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전지에 무지개 옷 입힌다!
황 주 상 기자
이재용 박사가 태양전지를 접한 시기는 비교적 최근이다. 국내에서 미세소자 분야로 석사학위를 받은 이 박사는 약 4년여간 LG전자 디지털TV연구소에서 영상처리 칩 설계업무를 수행했다. 이 시기에 이 박사는 TV 시청자 얼굴 인식 모니터링 프로젝트 아이디어 제안을 하게 됐고, 이는 미국 미시간주 앤아버에 위치한 연구중심 공립대학인 미시간대학에서 태양전지 분야의 전문연구 제안을 받게 되는 계기가 됐다. 이후 이 박사는 미시간대학에서 본격적인 태양전지 연구개발을 하게 됐다. 초기에는 기존의 유기 태양전지 관련 연구개발을 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태양전지 개발에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맨땅에 헤딩, 새로운 빛으로 싹을 틔우다!
당시로선 비정질 실리콘으로 태양전지를 제조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다. 새롭게 개척하는 연구 분야였기 때문에 주위의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이 박사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불가능’에 가깝다는 주변의 평가에도 이 박사의 확신이 흔들리지 않았던 것은 ‘최초’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과 연구개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결실’의 성취감 때문일 것이다. 당시 이 박사의 아이디어는 기존의 두꺼운 비정질 실리콘이 아닌 유기태양전지와 비정질 실리콘 태양전지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태양전지’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이 박사는 교수 및 연구진을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비정질 실리콘을 기존보다 작게는 10배, 크게는 50배 이상 얇게 제조해 양쪽에 유기물질을 부착해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태양전지를 개발하게 됐다.
우연한 제안으로 얻은 아이디어
태양전지에 색깔을 넣는 아이디어는 우연한 제안으로 시작했다. LCD 및 휴대전화에 장착되는 컬러필터를 연구하는 국내의 한 후배가 우연히 이 박사의 하이브리드 태양전지에 색을 넣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한 것이다.
이 박사의 기술개발과 후배의 전문 분야인 컬러 표현 이론의 접목은 투명감, 반사그래픽, 패턴의 다양화 등 기존의 태양전지에선 볼 수 없었던 다양한 가치를 구현하게 됐다. 이 박사와 연구진은 즉시 관련 논문을 발표하는 한편, 학교 로고와 미국 국기 등을 표현하며 솔라그래픽스의 다양한 활용도를 증명했다.
이 박사와 연구진은 이 차세대 하이브리드 태양전지의 이름을 태양광으로 그래픽을 구현하겠다는 의미에서 ‘솔라그래픽스’로 지었다. 이 박사를 비롯한 연구진은 기존의 비정질 실리콘 태양전지는 비용이 저렴하고 저온 공정이 가능해 차세대 박막 태양전지로 주목받고 있지만, 두꺼운 빛 흡수층을 사용할 경우 열에 의해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등 문제점을 갖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 박사에 따르면 연구팀은 실리콘 층의 두께를 줄여 원하는 색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 쓰이던 300nm의 두께보다 1/50로 얇아진 것으로 현재 세계 최초다. 이러한 혁신적 기술은 기존에 있던 ‘PN 접합’을 완전히 제거했기에 가능해진 것이다. 태양전지는 반도체를 이용해 태양빛의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전지다. 빛이 PN 접합부에 닿으면 전자가 접합부에서 튀어나와 N형으로 향하고 이때 N형에서 P형으로 전류가 흐르기 때문이다.
비용·효율·공정의 3박자를 맞추다!
솔라그래픽스는 기존의 컬러셀과는 제작방식이 전혀 다르다. 종래의 컬러셀은 ‘염료감응방식’에 기인한 것으로 태양빛을 일정 이상 받으면 염료의 빛깔이 바래는 성질을 띠고 있어 수명이 다소 짧다는 단점이 있었다. 또한, 일부 염료는 사용 대비 비용이 비싸 다양한 색감 표현 제약이 따른다는 점도 간과할 부분이 아니다.
이에 반해, 이 박사의 ‘솔라그래픽스’는 5~30nm의 극박막형으로 두께가 얇기 때문에 유연한 성질을 띠고 있는 동시에, 내구성도 견고해 수명이 길다. 물론 효율 대비 비용도 저렴하다. 초기에는 솔라그래픽스의 활용도를 태양광전력에 직접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광고판, 건축 등에 국한했지만, 현재는 디자인 측면과 새로운 가치수립을 위해 폭넓은 활용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기념품이나 장난감 등과 같은 작은 제품에서 스티커타입으로 제조해 종이컵이나 한지로 된 창호 등과 같은 일상용품에 접목시켜 그래픽 요소를 도입할 계획이다. 또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현재 이 박사의 연구진이 활용도 측면에서 다양한 IT 및 스마트 기술과의 접목을 도모하고 있다. 가령, 온도감응시스템과의 연계를 통해 분유병을 비롯한 컵 내부의 온도차이의 변화를 감지, 알림표시를 색감으로 표현하는 등 다양한 활용 아이디어를 구상 중에 있다.
이 박사는 “현재 미국과학재단에서 약 5만달러 상당의 지원을 받아 솔라그래픽스를 상용화할 파트너사를 모색 중이다”라며 “하루 빨리 솔라그래픽스를 적용한 제품으로 소비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
SOLAR TODAY 황 주 상 기자 (st@infoth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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