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물가’가 몰고 온 유통업계 ‘초低가 전쟁’…“가성비 경쟁 격화”
  • 서영길 기자
  • 승인 2025.06.25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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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편의점 초저가 전쟁에 선봉
치킨·위스키·라면 등 저가 PB로 승부수
상품기획시 가격 先책정…박리다매 전략
초저가 대표 상품인 (왼쪽부터) 롯데마트 '통큰치킨', CU '득템라면', 이마트 '저스트 포 하이볼'./사진=각 사
초저가 대표 상품인 (왼쪽부터) 롯데마트 '통큰치킨', CU '득템라면', 이마트 '저스트 포 하이볼'./사진=각 사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물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서민 경제를 압박하는 가운데, 유통업계가 오히려 ‘초저가’ 전략을 내세운 상품들을 속속 선보이며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특히 품질은 유지하되 가격 거품을 걷어낸 ‘초저가 가성비’ 상품으로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공략하는 각축전이 펼쳐지고 있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편의점이 최근 초저가 상품을 지속 출시하며 ‘고물가 시대’에 맞불을 당겼다.

유통업계의 초저가 상품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제품은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이다.

롯데마트는 오는 26일부터 7월 2일까지 통큰치킨을 특가에 판매한다. 롯데마트는 2010년 공전의 히트를 쳤던 통큰치킨을 15년 전 가격인 5000원에 재출시하며 초저가의 상징적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킨다는 전략이다.

최근 프랜차이즈 치킨값이 2만원에 육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4분의 1 수준의 가격인 셈이다.

앞서 롯데마트는 지난 4월 동일 제품 대비 절반 이하 가격인 1000원짜리 두부와 콩나물을 선보이며 초저가 경쟁에 선제적으로 뛰어든 바 있다. 이 제품들은 롯데마트 PB 상품군 내 상위 5위권에 오를 만큼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롯데마트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판매가를 1000원으로 책정한 뒤 협력사로부터 일정 규모 이상을 매입하는 조건으로 원가와 이윤을 맞췄다. 이와 함께 1등급 한우·수박·랍스터 등을 반값에 판매하는 ‘통큰세일’도 병행하며 초저가 전쟁에 뛰어든 상황이다.

이마트 역시 고물가 시대에 맞선 초저가 제품군을 확대하는 추세다. 특히 음식점 소주 한 병값 수준인 5980원짜리 초저가 위스키 ‘저스트 포 하이볼’을 최근 선보이며 주류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이마트는 병 대신 페트 용기를 사용하는 등 제조 원가를 대폭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저스트 포 하이볼은 한 병으로 8잔(355㎖ 잔 기준)의 하이볼을 만들 수 있어 잔당 800원이 채 안 된다는 사실이 입소문을 타며 하이볼 애주가들에게 ‘원탑’ 위스키로 꼽히고 있다.

이외에 이마트는 생활용품·화장품에서도 초저가 라인업을 확대 중이다. LG생활건강과 손잡고 출시한 스킨케어 제품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는 8종 모두 4950원의 균일가로 판매해 출시 후 두 달 간 3만2000여 개가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이 회사 전체 스킨케어 매출을 전년 대비 약 2배 끌어올렸다.

이마트의 PB(자체브랜드)인 노브랜드는 최근 2만9980원짜리 운동화도 선보였다. 불필요한 기능성은 없애고, 그대신 편안함과 통기성 좋은 여름용 신발 제작을 목표로 판매가를 소비자 부담이 적은 3만원 미만으로 맞췄다.

이마트는 이같은 초저가를 실현하기 위해 마케팅비 축소, 단순 포장 등 비용 절감에 전방위적 노력을 펼치고 있다.

 

서울의 한 롯데마트에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사진=롯데마트

◆ ‘초저가’ 총공세 나선 편의점…오프라인 유통 채널서 매출 1위

편의점 업계도 초저가 상품 출시 전쟁에 본격 가세하는 형국이다.

CU는 880원짜리 육개장, 990원짜리 과자와 채소 등 1000원 미만의 제품과 2900원짜리 캡슐커피(10개입) 등 초저가 라인업을 빠르게 확대 되는 모양새다.

특히 480원짜리 ‘득템라면’은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37.5% 증가, 1900원짜리 닭가슴살은 무려 77.6% 폭증하며 소비자 반응을 이끌어냈다.

GS25는 3000원대 가성비 뷰티 제품을 속속 출시하며 색조부터 기초 화장품군까지 초저가 상품 영역을 넓히고 있다.

아울러 8월까지 발포주 1캔을 1000원꼴로 판매하는 '드링KING 페스타', 밤 9시부터 ‘야간 개장 타임세일’ 등을 통해 가격 파괴를 가속화하고 있다.

세븐일레븐 역시 고물가로 인한 편의점 간편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이달 말까지 도시락 할인전을 펼친다. 다음달에는 '세븐일레븐데이'를 통해 아이스크림과 음료 등 수요가 높은 제품을 중심으로 대규모 할인전을 연다.

이마트24도 올해 초부터 일반 상품 대비 최대 40% 저렴한 초저가 PB 상품을 선보이는 ‘상상의끝’ 프로젝트에 힘을 주고 있다.

초저가를 내세운 편의점들의 이같은 파상공세는 통계 자료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4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분석을 보면 온라인 비중이 54.4%로 압도적으로 높은 가운데, 뒤를 이어 편의점(16.8%), 백화점(16.1%), 대형마트(10.1%), 기업형 슈퍼마켓(SSM·2.6%)이 차지했다.

이는 유통 채널 가운데 편의점이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제치고 ‘오프라인’ 매출 비중 1위를 차지한 것으로, 고물가 속에서 ‘가성비’를 앞세운 초저가 전략이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눈만 뜨면 물가가 오르다 보니 소비자들은 가격에 민감해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초저가 상품은 단순한 가격 승부가 아니라 유통사의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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