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ESS 시장 개화시기 빨라지고 있다’
김 미 선 기자
이번에 발표된 LG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시대적인 요구에 발맞춰 현재 태동기에 있는 ESS 시장은 2020년 적게는 31조원에서 많게는 10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태동기인 만큼 사업의 외형 확대는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지만, 관련 기업들의 실적은 더딘 상황이다. 그러나 ESS 시장의 수요 및 공급, 정책 모멘텀으로 미뤄볼 때 만년 유망주였던 ESS 시장의 개화가 빨라지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ESS 시장 개화 촉진 신호탄
보고서에서는 ESS 시장의 개화시기가 빨라지고 있다는 근거를 우선 최근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살아나고 있는 데다, 민간 주도의 ESS 프로젝트도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수요 측면에서 태양광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으며, 이미 태양광 모듈 업계의 재편도 이뤄져 관련 기업들은 발전용 애플리케이션에 국한하지 않고 소비용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사업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의 확대는 ESS 시장의 동반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균일한 발전량을 보장할 수 없는 신재생에너지의 태생적 특성상 전력계통의 품질 안정화와 신뢰성 확보를 위해서 ESS 설치가 필수적으로 뒷받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일본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치바현 ‘카시와노하 스마트시티’ 등 민간 주도의 ESS 프로젝트도 확대되고, 실제적으로 ESS를 포함한 이런 에너지 솔루션이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고 부동산의 부가가치를 향상시키는 등의 효과가 있음이 증명되면서 ESS를 기반으로 한 민간 주도의 유사 프로젝트가 확대될 가능성이 많아, 이를 기반으로 ESS 시장이 한층 빨리 개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두 번째로 이 보고서는 기업 참여 확대를 통한 기술 발전과 실질적 가치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이 ESS 시장 성장을 이끄는 요소 중 하나라고 밝혔다. 공급 측면에서 기업들의 활발한 참여로 ESS의 구성 요소인 저장장치, PCS, EMS의 기술 발전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고, 저장장치의 경우 소비용 ESS 시장을 중심으로 기업들이 다양한 기술 개발 및 기술 자체 완성도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이 배터리 저장 방식에 대한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어 성능이나 가격 측면에서 개선 폭이 빠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제품 번들링 등을 통해 코스트 부담을 완화하거나 하나의 ESS 설치로 다양한 용도에 사용 가능한 Multi-purpose ESS 비즈니스 모델 등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면서 ESS 시장 성장을 촉진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에서는 그 대표적인 예로, BMW의 사례를 들었다. BMW는 스웨덴 전력기업 바텐폴(Vattenfall)과 협력해 자동차전지를 ESS로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ESS 하나만 설치해도 백업전원 확보, 신재생에너지 통합 사용, 전력 품질 유지, 피크 수요 시점의 전력 부하 조절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어 사용자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처럼 현재 전 세계에서 진행된 ESS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소비용 ESS에서 3~4개의 용도를 가진 Multi-purpose 방식이 72%(미국 에너지부 Global ESS 프로젝트 데이터베이스 기준)로 지배적인 상황이며, 신규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경우 이러한 경향이 더욱 심화되는 추세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이 보고서는 ESS 보급을 위한 각국 정부의 직·간접적 정책 지원의 확대도 ESS 시장 성장의 모멘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의 경우 ESS를 통한 수요 관리가 국가 에너지 계획의 핵심 사업이 되고 있을 정도로 ESS 채용이 권장 또는 지원되고 있다. 미연방에너지위원회는 ESS가 기존 전력설비와 동등한 지위를 가지도록 보장하고, 새롭게 형성되는 에너지 관련 시장에서 ESS에 적합한 정산 제도를 도입할 수 있도록 진행 중이다. 캘리포니아 및 텍사스, 뉴저지 등 미국의 주정부들도 ESS 보급 의무화, 보조금 인센티브 등 다양한 시장 확대 정책을 내놓고 있다. 독일의 경우에도 2013년부터 태양광발전과 ESS를 결합한 소비용 시스템에 kW당 최대 660유로와 저장장치 가격의 최대 30%를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잠재적 시장에서 가시적 시장으로
이처럼 ESS 시장 개화 촉진 모멘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ESS 시장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들도 하나둘씩 포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최근 3~4년간 ESS 프로젝트 수가 급증하고 있는데, 미국에너지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4년간 진행된 프로젝트 수는 전체 프로젝트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ESS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한다.
프로젝트 수뿐만이 아니라, ESS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들 또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다양한 배경의 기업들이 시장에 진출하면서 MW 미만의 소비용 ESS 프로젝트 비중(전체의 62%)이 2배 확대되는 등 새로운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발전, 송배전 영역은 기존 유틸리티 업체들이 주도하는 가운데 양수발전, 압축공기방식 등 기존 저장방식 중심으로 최적화가 진행 중이지만, 소비용 영역에서는 다수의 기업들이 시장 참여를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ESS 시장 성장 위한 업계 간 파트너십 필요
한편, 이 보고서는 빠른 시장 개화가 예상되는 글로벌 ESS 시장과 달리, 국내의 경우 실제 ESS 사업 추진은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내 ESS 시장은 투자비 회수 부담이 적고 효과성 입증과 비용 부담 주체가 명확한 주파수 조정용 ESS를 중심으로 시장 형성 중에 있으나, 아직 정부 주도의 초기 시장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특히, 현재 민간 주도의 ESS 프로젝트는 거의 전무한 상황으로, 정부는 에너지 소비 규모가 큰 민간 기업들에 ESS 설치를 독려하고 있지만, 아직은 권고 사항에 불과한 상황이다. 물론 국내 기업들도 ESS 시장에 관심은 있지만, 구체적인 사업화 수준으로는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기업들에 요구되는 세분시장별 사업 특성과 필요 역량도 다르기 때문에 기업들은 사업 전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이 보고서는 기업 입장에서 ESS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모든 시장 진입을 고려하기보다는 타깃 시장을 목표로 최적의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역량을 체계적으로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하일곤 선임연구원은 “ESS 시장은 단독으로 사업을 진행하기에는 아직 버거운 시장으로, 역량 보완 및 확보를 위해서는 파트너십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면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들이 ESS의 가치사슬 영역을 수직계열화하기보다는 개별 기업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역량을 바탕으로 파트너십을 통해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는 점을 국내 기업들은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올해 4월 공급 위주의 전력시장에 수요관리 시장을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도 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도 ESS를 적극적으로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기는 하다. 즉, 발전소 위주의 전력 공급 정책에 한계가 이른 국내 전력시장에서 절약된 전력 소비량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에너지 시장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따라서 하일곤 선임연구원은 “새롭게 형성되는 시장에서 기업들이 빠른 사업 경험과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전기요금 체계 개편 등 지원책과 발전사업자 중심의 규제 완화 및 다양한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이처럼 기업들의 시장 개척 노력과 함께 정부지원이 잘 어우러진다면, ESS를 바탕으로 한국 내 에너지 신시장 확대는 물론 국내 ESS 사업의 글로벌 ESS 사업으로의 빠른 확장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LG경제연구원(www.lgeri.com)
SOLAR TODAY 김 미 선 기자 (st@infoth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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