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의 꽃 백화점’, 이제는 옛말…현대百 디큐브시티, 10년만에 쓸쓸한 퇴장
  • 서영길 기자
  • 승인 2025.06.2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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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에 ‘30일부로 디큐브시티점 문 닫는다’고 공지
유통업계 “최근 백화점 업계 전반의 ‘구조적 위기’ 상징”
미래형 복합쇼핑몰 표방하며 ‘체험형 소비 공간’으로 전환
(왼쪽부터)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모습./사진=각사
(왼쪽부터)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모습./사진=각사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현대백화점이 서울 서남권 핵심 상권인 신도림역 디큐브시티점의 문을 닫는다.

유동 인구가 하루 13만 명에 달하는 지하철 1‧2호선 환승역에 위치한 대형 백화점이 폐점한다는 것은 ‘유통의 꽃’이라 불리던 백화점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유통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백화점은 더 이상 ‘성장’의 상징이 아니라는 얘기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지난 19일 자사 홈페이지에 ‘30일부로 디큐브시티점 문을 닫는다’고 공지하며 고객들에게 폐점 소식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은 지난 2015년 당초 20년(10년+10년 재계약) 임대 계약 조건에 연 매출 3500억원을 목표로 야심차게 출발했다.

하지만 지속된 실적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현대백화점이 자사 점포의 개별 실적을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업계에 따르면 디큐브시티점의 연 매출은 2022년 2420억원, 2023년에는 2306억원, 2024년 상반기 1069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디큐브시티점은 현대백화점 16개 점포 중 14위에 불과한 최하위권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은 결국 임대 계약 기간의 절반만 채우고 철수를 결정하게 됐다.

부동산 운영사 이지스자산운용이 건물의 오피스 전환을 요구하며 퇴점을 요청한 측면도 있지만 현대백화점 역시 매출 부진 점포를 더 이상 유지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 롯데‧현대百, 실적 부진 매장 속속 정리…“앞으로 더 나올것”

유통업계는 디큐브시티점 폐점이 단순히 한 점포가 문을 닫는 문제가 아닌 백화점 업계 전반의 ‘구조적 위기’를 상징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백화점 업계 전반에서 폐점과 매각 소식이 잇따르고 있고 앞으로도 문 닫는 점포가 더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 폐점에 앞서 지난해 6월에는 31개의 매장을 보유한 롯데백화점이 연매출 740억원에 그친 마산점을 폐점한 바 있다. 또 매출 부진에 빠진 부산 센텀시티점 역시 자문사를 선정해 매각을 추진 중이다.

뿐만 아니라 미아점, 건대스타시티점, 상인점, 일산점, 포항점, 관악점 등도 매각 또는 계약 종료를 통한 폐점 방안이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백화점 3사 중 가장 적은 수(13개)의 매장을 거느린 신세계백화점만이 유일하게 점포 매각설에서 자유로운 상황이다.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 폐점을 알리는 공지./이미지=현대백화점 홈페이지 캡처 

백화점 업체들의 이같은 폐점‧매각 흐름에는 지속된 실적 부진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국내 백화점 3사의 영업이익은 일제히 감소하거나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롯데백화점은 4061억원으로 전년 대비 19.9% 줄었고, 신세계백화점도 4055억원으로 7.8% 감소했다. 현대백화점만 3589억원으로 0.8% 늘었지만 사실상 현상 유지 수준이었다.

지난해 매출 역시 신세계(2조6473억원), 현대(2조4346억원)는 각각 1.3%, 3.5% 증가에 그쳤고, 롯데백화점은 되레 1.6% 줄어든 3조2036억원을 기록했다.

포화된 출점 환경과 내수 침체, 온라인 쇼핑의 급성장, 인구 감소 등 유통업계의 구조적 악재가 한꺼번에 겹치며 백화점의 성장 정체를 불러온 것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실적 부진 원인은 통계 자료에서도 엿볼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4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분석을 보면 온라인 비중이 54.4%를 차지하며 압도적으로 높았고, 뒤를 이어 편의점(16.8%), 백화점(16.1%), 대형마트(10.1%), 기업형 슈퍼마켓(SSM·2.6%) 순으로 나타났다.

유통 채널 가운데 백화점의 매출 규모가 편의점에 조차 뒤처지는 신세가 됐다는 점은 ‘유통의 꽃’이라 불리던 백화점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신세계백화점 '더 헤리티지' 외관./사진=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더 헤리티지' 외관./사진=신세계백화점

◆ “차별화된 경험 제공하는 핵심 점포만 살아남을 듯”

이런 흐름 속에서 백화점 업계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비핵심 지방 점포는 과감히 철수하고 수도권 핵심 점포나 전략 거점에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방식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거래액 3조원을 돌파한 잠실점을 오는 2027년까지 매출 4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목표 아래 리모델링에 착수했고, 본점과 인천‧노원점 등도 전면 재단장할 계획이다.

또 미래형 복합쇼핑몰 ‘타임빌라스’를 수원, 군산, 김해, 서울 상암 등에 신규 출점해 체험형 소비 공간으로 전환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본점 신관을 ‘디 에스테이트’로, 옛 제일은행 본점을 ‘더 헤리티지’로 꾸미는 등 럭셔리 중심의 재단장에 힘을 쏟고 있다.

이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2년 연속 매출 3조원을 돌파하며 전국 백화점 중 거래액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신세계는 부산 센텀시티점 등 핵심 점포에 대해서는 지속적 투자를 이어간다는 복안이다.

현대백화점은 디큐브시티점을 접는 대신 프리미엄 브랜드 ‘더현대’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더현대 서울의 성공을 기반으로 2027년 광주, 부산에 ‘더현대’를 추가 출점하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콘텐츠 개발과 각 지역 맞춤형 복합시설 도입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백화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처럼 전국 곳곳에 백화점을 짓고 자연스레 손님이 찾아오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점포는 빠르게 정리하고, 브랜드 정체성과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핵심 점포만 살아남는 구조로 재편되는 것이 최근의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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