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추진선 ‘개조산업’ 중소조선 구원투수 될까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0.12.3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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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대응력 제고, 장기적인 원천기술 개발 추진

[인더스트리뉴스 최정훈 기자] 당분간 친환경선박은 LNG추진선이 주연이 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실존선을 대상으로한 개조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신조 수준의 고도화·전문화 된 인프라 없이 중소 조선업체들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개조산업이 장기불황의 늪에 빠진 업계를 건져낼 구원투수가 될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적의 환경규제 대응책 꼽혀

해운업계는 거역할 수 없는 ‘탈탄소’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여러모로 탐색중이다. 주로 탈황장치(Scrubber)를 탑재하거나 저유황유를 사용하는데 이는 여전히 탄소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특히, Scrubber의 경우 금지하는 항구가 늘면서 설 자리가 좁아지는 모양새다. 

여전히 R&D 수준의 수소, 암모니아가 주력으로 부상하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LNG가 당분간 탄소제로 연료로 가는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되는 배경이다. LNG는 매연과 이산화황 배출이 거의 없으며, 고유황유보다 미세먼지를 80% 감소시키는 친환경연료로 꼽힌다. 연료 효율이 좋고 가격도 석유보다 저렴하다는 강점도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에서 세계 최초 18만톤급 LNG 추진 외항 대형 벌크선 2척이 건조돼 명명식을 갖고 해운사로 인도됐다. [사진=해수부]
현대삼호중공업에서 세계 최초 18만톤급 LNG추진 외항 대형 벌크선 2척이 건조돼 명명식을 갖고 해운사로 인도됐다. [사진=해수부]

클락슨(Clarkson)에 따르면 국내 조선소 LNG추진선 수주 비중이 2015년 10.3%에서 2018년 28.6%, 2019년 38.7%로 꾸준히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올해 국내 조선소 수주 계약 중 LNG추진선이 절반을 상회하고 있으며 LNG Ready 선박들까지 포함한다면 앞으로 적지 않은 LNG추진선들이 운항 할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에서는 10년 후 8,000여척의 LNG추진선이 운항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21년에는 코로나19로 침체된 수요와 2022년 EU 선박 ETS(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 등에 대비하기 위한 투자심리가 수요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실존선이다. 국제해사기구(IMO) 및 EU가 내걸고 있는 황함유량 기준에 대부분의 노후한 실존선들이 미달될 것으로 우려된다.

신존선에도 LNG추진선 교체 수요가 옮겨갈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이미 시그널이 나오고 있다. 지난 10월 한국산업단지공단가 개최한 온라인 무역전시회에서 국내 기업인 세호마린솔루션즈가 그리스 A선주사와 20만톤급 벌커선 10척에 LNG추진선 개조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세호마린솔루션즈는 지자체, 기관, 울산지역 중소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 12월 16일 개최된 울산 LNG추진선 개조산업 컨퍼런스에서 세호마린솔루션 김영원 대표는 “LNG추진 개조선 시장은 집토끼이다. 부울경 지역 역량이면 큰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시장 선점이 가능하다”며, “설계, 연료탱크, 설치, 개조, 시운전 등 종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면, 척당 2,000만 달러, 10척이면 1,000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개조산업의 공급 주체는 대형선박관리사, 중소조선소, 투수목적법인 등인데 중소 조선업체들도 플레이어로 크게 활약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조산업은 장기간 수주가뭄으로 맥없이 주저앉았던 업계의 변곡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업계는 LNG추진선 개조시장의 퍼스트 무버로 나서 입지를 확보하면 퇴직자 재고용, 신조 일변도 탈피 등 국가 조선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피력하고 있다. 또한, 이를 발판으로 추후 전기, 암모니아추진선 시장 등으로 발을 넓힐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업계에 따르면 앞으로 개조시장은 157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며 기대효과만 연간 매출 7,000억원, 고용 3만4,500명이 예상된다.
 
원천기술, 레퍼런스 확보 노력 배가해야

개조산업은 글로벌 무대에서 싱가포르, 중국이 주연이다. 규모를 막론하고 대부분 조선업체들이 시황과 수익성이 좋은 신조선시장에 주안점을 두면서 중대형 선박의 수리조선 사업은 등한시 했다. 싱가포르, 중국은 연관 금융시장과 저임금 노동력을 포석으로 국제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다. 

세계 최초의 LNG추진 대형벌크선 HL그린호 [사진=포스코]
LNG추진 대형벌크선 [사진=포스코]

우리나라가 LNG추진선 개조시장에서 승기를 쥐려면 가격경쟁력이 관건이다. 김영원 대표는 “전체 가격이 중국에 비해 높다. 국내에서 1만5,000TEU 컨테이너선을 개조하는데 3,500~5,000만 달러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국과 비교해 한국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기술, 협업성 등 종합적으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비용상승의 주요인은 인건비와 더불어 원자재가 70%를 차지한다는 것을 고려할때 기술개발을 통한 생산성 제고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메탄이 주성분인 천연가스를 -162도 냉각 액화시킨 것이 LNG이다. 엔진으로 가는 선내 LNG의 안전성과 가스연료의 정확한 공급이 핵심기술이므로 설비·부품들이 까다로운 다양한 국제 협약 기준에 맞춰져야 한다. 핵심기자재는 연료탱크, 엔진, LNG연료공급시스템(FGSS)이다. 엔진의 경우 국내 조선사 레퍼런스를 다수 확보하고 있으며, LNG운반선 화물창과 동일한 연료탱크에 대한 국내 설계 및 건조 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원천기술이 미약해 원가절감이 쉽지 않다는 문제에 봉착해 있다. 조립은 잘 하는데 소부자재에 약하니 속절없이 비싼 외산을 구매해야만 해 수익성이 좋지 않다. LNG연료탱크는 맴브레인 타입의 타입 B, C가 적용되는데 모두 국내 기술을 보유한 업체가 없어 해외업체들의 라이센스를 구매해야 한다. FGSS의 경우 기화기, LNG펌프, 콘프레서 등이 핵심인데 기화기, 콘프레서 부분에서 국내 업체들이 더러 존재하지만 이 또한 적지 않은 부분에 외산을 활용하고 있다.

장시간 투자가 필요한 원천기술개발과 더불어 개조에 서툴 수밖에 없는 인력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이다. 수리조선업은 기간을 단축시키는 것이 핵심경쟁력이다. 이에 부품의 수리나 각종 자재의 조달을 위한 배후단지조성이 중요하고 긴급상황에 대응 역량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LNG추진선 개조산업의 불을 지피기 위해 개조에 대한 엔지니어링 경험과 설계 레퍼런스 확보, Retrofit 역설계 기술, 엔지니어링 및 개조 공정 기술에 대한 역량 제고 등의 대책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울산대학교 박승남 교수는 “가격 뿐 아니라 저품질, 납기가 길어지는 사태가 초래되면 운항 선사의 손실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질 공산이 크다. 설계, 기자재, 조달, 생산에 이르기까지 LNG추진선 개조산업의 번영을 구가할 수 있도록 산학연관이 합심해 힘을 뭉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휴상황의 늪에서 중소조선업계를 건져낼 LNG추진선 개조산업에 대한 기대가 공허한 외침이 되지 않도록 관심이 모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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