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영농형 태양광은 지난 2016년을 시작으로 현재에 이르러 국내에 60여개의 실증단지를 운영하고 있다. 본지가 찾은 경상북도 경산시에 소재한 ‘MW급 태양광발전 R&BD 실증단지’ 역시 지난 2019년 영농형 태양광이 농작물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영농형 태양광 표준화를 위해 조성된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다.
한국동서발전과 영남대학교, 모든솔라가 조성한 해당 실증단지에서는 2020년 첫 수확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보리, 대파, 벼, 밀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며 영농형 태양광 실증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작물 재배뿐만 아니라 형태별 태양광 모듈 비중을 달리해 농지 활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여러 방안에 대한 실증도 진행하고 있다. 실제 이날 현장에서는 일반 단면 및 양면모듈, 수직형 모듈, 한화큐셀의 영농형 태양광 전용 모듈 등 다양한 형태의 실증단지가 운영 중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농업과 발전사업으로 농지 효율성 ↑ 농가 수익 ↑
영농형 태양광이 처음 국내에 알려졌을 때만 해도 농작물 위에 태양광발전소를 구축한다는 이야기에 부정적인 여론이 강했다. 햇빛은 작물 생육에 필수적인 요소인데, 태양광발전이 작물 생육을 방해한다는 이유다.
그러나 이미 수많은 실증을 통해 작물 생육에 지장을 주지 않음이 입증됐다. 영농형 태양광은 작물 생육에 필요한 광합성을 방해하는 것이 아닌 작물의 광포화점 이상의 빛을, 소위 ‘잉여 햇빛’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모든솔라 임종호 기획이사는 “모듈간 일정한 간격을 줌으로써 차폐율 30%를 기준으로 70%의 햇빛은 농작물에게 갈 수 있도록 영농형 태양광발전소를 구성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국내에서 재배되는 거의 모든 작물에서 80% 이상의 수확량을 보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족한 수확량은 전력 판매를 통해 보충한다. 일반적으로 농지에서 100%의 작물을 재배하고, 태양광발전소 부지에서 100%의 전력을 생산한다. 영농형 태양광은 각각의 토지에서 생산되던 작물과 전력을 하나의 농지에서 작물 80%, 전력 80% 생산이 가능하다. 영농형 태양광을 통해 추가적인 수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영농형 태양광을 반대할 이유가 없는 수치다. 그렇다고 재배 작물의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 이 또한 수많은 실증을 통해 결과를 얻고 있다. 영남대와 모든솔라가 운영 중인 실증단지에서 수확한 보리와 일반 노지에서 재배된 보리를 비교 분석해 봐도 품질이나 영양성분 면에서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
오히려 연구 및 기술개발을 통해 작물의 품질 및 수확량을 더욱 높이는 추세다. ‘LED 보광 기술’과 ‘집수 및 살수 시스템’을 적용하니 오히려 수확량이 증가했다. 영남대에 따르면, 빗물 순환 기술을 적용했을 때 보리 수확량이 108.1%로 늘어났지만, 대파 수확량은 90%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둘 다 적용했을 땐 보리 117.5%, 대파 138%로 수확량이 급증했다.
영농형 태양광의 장점은 이뿐만 아니다. 상부의 태양광 모듈이 보호시설로 작용해 일부 작물에서는 오히려 생육을 돕는 효과도 있었다. 태양빛과 복사열로 인해 작물이 받는 스트레스를 태양광 모듈이 감소시킨다.
모든솔라 이경호 연구소장은 “폭염으로 인해 지표면이 지나치게 뜨거워지는 것을 영농형 태양광이 방지한다”며, “폭우, 우박 등의 재해에서도 모듈이 농작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영농형 태양광의 장점을 소개했다.
부품 최소화로 농지 훼손 ↓ 초기 비용 ↓
농업 이외에 추가적인 수익을 제공하고, 토지의 기존 목적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추가적으로 발전사업까지 하는 등 모두에게 매력적인 영농형 태양광이지만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는 높다. 농지 감소 및 훼손, 주민 갈등 등 이전에 농촌태양광에서 발생했던 문제들이 영농형 태양광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농민이 직접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을 진행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경험을 통해 되풀이 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렇다면 농민 주도의 영농형 태양광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나타나지 않을까? 태양광 업계는 농업인이 직접 태양광 사업 진행 시, 전문성 및 경험 부재로 실패율이 높아진다고 경고한다.
또한, 소규모 농업인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초기 비용을 농민 개인이 책임지기에도 부담이다. 결국 농민 주도 영농형 태양광 확산의 키는 전문성과 경제성을 얼마나 덜어내느냐다.
모든솔라 채종윤 대표는 “농민이 주도하는 영농형 태양광발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제성과 전문성을 덜어내야 한다”며, “복잡한 발전소 시공 방식을 개선하고, 초기 비용을 낮춘 영농형 태양광 시스템이 그 해답”이라고 말했다.
영남대와 모든솔라가 조성한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에는 이들이 공동 개발한 ‘SSP(Speedy Solar Pipe)’ 시스템이 적용됐다. SSP 시스템은 주요 4개 부품의 최소 구성과 구조물과 모듈의 지상조립으로 안전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SSP 시스템의 회전직립 기술은 대부분의 조립과 시공 안전한 지상에서 진행할 수 있어 시공시간 단축과 시공비용 절감을 이룰 수 있게 해 준다. 이를 통해 기존 방식보다 설치비를 약 30% 절감시켰다.
임종호 이사는 “100kW 규모 시설을 지상조립 및 회전직립 방식으로 설치하는데 소요되는 기간은 7일이며, 지상에서 조립 후 소형 포크레인으로 구조물을 세우면 완성”이라며, “구조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UNIT 구조로 농지 형태에 따른 대응이 유연해 모든 형태의 농지에 설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반적으로 태양광발전은 남향으로 해야 최대의 발전량을 이끌어낼 수 있지만, 국내 농지 중 남향에 해당하는 농지는 약 14%이고, 약 2%의 발전량 손실을 일으키는 남동향, 남서향 등을 포함해도 약 50%에 불과”이라며, “그렇다면 나머지 절반의 농지는 발전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당사 구조물은 이러한 단점을 개선해 농사 방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구조물 방향은 농지에 맞게 구성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고 덧붙였다.
설치가 쉽고 빠르게 이뤄지다 보니 꼭 태양광발전 전문가가가 아니더라도 설치가 가능하다. 이러한 우수성으로 인해 해외 시장 진출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11월 일본 재생에너지정책협희회(Institute for Sustainable Energy Polices, ISEP)가 일본 후쿠시마 지역에 건설하는 영농형 태양광발전에 155kW 용량의 SSP 시스템 수출에 성공한 것이다. 당시 일본에서는 제품과 설치 매뉴얼만으로 영농형 태양광 시스템 구축에 성공했다.
채종윤 대표는 “영농형 태양광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일본의 경우, 중국 기업들의 제품이 시장을 장악한 상황”이라며,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공급하다 보니 현지 기업들이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역시 영농형 태양광 확산 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에 국내 기업들이 기술력을 기반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선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농지 훼손 문제도 최소화했다. 스크류(Screw) 기초 시공 방식으로 기존의 토지 공사와 같은 기초 공사 없이 발전소 조성이 가능하고, 20년 후에도 간편한 복원이 가능하다.
이처럼 영농형 태양광은 다양한 이점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기술개발을 통해 가진 이점을 극대화하고 있다. 모든 기술적 준비를 마친 영농형 태양광은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확산을 위한 제도적, 정책적 기반만 마련된다면, 에너지 전환을 위한 가장 확실한 대안이 될 전망이다.
이날 함께 현장을 찾은 영남대 공과대학 오수영 교수는 “상대농지, 즉 농업보호구역을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에 약 88만 ha(헥타르)의 농지가 있다. 이중 해마다 0.5%에만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해도 약 1~1.4GW 규모를 신규 설치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 전체 농지에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한다면, 에너지 전환을 이뤄낼 수 있다. 식량 안보와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매우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