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선 공약 점검 ⑤] 대선 후보들, ‘장밋빛 AI 청사진’ 잇따라 제시…정부 차원의 지원 절실해
  • 김기찬 기자
  • 승인 2025.05.2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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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AI 투자액, 미국의 2% 수준…“정부 지원 절실”
이재명·김문수, “AI 3대 강국 도약할 것” 한 목소리
"정부의 절대적인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영역"

 

제21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6-3 ‘장미 대선’의 막이 올랐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6월에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지난 19대 대선과 마찬가지로 당선 확정과 동시에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다. 차기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출범하게 되므로 각 후보의 공약이 그대로 정책으로 반영되고 실행에 옮겨질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특히 대한민국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경제 분야에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무역전쟁, 급속도로 발전하는 과학기술 등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어서 대선 후보들의 공약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산업과 금융 등 특히 경제분야를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향후 5년을 책임지려는 각 후보들의 분야별 공약을 입체적으로 조망해본다. [편집자 주]

① 캐즘·고관세·고환율 ‘삼중고’ 빠진 전기차 업계…“대선 후보들, 공약 전무(全無)”

② ‘K-방산’ 선점 공약 쏟아진다…‘4대 강국’ 가능할까

③ 1311만 청년층 표심 잡아라...대선 후보들 청년정책 포인트

④ 'K 주식시장 살리기' : 이재명 "코스피 5000 달성" vs 김문수 "박스피 탈출"

⑤ 대선 후보들, ‘장밋빛 AI 청사진’  잇따라 제시 …정부 차원의 지원 절실해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김기찬 기자] 인공지능(AI) 민간 투자액이 미국의 2%에 불과한 나라. 반면 AI 인재 유출로는 ‘톱3’ 안에 드는 나라. 바로 AI와 관련된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지난해 발간한 ‘2024년 인공지능 글로벌 트렌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3년 이후 누적 민간 AI 투자액은 72억5000만달러로, 같은 기간 미국(3352억달러)의 2.2% 수준에 그쳤다. 전 세계 순위는 그나마 9위였다.

또한 한국의 AI 인재 1만명 중 약 0.3명은 해외로 순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이스라엘(-0.76), 인도(-0.57)에 이은 3위다. 부끄러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이 'AI 3강'에 들겠다는 대한민국 AI 투자의 현주소다. 누적 민간 AI 투자액 3위인 영국은 223억달러를 투입하고 있는데, 한국의 3배가 훌쩍 넘는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지난 2월 발표한 ‘AI 시장의 부상: 수출 기회의 새로운 장’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AI 시장은 연평균 20~30%대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2030년까지 1조달러를 웃도는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되는 글로벌 AI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AI 3강’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민·관의 투자와 지원이 그야말로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지난 3월 반도체, AI 등 첨단전략산업에 장기투자하는 50조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 조차 관련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답보 상태를 맴돌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리더십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한국의 AI 투자, 인재 양성 등 핵심 전략 수립은 차기 정부의 핵심과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에 차기 대선 후보들의 AI 공약에 대해 면밀히 톺아보고자 한다. 


◆ 李 “AI 3대 강국 도약…전 국민 생성형 AI 쓴다”

이번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은 대부분 AI 산업 육성을 위해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데에는 한 목소리를 냈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경제 공약으로 ‘AI 세계 3대 강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서울 표심 잡기에 나선 19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대선 주자 중 가장 먼저 AI 관련 정책을 구체화했다. 이 후보는 지난달 14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AI 투자 100조원 시대를 열겠다”며 “정부가 민간 투자의 마중물로서 AI 관련 예산을 선진국을 넘어서는 수준까지 증액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가 SNS 및 공약에서 밝힌 AI 관련 언급을 종합하면 △글로벌 AI 공동투자기금 조성 △GPU(그래픽 처리 장치) 5만개 이상 확보 △AI 인재 양성 △AI를 위한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교육 강화 △AI 관련 규제 합리화 △전 국민 ‘한국형 챗-GPT 보급’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이 후보는 글로벌 AI 공동투자기금 조성을 통해 협력국 간 공용으로 사용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복안이다. 협력국과의 정보 공유 등을 통해 다국적 데이터 활용이 가능해진다면 디지털 인구가 10억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을 기반으로 수립된 계획이다. 

이재명 후보는 “AI 초성장 사회로의 도약에는 글로벌 협력 체계가 절실하다”며 “글로벌 AI공동투자기금 조성이 K-이니셔티브에 걸맞는 K-AI를 주도할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이 후보는 “AI 핵심 자산인 GPU를 최소 5만개 이상 확보하고, AI 전용 NPU(생성형 AI를 위해 설계된 신경처리장치) 개발과 실증을 적극 지원해 기술 주권을 확보하겠다”며 “기업의 연구·개발 지원을 위한 공공 데이터도 민간에 적극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AI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STEM 프로그램을 도입한다는 계획에도 힘을 싣고 있다. 이는 △지역별 거점 대학에 AI 단과 대학 설립 △해외 인재 유치 △제조업, 정보통신기술(ICT)업 등과 연계된 AI 융복합 인재 육성 등이 골자다.

AI 분야 우수 인재의 병역특례를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과학기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한국형 챗-GPT’를 전 국민이 사용하게 된다면 순식간에 수많은 데이터를 쌓을 수 있다”며 “이는 다른 산업과의 융합으로 생산성 혁신, 신산업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위해 전 국민 생성형 AI 무료 사용을 추진하고, AI 융합 기반 ‘제로리스크’ 안전사회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18일 열린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는 이재명 후보는 AI를 한국의 3대 성장동력 중 하나로 삼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3대 성장 동력 가운데 첫 째로 AI를 꼽은 이 후보는 “정부가 책임지고 AI 산업을 비롯한 첨단 기술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며 “이 분야가 미래 성장의 핵심 축”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 김문수도 ‘100조 AI 펀드’ 공약…“AI 인재 20만명 육성”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AI 3대 강국 도약’을 내세웠다. 그는 두 번째 공약으로 이같은 비전을 제시하며 무게중심을 AI에 뒀다. 

이 후보와 동일하게 김 후보 역시 100조원 규모의 투자를 예고했다. 글로벌 기업 참여 민관합동펀드 100조원을 조성해 AI 핵심 기술 인프라 확보에 적극 지원하겠다는 복안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청년 정책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 후보는 인재 양성을 통해 ‘AI 전문가’도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AI 청년인재 20만명을 양성하고, AI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구체적으로 AI 대학원과 소프트웨어(SW) 중심대학 정원을 확대하고, 글로벌 대학과의 협력을 통해 인재를 적극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AI에 적지 않은 전력량이 소요되는 만큼 전력 공급에 대한 공약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김 후보는 AI 활성화를 위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인 만큼 소형모듈원전(SMR) 상용화 등 원전 비중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약을 발표하며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가스, 원전까지 활용하는 현실적 에너지믹스 전략으로 AI 시대 에너지 공급능력 대폭 확충하겠다”며 “원전산업 생태계를 복원·활성화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지원을 확대해 상용화를 촉진하겠다”고 말했다.

◆ 이준석 “첨단 산업 경쟁력 위해 ‘체질’ 개선”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는 AI만을 위한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AI 등 핵심 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체질 개선을 키워드로 꼽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는 선거공보에서 “반도체, 배터리, AI 등 핵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교육 개혁과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후보는 AI 학습용 데이터 개방과 거대언어모델(LLM) 경쟁력 확보 기반 마련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는 AI에 초점을 맞춰 투자를 확대한다는 식의 공약보다는 첨단과학기술에 대한 체질 개선을 위해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그는 국가과학영웅 예우제도를 도입한다고 제안했다. 우선 과학기술 연구자 연금 제도를 도입해 일정 수준 이상의 연구 성과에 대해 국가가 연금을 지급하는 체계를 마련한다.

또 과학기술 패스트트랙 제도도 도입해 일정 기준 이상의 과학기술인에게 외교관·승무원과 같은 패스트트랙 출국 심사 혜택을 부여하는 등의 지원안도 내놨다. 

과학기술 인재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성과 연구자에 대해 정년 제한을 유연화하고, 연봉을 인상하는 등의 지원책도 제시했다. 

이처럼 불합리한 과제를 개선하는 식으로 과학기술 연구자들의 처우 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 “‘AI 3대 강국’, 정부 지원 없이는 불가능”

대동소이하지만 주요 대선 후보들이 AI와 관련한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업계에서는 정부의 전방위적 지원 없이는 세계 3위의 AI 강국으로 도약할 수 없다는 점을 주문하고 있다. 

이달 9일 개최된 ‘대한민국 AI 정책 포럼’에서 염재호 태재대 총장 겸 국가인공지능위원회 부위원장은 “AI 생태계가 원활이 순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앞장서 데이터, 인재, 인프라 등의 자원을 확보하고 민간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민기 KAIST 경영전문대학원장도 “전력, 데이터, 인재에 대한 공급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며 “정부의 재정 투입이 인프라에 대한 수요를 견인하고 핵심 투입요소의 경쟁력 확보를 지원함으로써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AI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지원이 너무나 절실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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