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과 ‘가격’ 확보한 태양광 인버터 기업들,
아시아 시장 쟁탈전 치열
이 민 선 기자
IHS리서치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태양광 인버터의 글로벌 동향은 전년 대비 5% 정도 하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르면 독일, 이탈리아와 같은 유럽 내 태양광발전 기술 관련 선진국들은 올해 70% 이상의 수요 감소를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이유는 유럽시장의 경기 둔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혔다. 실제로 지난해 1분기와 비교했을 때 올해 1분기 유럽, 중동, 그리고 아프리카의 인버터 선적량은 4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 세계 탑 10의 태양광 업체가 중국에 몰려있는 것과 대비되게 태양광 인버터는 유럽, 미국 등의 선진국이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발 경제위기가 장기간에 접어들면서 최근 태양광 인버터 시장의 축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양상이다. 때문에 세계 굴지의 태양광 인버터 기업들도 신시장 공략을 위해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시장을 공략함으로써 노선변경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다양한 분석을 통해서도 증명된다. 중국의 인버터 선적량은 올해 2분기까지 174% 가량 성장해 2GW에 도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 시장 역시 최근 급성장해 세계 태양광시장의 새로운 집결지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태양광산업 품질인증 및 테스트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의 운용호 선임연구원은 “최근 유럽, 미국 등의 선진 태양광 인버터 기업들이 한국시장 진출을 위해 인증 요청을 해오고 있다. 인버터 시장이 점차 유럽에서 아시아시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증명한다”고 분석했다.
심각한 가격경쟁, 품질저하로 이어져
이를 반영하듯 파워원, SMA 등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시장 진출을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파워원의 박익현 매니저는 “아시아 중 특히 한국시장은 전 세계 태양광시장의 1%에 해당할 정도로 그 규모는 미미하지만 업계에 상당한 실력자들이 포진해 있다”며, “이러한 배경으로 당사는 한국시장의 가능성에 대해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시장으로 집중 주목받고 있는 아시아시장. 하지만 넘어야 할 산 역시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의 경우, 전 세계에서도 까다롭기로 유명한 JET 인증 획득, 그리고 내수시장 보호가 강한 특성으로 시장 진입 자체가 쉽지 않다.
국내시장 역시 다르지 않다. 국내시장은 전 세계 어느 국가보다 치열한 가격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정부에서 FIT에서 RPS로 제도를 변경함으로써 발전사업자, 시공업자들이 낮은 단가의 전력변환기를 먼저 선택하게 되는 결과로 일부 업체들은 단가를 낮추기 위해 저가의 부품을 사용하는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현장에서 인버터의 잦은 고장으로 이어져 그 피해를 고스란히 소비자가 부담하게 돼 대책마련을 두고 업계의 고심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헵시바의 김광원 연구원은 “효율면에서는 국내외 제품의 차이가 크지 않을 만큼 일정 수준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다”며, “해외의 경우 안전규격이 추가되고 있는 추세지만, 한국의 경우는 심각한 가격 경쟁으로 오히려 이와는 반대되는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다쓰테크의 금만희 대표 역시 우려를 표했다. 그는 “품질과 가격,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것이 국내 태양광 인버터 업체가 극복해야 할 과제로 당사 역시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국내시장, 효율 테스트에 총력
한편, 국내 태양광 인버터 시장이 직면한 문제는 가격 외에도 효율 중시 풍조가 지적된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의 운용호 선임연구원은 “시험을 진행하는 데 있어 국내 업체들은 효율에 집착하는 현상이 강하다. 최근 태양광 인버터 효율은 국내외 제품이 거의 97%를 상회하는 등 대동소이한 수준”이라며, “다만 해외 업체들의 경우 세이프티를 중시하기 때문에 상태진단 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 국내 업체들과의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발전사업자, 시공업자의 영향력이 강한 국내 태양광시장 특성상 가격, 효율 등 단기간에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의 스펙이 중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태양광 인버터 업체의 한 관계자는 “연구실에서 진행되는 효율 테스트의 경우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최고 효율의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장에서 사용되는 제품들은 이 효율을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하지만 업체 입장에서 효율을 중시하는 국내 현실은 구조적인 문제로도 분석할 수 있다. 한국시장은 그 규모가 작고 태양광 인버터 판매 실적 또한 해외에 비하면 미약하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몇몇 적용사례를 통해 문제점을 보완한 완벽한 제품을 생산해낸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구조적인 상황으로 업체들은 가격과 효율 테스트를 중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유럽에서 아시아로 시장 이동
한편, IMS리서치에 따르면 2014년 유럽,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의 태양광 인버터 출하량은 올해 12.6GW에서 14.6GW로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미국과 아시아 지역이 태양광 인버터 시장을 주도하고 중국, 미국, 일본이 급부상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일본의 대형 인버터 시장 또한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반적으로 시장 호전세가 예측되는 가운데 인터뷰를 진행했던 업체들 또한 상당한 경기 호전세를 체감하는 듯했다. 다쓰테크의 금만희 대표는 “지난해 대비 올해 50% 가량 매출 성장이 예상된다”고 언급했으며, 풍력-태양광 하이브리드 인버터를 국내 최초로 출시한 헵시바 역시 올해 상당한 매출 성장을 내다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셀&모듈, 부품소재 업계 관계자들 역시 입을 모아 올해 시장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며 내년을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난립했던 중국 업체들이 상당수 정리됐음은 물론이고, 폴리실리콘 등 부품소재 가격이 조금씩 상승세를 보이면서 향후 태양광시장의 호전세에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최근 업계에서는 해외시장 진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유럽시장 중심의 태양광시장이 유럽발 금융위기로 인해 점차 미국, 일본, 태국 등 아시아시장으로 중심이 이동하면서 점차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기술력 확보는 물론 인증 등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기획특집 인터뷰를 통해 만난 한 태양광 인버터 업계 관계자는 “국내시장은 정부주도로 진행될 뿐만 아니라 시장 규모 자체가 작아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며, “더불어 최근 일본시장의 급격한 성장으로 인해 국내 업체들이 일본시장을 공략하려는 움직임이 확연히 관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많은 업체들이 일본시장 진출을 위해 일본에서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음은 물론, JET 인증까지 준비하고 있다. 이미 LS산전은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뒤를 이어 많은 업체들이 일본 진출을 모색하고 있었다.
다쓰테크의 금만희 대표는 “당사는 일본시장 진출을 위해 일본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하는 대용량 인버터 제품을 최근 개발했으며, JET 인증 역시 준비 중에 있다”고 언급했다.
국내시장 확보 선행돼야
국내 태양광 업계의 해외시장 진출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는 있지만, 국내시장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시장임은 분명하다. 해외시장에 앞서 국내시장 확보가 우선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유니테스트의 이춘상 부장은 “한 조사에 따르면 2050년까지 국내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할 수 있는 부지가 충분하다는 분석이 있다”며, “최근 난립했던 업체들이 상당수 정리되면서 국내에는 자금력이 있는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모습이다. 태양광산업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영세한 업체들이 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매년 반복되는 블랙아웃 위기 속에서 국내 각지에서 태양광발전소 건립 소식은 기업들의 전력난 대비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파악된다.
국내시장은 전 세계 태양광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 수요는 물론이고 공급 또한 비중이 크지 않은 것이 그 이유이다. 수요 측면에서도 1% 이하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공급에서 역시 폴리실리콘을 제외하고는 1% 이하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태양광 산업은 LCD, 반도체 산업을 잇는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시장확대를 위해 RPS, 그린홈 100만호 사업 등 5년간 1,500억원 투입 및 인력 육성, 태양광발전사업자에게 융자지원, 신재생에너지 상생보증펀드 활성화, 장기 성능 보장 보험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 예산규모는 턱없이 모자란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좀 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대안 마련은 물론이고 이에 따른 예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업체의 입장에서는 최근 국내 태양광산업에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가격은 물론이고 차별화된 기술력 확보,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태양광산업은 자원고갈, 환경오염 등 인류 생존의 문제에 있어 향후 지속 성장 가능성이 있는 분야다.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태양광이라는 아이템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산업이 향후 신성장동력으로서 국내 경제를 견인하기 위해서는 기업, 국가, 민간이 함께 꾸준한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SOLAR TODAY 이 민 선 기자 (st@infoth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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