다면 스스로 약속한 원칙부터 지켜야 한다는 의지를 이번에는 제대로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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